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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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긴가 싶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진행되면서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는데 이 염치도 없는 하원의 친구들은 대체 왜 이러나 싶고 돈많은 손님은 선진국의 잘 교육받은 사람이라 가난한 나라의 친구들을 불쌍해서 저렇게 봐주고 있는가 싶었다. 싱그러운 무용반 학생들은 완전히 감초다. 너무 사랑스럽고 옆에서 까르르 낙엽 구르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생생한 인물묘사로 내가 마치 허도가 되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소설에 등장하는 하원 식구들은 어쩜 그리 염치없고 무식한지... 허순이 마치 내 엄마인양 창피하고, 뻔뻔하고 무식한 남자 석태가 참 싫다. 허순이 정말로 손님하고 눈이 맞아 버렸으면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인품이 좋은 손님이 허순 같은 여자가 눈에 차겠는가. 허순의 두 아들은 또 어째 그모양인 건지. 외국인의 눈에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염치없고 몰상식하게 보일는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래도 아리따운 우리 무용반 학생들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다 하며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손님이 실은 한국인이고 입양되어 외국에서 자랐다는 부분이 나오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더’ 창피하다. 그래도 다른 인종보다는 같은 우리 한국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그래도 입양가서 살았으니 외국인이나 다름없지 싶어서 또 창피한 것이다.

 

그런데....완전히 마지막에 두 소녀의 대화부분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았다. 손님과 허순이 무슨 관계가 있다 싶으면서도 그렇게 연결시키진 못했던 것 같다. 아니, 그가 입양아였다는 사실에 혹시...? 하면서도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음)

 

수영하려고 물 속에 들어간 손님의 옷 주머니에 담긴 돈을 탐내는 어린아이..... 그건 가난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창피하고 몰염치한 허순과 석태, 허순의 아이들 모두 가난한 한국인들의 모습이라 완전히 미워할 순 없다.

 

그나저나..... 손님은 어땠을까? 하원에 내려와 기뻤을까 아니면 슬펐을까. 둘 다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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