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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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주로 육아책을 보았는데..

큰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책을 많이 안 읽다보니..

아이에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주기위해서

아이 여름방학 때부터 청소년 책을 꽤 읽고 있어요.

다행히 저와 아이가 취향이 비슷한지..

제가 추천한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더라고요.

물론 베스트셀러 위주로 추천하긴 하지만요..


최근에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하나는 바로 '아몬드'였어요.

알렉시타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아이가 성장하는 내용의 책이지요.

그 책도 아이와 저 둘 다 주말을 이용해 순식간에 읽었기 때문에..

새로 나온 <비스킷>도 분명 아이와 저 둘 다 좋아할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왜냐면 책 소개가..

「아몬드」와 「위저드 베이커리」가 만났다!

한국형 영어덜트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의 탄생!

이었거든요! ㅎㅎㅎㅎ

그러니 당연히 읽어봐야겠다 싶었답니다! ^^


책 제목이 왜 비스킷인지 궁금하시죠?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스러지는 비스킷과 같아서

그렇게 이름지어 진 것이죠.


비스킷은 대체로 형태가 희미하지만..

비스킷의 상태에 따라 총 3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단계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로 보이지 않는 건 아이지만, 딱히 존재감이 있는 것도 아닌 단계

2단계는 조각난 상태로 불투명한 유리 너머를 보는 것처럼 흐릿해서 보았어도 무엇을 봤는지 알 수 없는 단계

3단계는 부스러기 상태로 존재감이 없어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인 단계지요.


세상을 살다보면..

존재감이 있어서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용하고 소심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요.

또 조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도 있고,

시끄러운 소음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그런데 일단 가족이 있다면.. 비스킷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연 어떤 사람들이 비스킷이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어졌어요.



주인공인 제성이는 청각과 관련된 질환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어요.

청각 과민증, 소리 공포증, 소리 강박증.

남들보다 예민한 청각 때문에 제성이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모두 듣게 되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 공간이 좁아지는 환상을 겪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증상.. 즉 소리를 의식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

그때 그때의 기분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 어떨 땐 시계 초침도 소음이 되고,

어떨 땐 공사장을 지나더라도 전혀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지요.


가끔 저도 새벽에 잠이 안 올 때면..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데.. 시계의 초침소리 마저 크게 들려서 짜증이 날 때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컨디션에 따라 일상의 소리들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청각이 예민한 제성이는 얼마나 힘이 들지..

상상만 해도 버겁다는 느낌이 드네요.


신경 전문 정신 치료 센터를 다니는건 나중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시는 부모님.

쇼핑으로도 헛헛한 감정의 틈을 메우지 못하는 엄마와

자꾸만 여자 문제를 일으키는 아빠도

주인공 제성이를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사실 제성이가 제 아이라 해도..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ㅠ.ㅠ


하지만 정말 다행인건.. 제성이에겐 유치원때부터 친구인 덕환이와 효진이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덕환이는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절친으로

공부를 아주 잘하고, 비스킷이 된 적고, 될 일도 없는 그런 아이지요.

그리고 효진이는 엄마를 교통 사고로 잃은 뒤 엉망으로 방치했던 마음으로 인해

비스킷 3단계였던 다섯살 꼬마였어요.

투명할 만큼 너무 흐릿해 자칫 지나칠 뻔했지만 울음소리로 

효진이를 알아본 재성이는

개에게 위협을 당하는 효진이를 구해주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미술 학원에서 나오던 덕환이와 마추쳐서

효진이를 알아보는 순간! 효진이의 윤곽이 조금 더 선명해졌구요.

덕환이와 함께 효진이의 양손을 한쪽씩 잡고 집까지 데려다 주며

한층 뚜렷해진 효진이를 아빠가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효진이는 비로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 것이었어요.

그리고 용기를 내서 두 친구와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셋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고 있는 거예요.


우와~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때가지 절친이라니~

너무나 부럽네요.

그리고 제성이의 곁에서 편견없이 제성이를 믿고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정말 다행이고 안심히 되더라고요.



처음 효진이를 만났을 때, 효진이를 위협하던 개를 발로 뻥 차버린 제성이.

이렇게 제성이는 비스킷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복수를 다짐하지요.

어린이집이 끝나고 셋이 뭉칠 때마다 비스킷을 못살게 구는 사람들을 무찌르고

세계 평화를 이룩하자면 머리를 맞대던 그 친구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고 있어서 기특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영어학원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 도주가 비스킷이 된 것을 보고,

도주의 존재감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세 친구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도주를 괴롭히던 보노보의 볼펜을 몰래 버리거나

지나가던 할아버지를 치일 뻔 한 오토바이에 공주 스티커를 잔뜩 붙이는 등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는 제성이를 볼 때면..

혹여나 일이 잘못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비스킷을 돕겠다는 세 아이의 진심이 느껴져서

세 친구들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었지요.


윗집에 새로 이사 온 가족 중 존재감이 없는 조제.

그리고 이모댁에 있으면서 제성이의 귀에 들리는

"배, 고, 파"라는 소리를 내는 사람은 누구인지..

너무나 궁금해서 자는 것도 잊고 새벽까지 읽게 된 「비스킷」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 아이들과 우리 가족이 비스킷이 되지 않도록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주변에 소외된 사람이 없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고요.


존재감이라는 말은.. 어른들 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청소년에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단어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친구를 조금 더 이해하고

주변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 줄 수 있기를...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아이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라봅니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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