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권혁범 외 지음 / 삼인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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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몇 살 더 먹었다고 무조건 위세하려는 사람들 보면 많이 화가 나곤 했으니까 난 안그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한번도 나에게 감히 부모 앞에서-... 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내가 잘못하면 호되게 매를 드신적은 많았지만 내가 하는 말을 못하게 하지 않으셨다. 또 우리집에서 동생이라고 해서 언니말을 들어야 한다던가 어려워한다던가 하는일도 없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우리가 모르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그리도 많았다니.. 선뜻 호응이 가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우리가 많이 노력해야 할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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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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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중 함께 일하는 분 중 한분이 책을 가지고 오셔서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 책을 읽는데 한편의 우화가 내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에게 치즈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편안함, 안락함을 누릴 수있는 여건보다는 걱정하고 헤쳐나가야 할 역경만 많은 것 같고 나의 치즈를 찾아 미로로 나서기 보다는 현재 내 주변의 치즈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겹게 느껴졌다.

마지막 장, 토론을 미쳐 읽지 못한채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했다. 아침조회를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또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30-40대에 이르른 분들은 이책에서 이야기하는 변화대처에 대해 중요하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20대이기 때문에 내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나이드신 분들이 왜 변화를 감지 못하는지 불만이 더 많다고 말씀드렸다.

또 나에게는 이미 얻어놓은 치즈도 없어서 지금 걷고있는 길이 아직 한번도 맛보지 못한 치즈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씀드렸다. 아직 토론 부분을 읽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채였다. 또 책에서는 치즈가 없어진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있다는 전제가 있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투명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치즈가 없어졌을 때 쉽게 다른 치즈를 찾아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도 그랬지만 나는 계속해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잃어버린 치즈에 대해서...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에 대해 다른 분들은 새로운 의견을 내 놓으셨다. '유선생님은 글을 잘 쓰잖아요. 그것이 유선생님의 치즈일 수 있는데 유선생님은 그것을 치즈로 생각하지 않고 개발하지 않은 채 곰팡이가 슬도록 방치할 수 있는겁니다. 치즈란 크고 대단한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지요.'

나는 옆 동료분의 조언을 들으며 그날 퇴근하고 뒷부분을 이어 읽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치즈를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 존재한다면 나에게 치즈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감지하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책이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모습을 정확히 보고 나를 사랑한다면 어떤 두려움도 이겨내고 미로로 달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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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0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 해냄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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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이 죽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지난밤 읽다 잠든 <태백산맥>을 집어 들고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결국 죽었다. 갑지가 눈물이 나왔다. 펑펑 쏟아졌다.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동안 10권을 내리 읽어오며 나도 모르게 염상섭을 많이 좋아했나보다.

내게 약간은 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생생한 사투리가 더 진하게 남는 태백산맥을 읽으며 꾸며진 이야기 '소설'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이 가슴속에 남아버렸다. 무엇보다도 가난을 이겨내는 민초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 그 어떤 드라마 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당시 역사적 상황이 어느때보다 다르게 느껴져 왔다. 염상섭이 내 가슴속에 남음으로써 나는 알지못했던 역사와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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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창비시선 40
곽재구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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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회에 들어갔다. 선배들은 처음 나를 대하던 때 뿐 아니라 시 합평회를 할때도 농담을 할때도 '사평역에서'를 빼놓지 않았다.

군대 휴가 나와서 하는 말
'하늘에는 별이 가득한데 말이야. 철책에 서서 '사평역에서'를 낭송하는 거야. 그러면 눈에서 눈물이 스르르 흐르는 거지.'
궁상에 궁상을 다 떨더니 우리들 문학학습 시켜준다고 또 <사평역에서>를 꺼냈다.

시 한줄 한줄, 시어 하나 하나를 망치로 박듯 우리 가슴속에 세겨주려 애쓰던 선배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내가 시를 처음 만나 알아가던 시절, 나는 그렇게 <사평역에서>를 만났고 <사평역에서>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그 후 시간이 지나도 도대체 그 시가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 가슴속에서 대답이 없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속에서 반응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3년이 지나고 4학년 초입이었다. 갑자기 절친한 후배가 동아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화가났다. '이런게 실연이구나' 싶었다. 선배의 그 어떤 변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내 곁을 떠나겠다는 그 말이 그렇게 잔인하게 나를 때리는 것이었다. 그 날 밤, 군대간 동기에게 편지를 썼다. '실연'당했다고...
녹음기에서는 박종화씨가 낭송하는 '사평역에서'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사평역에서'가 내 가슴을 탁탁 치는 것이었다. 난로옆에 모인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한편의 시가 실연당한 나의 가슴을 치며 위로하다니...

나는 그렇게 시를 알았다. '사평역에서'는 가슴으로 받아들인 날, 나는 드디어 시를 알게 된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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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198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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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물으면 아버지, 그리고 전태일을 이야기한다. 누가 나에게 순수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는 전태일을 이야기한다.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시절 만난 전태일은 내게 인간에 대한 희망과 아름다움을 심어주었다. 아, 더럽고 찌든 세상에 도저히 상식이 안통하는 사람들만 많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단순히 어떤 한가지의 일을 잘해서 상을 받는 이벤트성 선심이 아닌 전태일의 내면은 그 무엇으로도 더렵혀 지지 않은 깊은 계곡의 맑은 물과 같았다. 70년대 한국의 노동현실이 내 가슴을 쥐어짜게 하고 가슴아프게 했다면 전태일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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