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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평점 :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틀릴 수 있다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내 생각에 의구심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확실한 답을 원하고, 설명되지 않는 일 앞에서는 불안해하니까요.
카를로 로벨리의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이런 익숙한 믿음을 흔드는 책입니다. 양자역학과 시간, 지식과 도덕을 넘나들며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 관계 맺으며 존재한다는 관점을 펼쳐 보여줍니다.
1.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전부일까?


우리가 가진 개념이 그것이 형성된 맥락을 넘어 현실까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저자는 바로 그 생각을 경계합니다.
유명한 심리학자나 역사 강사, 종교인이 여기저기 초빙되어 자신의 전문분야를 넘어선 주제를 다루는 강연을 하는 것. 어쩌면 우리는 한 분야에 답을 가진 사람이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진 것이 아닐까요? 매번 실망스러운 모습에 뒤돌아서 기를 반복하면서도 말이죠.
물론 양자역학의 맥락성과 이런 사회현상이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그래도 모든 맥락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진리(히어로 같은 인물)는 없다는 발상은 과학에서 삶으로 이어집니다.
2.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는 것

이 책은 양자역학에서 출발해 시간과 자유의지, 도덕적 판단까지 나아갑니다. 2장의 절대적 확신과 궁극적 진리를 경계하는 과학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3장의 공통된 시간에 관한 설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 감각마저 물리학에서는 다르게 이해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요.
특히 5장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이며, 도덕성은 그 판단 과정의 본질이라는 취지의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불확실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겠죠. 오히려 완벽한 정답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씩 수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3. 결국 우리도 세계 바깥에 서 있지 않다

어쩌면 6장의 이 구절들이 책 제목의 친절한 설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지식, 감정과 판단 역시 세계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복잡성, 모호함, 감정, 불확실성과 변화는 더 이상 피할 무언가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공존해야 할 삶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은데, 명확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헛될 뿐이니까요.
물리학의 세부 개념을 모두 이해하며 읽기에는 만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이 묻는 진리와 존재 문제를 함께 살펴보고 싶다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파트가 많은 책이에요.
모호한 세계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찾느라 지쳤다면, 확신을 조금 내려놓는 연습부터. 과학과 철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카를로 로벨리의 교양과학서-어쩌면 인문과학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