협궤열차
윤후명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윤후명선생님의 소설은 단편소설만 여러 편 읽어봐서 장편소설이라기에 반가웠다.

이 책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인데 고독에 대한 소설이라서인지 시간차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류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어딘가 우유부단한 나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화자의 캐릭터는 그닥 매력적이진 않지만 조금 무기력한 듯 보이는 이 시인의 캐릭터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90년대를 떠올려봤다.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들이 조금씩 머릿속을 스쳐간다. 도시에 살았는데도 그때는 비닐하우스도 있었고 휑하게 펼쳐진 공터도 많았다. 모두들 기차를 타고 꿈의 장소로 떠나고 싶지 않았을까. 현실에서 벗어날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일상의 권태를 잊을 수 있는 곳이라면. 하지만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더 스산하고 황량한 풍경만이 있을 뿐. 어딘가 허무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작품 전면에 흐르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문체에 있지 않나싶다. 유려하게 흐르는 문체가 고독한 작품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돌도 도는 협궤열차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는 왜 정신병원에 다녀왔을까. 이 남자가 그 이유가 궁금하기나 한 걸까...이런 생각들을 하며 책을 읽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설렌다기보다 쓸쓸하다. 절대로 지나간 사랑은 복원될수 없다. 눈앞에 있어도 만져지지 않는 허상을 마주한다는 것은 인간존재의 고독을 재확인해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린 건 나뿐일까. 스산한 늦가을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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