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등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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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출신의 어머니를 둔 민혜주. 빨갱이 집이란 소리를 들으며 자란 서영우. 친일파로 부를 쌓아왔던 집안의 노상규.눈 오는 날 외등아래에서 사랑하는 여자. 혜주를 그리워하다 동사한 서영우의 바다같은 사랑.그 사랑에 배신이란 이름의 다른 사랑으로 서영우를 사랑했던 민혜주.그러한 민혜주를 긴 세월동안 차지하기 위해 애쓰다 결국 아내로 맞이한 집착의 사랑. 노상규.엇갈리기만 한 그들 세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1970~90년대.30년간의 역사의 굴레 속에 갇히어 살았던 그들 세사람의 사랑이라는 것은 증오,혼란. 그 자체였다.역사와 사랑 속에서의 세사람의 몸부림은 안타까움마저 불러 일으켰고 그뒤에 죽음이 있었다.왜 저렇게 살아야만 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었나.박범신님이 세사람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했던 것은 사랑의 원형 찾기였다.

사랑의 원형. 본질. 뜻. 의미가 무엇인지 이번을 기회로 자신에게 한번 자문해 보자.나는 사랑을 해봤나?헤어진 사람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오늘 만나 데이트하기로 한 그 사람이 내 진정한 사랑인가.아니면 경험은 없지만, 머리 속에 그려놓은 사랑이 정말 사랑인가.아마. 1.2초안에 대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항상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사랑에 이물질이 포함되어있지 않은 온전한 사랑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외등의 주인공 세사람에게 험난한 시대적 혼란기 30년이 없었다면, 그들의 사람은 아마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사랑의 원형을 가졌을 것이다.온전한 사랑만을 우리는 하기가 힘들다.그사이엔 역사가 끼어 들고, 생각지 못한 불행이 도사리고 있고 또다른 나 자신의 혼란도 같이 한다.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사랑은 국어사전의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파편에 의해 상처를 입는다.사랑의 기쁨에 아픔과 슬픔. 배신. 죽음이 함께 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박범신님의 사랑의 원형이란 것이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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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7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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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참 나쁜 습관이기도 한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 책과 관련이 있는 다른 책을, 다른 주인공을, 다른 작가를 생각한다. 황야의 이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는 전혜린을, 삶의 한가운데를, 무라카미 하루키를, 싯타르타를 생각했다.소설은 나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심지어 헤세는 죽음이 실제적으로 갖는 의미보다 더 과장된 의미를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소설에는 황당하게도 괴테와 모차르트를 글 속에 들여와서는 주인공인 하리와 말을 하며 폭스트롯, 왈츠, 보스톤을 추며 창녀와 사랑을 하고 살인을 한다.

나는 원래 몇몇 소설의 끝부분에 있는 평론가들이 쓴 평론을 주의깊게 읽는 편이 아니다. 그이들은 소설을 전공한 사람들로서 번역이 아닌 원문으로 문학작품을 읽고 소설을 읽는 비평하는 법을 전문적으로 습득하였다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황야의 이리를 이해하는 것이 맞는지 궁금해서 평론을 읽었을 때 히피들이 헤르만 헤세에 열광했다는 사실을 기술해 놓아 적잖게 당황했었다. 반전 사상, 속물들에 대한 위선적인 생활에 대한 비판, 환각이라는 세계의 형상화... 황야의 이리는 그런 특징이 있었던 것이다.

읽는 내내 시대적인 배경을 짐작하지 못하였다. 물론 반전주의, 재즈, 춤 이야기, 등 어느 시기이겠구나 충분이 상상할 수 있도록 시대적인 배경을 설정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헤르만 헤세가 나와 거의 비슷한 시기를 살았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마치 상실의 시대의 나오코와 와타나베가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의 애들이겠거니 라구 상상했던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평론을 읽고 나서 알았다. 헤세가 보편성에 크나큰 역점을 두고 지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채 애써 시대적인 배경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이성을 입장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머리가 곧추 선다고나 할까? 아무튼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성을 입장료로 지불해야 한다. 말하기 약간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떤 충격을 넘어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관능미를 내뿜는 여인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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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외 지음, 정재곤 옮김 / 세상사람들의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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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처분하지 못해 골치를 썩는 사람과 먹을 것이 없어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금리가 내리고 은행이 고객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가난한 사람과 은행! 어울리지 않는다. 어딘가 어색하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편견이 존재한다. 특히 은행의 문턱이 유독 가난한 사람에게 높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꿈꾸는 경제학자였던 무하마드 유누스의 눈에 비친 이러한 은행의 관행은 비합리적이었다. 꿈꾸는 사람에게 때로는 상식도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에 속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할 권리가 있는데 왜 은행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일까? 유누스는 가난한 이들도 융자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투쟁하던 끝에 이들을 위한 은행을 설립한다. 올해로 설립 26년째를 맞은 그라민은행이다. '그라민'은 방글라데시말로 '마을'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빈자(貧者)의 은행이다. 1976년 유누스는 주머니 돈 27달러를 털어 시골 마을 주민 42명에게 대가없이 빌려줬고, 그의 꿈은 현실이 되고 지금은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것도 인구의 36%가 극빈선 밑에서 허덕이는 방글라데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는 유누스 그라민 총재가 26년에 걸쳐 이뤄낸 꿈에 관한 보고서이고, 가난 없는 세상을 실현하려 애써온 유누스 총재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경제학자가 빈민을 위한 은행을 설립하고, 그의 신념이 어떻게 수백만 명의 운명을 바꿔 놓았는지를 증언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모든 경제활동의 출발점은 인간이었고 최상의 가치는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이책은 또한 증거하고있다.

그라민은행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아무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빌려주고, 둘째로, 절대 필요한 만큼 조금씩만 빌려주며, 셋째로, 절대 담보나 보증이 필요 없이 오직 신용만으로 빌려준다는 점이다. 사실 기존은행에서 보면 위험한 영업방식이다. 더구나 설령 돈을 갚지 않더라도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다. 사람은 정직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빈자대출, 인간존중은 유누스의 신념이다. 가난한 사람임이 증명된 다섯 명의 소수빈자 그룹을 한 묶음으로하여 5명 상호간의 선의와 노력, 신용을 공동담보로 대출해준다. 어디까지나 대출자의 자립의지가 최선을 담보라는 것이 그라민의 철학이다. 떼이지 않고 이자만 챙기는 종래의 금융기법을 완전히 깨버렸다. 기존의 은행이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러나 결과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이 은행의 상환율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98%에 달했다.

그라민은행의 설립과정과 다양한 실험들, 주택융자와 의료시스템 등의 새로운 도전까지 담고있는 이 책에서 유누스 총재는 '우리 모두가 가난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함께 나눈다면 그런 세상은 실제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근면 등 그라민은행 대출자가 지켜야 할 16계명을 도입, 은행의 역할을 단순융자에서 사회개혁으로 확대시킨다.

이 책의 궤적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꺠닫게 해준다. 유누스가 보여주는 신뢰는 남자든 여자든, 늙든 어리든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며, 빈곤층을 향해 사회에 만연해있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한 가난은 개인 탓이 아니라 돈을 매개로 꿈과 희망을 가질 때 누구나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우리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자신의 가족과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는 그릇된 인식 속에 놓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가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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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변호사 1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10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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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의 작품들이 너무 상업적이라고 그의 작품들은 모두 도매급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의 작품은 대중성이 매우 강해서 모두들 잘 알고는 있지만 별 관심은 없는 문제들을 수면위로 끌어 올린다고 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 작품은 노숙자(홈리스) 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매우 재미있고 긴장감이 있어서 한번 책을 잡으면 놓기가 어려워진다. 존 그리샴의 전직이 변호사라서인지 법률 문제를 주로 다루고 그의 작품의 주인공은 대부분이 변호사들이다. 마이클 브록은 전도 유망한 젊은 변호사이다. 그는 백인이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서 인생이 거의 탄탄대로였다.

적어도 피를 뒤집어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커다란 법률회사 안에서 매일 같은 일을 기계처럼 하고 살던 그는 어느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마련해주는 경험을 한다. 법률 사무소에 무장을 하고 나타난 홈리스의 뒤에 서 있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튄 그의 피를 듬뿍 맞은 것이다. 그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중요한 일들을 알아버린 그는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화일을 훔쳐서 회사를 나온다. 사랑했던 아내와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져 버리고 곧 이혼을 하게 된다. 하루 아침에 크고 좋은 아파트, 비싼 자동차, 삐까뻔쩍한 사무실에서 허름한 집, 직장, 고물차를 갖게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인생은 더욱 의미있어졌고 행복해졌으며 빛이 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치있는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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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있다
전여옥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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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하다. 전여옥씨의 전매특허인 거침없는 글쓰기가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나의 눈길을 끈다. 그렇지만 그것뿐이다. 동종의 어떤 책보다 빨리 읽혀내려가지만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는 그런 느낌. 그냥 친구와 술자리에서 안주감으로 풀어놓는 대책없는 푸념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이 된다. 뭣하나 딱 부러지는 대안을 내놓는 것도 없이 그저 불평뿐이다. 불평이라는 것도 자기 하고싶은 말 모두 퍼부은 다음 바로 등을 획 돌려버리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책 제목 '대한민국은 있다'와는 달리 이 책 어디에서도 '대한민국'은 찾을 수 없다. 이책을 먼저 읽은 몇몇 분들과 책의 소개글에서는 '비판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정작 책내용에서 찾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은 소수의 여성들이나 감히 범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카리스마와 사회적능력을 지닌 몇몇 유명인사들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남성이면서 소시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나는 굉장히 큰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 할수 있는 것은 하나의 뛰어난 개인적 자질일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논객이라고 명함을 내놓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저 비난뿐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대안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여옥씨는 한국의 논객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말잘하는 아줌마'로 기억되고 싶은 것인가. 좀 많은 생각을 해보셔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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