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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직 상점 - 상 - 한국 자본주의의 첫발을 떼다
박상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7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 두산이라는 것은 잘 몰랐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현대와 같은 잘 알려진 기업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이 소설은 근대기업인인 박승직의 삶을 소설형식으로 쓴 것인데 단순히 평전으로 인물을 접하는 것보다 좀더 인물을 생동감있게 접하는 장점이 있다. 최초의 근대기업인이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계산적인 사람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하게 된다. 지금이야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전의 기업가들의 사례를 보고 기업가가 되길 꿈꾸지만 어떤 모범으로 삼을 것조차 없던 시대에 기업가가 되었다면 보통 사람과는 뇌구조부터가 달랐을 것 같다. 물론 이 소설에는 그런 기업가도 나온다. 장대경은 날 때부터 부자였고 돈이라면 악마와 손도 잡는 냉혈한이다. 상도 같은 건 무시하는 그는 재벌기업이라는 말을 처음 턴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박승직은 그와는 다른 배경과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두산기업의 모체인 박승직상점을 개업하고 차분한성격과 비상한 머리로 많은 시련을 극복해 박승직상점을 성장시킨 사람이다.
시대적 배경은 1890년대다. 역사적 배경이 지금과 다른 만큼 어쩌면 장사에 뛰어들지 않았을 박승직이 시대를 잘못(?)만나 운명처럼 기업인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종로거리는 흥인지문(동대문)에서부터 서대문 앞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뚫린, 폭 56척(약 17미터)의 너비에 길이 15리(약 6킬로미터)길이었다. 지금의 동대문 시장은 벌써 그때부터 시장의 중심이 되었던 모양이다. 박승직상점은 여러번의 고비를 거치지만 승직의 인내와 오랜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역사와 정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 과연 돈밖에 모르는 장대경을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을까? 돈에 영혼이 팔린 인간의 탈을 쓴 돼지저금통이라고 할 수밖에. 돈에 대한 감각은 과연 타고난 것인가 싶게 남보다 탁월한 경제감각을 지닌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또한 얼굴이 희고 고와 쌀녀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쌀녀와 승직의 러브스토리가 가미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 시대 상점과 시장의 풍경을 엿보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지만 두산기업의 시작을 알게 되었다는 것과 갑오경장과 같은 당시의 시대적 사건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물들을 만나게 되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