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잊고 지냈다.
내가 추리 소설을 참 좋아했다는 사실을.
이 책의 첫장을 펼치고, 다음장에서 그 다음 100쪽으로 금새 달려갔다.
잠시 배가 고파 책을 멀리 두고
- 벌써 이렇게 지났어?
중학교때 아빠가 세계추리소설 어쩌고 전집 13권을 갑자기 가지고 오셨다.
사은품으로 뭘 받으셨는지 이리저리 만지작 그리며
- 그 책, 아즉, 니, 읽으모 안되는기다. 난주~ 크모 읽어래이.
아빠는 책을 읽으면 안된다며 당부하셨고, 그 두꺼운 벽돌 책을 책 꽂이에 관상용 화분처럼 고이 두셨다.
왜 읽지 말라고 했는지 이유는 모르겠고 너무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가 내가 중학교 3학년때 였나 어렴풋하나 분명한 것은 중학생이었다.
머리감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수건에 감싸고 얼른 이불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차단한채 손전등 아래 둔 것은
시드시셀던[내일이 오면] 추리 소설.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또랑또랑 해져 잠들 수 없었던 추리 소설이었다.
그리고, 선희_
이불속에서 추리 소설에 빠져있던 중학생인 나를 소환했다.
이제는 그 때 만큼의 열정이 있어도 체력이 안 따라주는 내 현실에 피식 웃음이 났다.
현실에 닥친 수 많은 삶의 과제를 내일로 미루고 다시 이불속에 들어가 스탠드를 켠다.
쓰던 안경도 글이 안 보여 급기야 - 더 늙으면 써야지 했던- 책상 서랍에 있던 돋보기를
콧잔등에 걸치고나서야 글이 눈에 들어왔다.
p 51
[추락 주의: 기대지 마시오]
이 장면에서 다른 이유로 나도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마땅히 나에게 기대야 했을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게 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고는 정작 나는 기댈 곳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우울을 만들지는 않았을까.
선희의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불을 붙이 장면인 것 같다.
P60
“청년들의 그림자로 시야가 완전히 어두워지자 눈을 떴다. 그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난간에 기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 행여, 혹시나, 마음을 졸였다. 아까운 생명들. 바로 뒤 현무암이 가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
아찔했다. 세월호에 이어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까지 ... 뉴스를 보기만 해도 심장이 아파 눈물이 흘러 일손을 다시 잡기가 어려웠으니 책을 읽다 훅~! 하고 심장이 내려 앉았다.
p 71
"거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이제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그리고 전문적으로, 선희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법 영상 분석가는 자신의 실존앞에 삶의 방향을 단숨에 결정했다.
수 많은 의뢰건을 뒤로 하고,
자신의 건강과 생존앞에 한 없이 무기력해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기준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세상이나 타인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나의 소중한 가치에 의미를 담고 진실을 향해 한 발씩 발걸음을 해갔다.
소설 자체가 주는 흥미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존앞에 삶에 태도를 생각 해 볼수 있는 시간이 된 책이다.
결론을 말하면 안될것 같아서 여기까지 쓰고 마무리 해본다.
이야기는 욕구와 감정을 동반한다.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스토리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선희-는 바쁜 업무 중에 함께 하며 이틀만에 다 읽었다.
자기 전에, 점심 먹으며, 반신욕하며
그렇게 선희를 찾아나서는 주인공과 감정선을 함께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책은 부크럼 출판사와 #책추천해주는여자 협력 서평단 모집을 통해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독서 일기 형식의 독서리뷰 입니다.
인간에 대한 진정성과 본질을 찾아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