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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현장검증을 하는 살인범들의 경우에도 두려워하며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심지어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이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소설, 영화, 드라마가 범람하다보니 사이코패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살인범 중에는 분노조절을 못해서 혹은 여러 가지 불우한 성장환경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저 재미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이코패스. 하지만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일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들은 경제계, 정치계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하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사회적 성취를 이룬 경우도 많다.
반사회적 성향을 지니지 않은 사이코패스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들에게는 배울 점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개인이 그 기질을 잘만 다듬으면 연쇄살인마가 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소리다. 스티브잡스를 비롯한 성공한 기업인들, 성공적인 주식투자자들이 모두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다소 과정일 수 있겠지만 그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서 자신의 성공을 향해 흔들림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슴이 두근두근 괴로워할만한 상황에 고요한 바다처럼 동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보통 사람보다 자신의 목표에 쉽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먹잇감을 포착하고 먹잇감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맹수처럼 말이다. 실제로 외과의사의 경우 감정을 없애는 훈련을 할수록 수술에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라면 훌륭한 외과의사가 될 확률도 높은 셈이라니 흥미롭다.
일부 사이코패스 성향은 이른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정신 질환자나 수감자보다는 기업의 고위 관리자들에서 더 많이 나타났고 한다. 다시 말해 고위 관리자들은 매력적인 외양, 자기중심성, 뛰어난 설득력, 공감 능력 부재, 독립성, 높은 집중력과 같은 요소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정신 질환자와 수감자 집단은 사이코패스의 반사회적 성향(위법 성향, 물리적 공격 성향, 순간적인 충동 등)에서 고위 관리자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 사실은 곱씹을수록 섬뜩하게 여겨진다. 사람을 죽이고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아무래도 기업고위관리자들이 아니라 정신질환자나 수감자집단일 것만 같다.
이렇게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도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을 기능적 사이코패스라고 말한다. 이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쉽게 성공하고 매력적이다. 어떤 일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보다 태연하게 일을 진행해나가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런 사이코패스 성향이 현대사회에서는 참 좋은 기질이라는 사실이다.
무서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유리한 기질인 사이코패스. 어쩌면 기능적 사이코패스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변종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