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 박찬호, 첫 번째 메이저리거에서 한 남자로 돌아오기까지
박찬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그동안 박찬호 선수에 대한 책은 몇권 나왔지만 나로서는 그가 직접 쓴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지금이야 우리 선수들이 많이 해외로 진출하지만 처음 발을 내딛은 박찬호 선수의 이야기는 그 처음부터 지금까지 과정 하나하나가 극적이고 흥미롭다.

 

미국과 한국은 문화적으로 많이 다르고 스포츠현장에서 그 차이는 현격하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흔히 언론에서도 접하듯이 ‘때려서’선수들을 훈련시킨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칭찬을 많이 해주고 선수가 못하면 코치가 오히려 미안해한다. 선수가 말을 못알아듣겠다고 하면 코치는 자기가 자신의 임무를 잘 못다한 것이니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해주고 모르는 것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선수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중시하는 한국은 자신이 잘했으면 팀이 져도 웃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동료는 관찰하는 대상이지 판단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동료가 못해서 기분 나쁘다면 동료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팀이므로 동료가 잘하면 기뻐해야 하고 못하면 슬퍼해야 한다.

 

박찬호가 장벽을 느낀 것은 언어였다. 영어를 잘 못하니 선수들과 친해지기 어려웠고 인종차별을 겪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몇 년 전에 나는 그의 인터뷰장면을 보면서 좀 거부감을 느낀적이 있다. 왜 한국 사람이 저렇게 외국인처럼 한국어를 할까 의아스러웠다. 오랫동안 미국에 살다보니, 그가 영어와 그 사회에 동화되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는 영어를 배우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런 노력이 없엇다면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선수를 향해 이단옆차기를 날린 사건은 유명하다. 한국인들은 그 모습에 통쾌해했지만 박찬호 자신에게는 씁쓸하고 슬픈 사건 중 하나다.

 

야구천재로 인식되는 박찬호는 스스로 자신은 그저 노력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마운드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박찬호 외에도 유명한 미국의 투수들이 모두 마운드 위에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하니 결국 두려움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책 곳곳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잘 드러난다. 성적이 저조한 피츠버그에서 그는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어서 124승이라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를 좋아한 피츠버그의 선수들이 그에게 승리를 양보해주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피츠버그는 그가 뛴 팀 중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팀이었지만 그는 피츠버그의 유니폼을 가장 자랑스럽게 지니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닌 이상한 놈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박찬호는 한국사회에서도 분명 튀는 독특한 사람이었지만 미국에 가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남들과 다른 것이 경쟁력이 되었고 그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그는 분명 또 이상한 어떤 것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