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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제공받았습니다-




퇴근후 딱 10분만 보려던 쇼츠. 정신을 차려보면 1시간이 넘어갔고, 저녁을 먹었음에도 과자 봉지는 이미 뜯겨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한 걸까?'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덴마크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니클라스 브렌보르가 쓴 과학 인문서입니다. 초가공식품, 포르노, 숏폼, 데이팅 앱, 소셜미디어까지 현대인의 일상을 점령한 자극을 ‘초자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요.
초자극이란 자연에 존재하는 자극보다 더 크고, 더 밝고, 더 강력하게 설계된 자극입니다. 문제는 우리 뇌가 그걸 너무 잘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파트는 초가공 식품 이야기였습니다. 슈퍼마켓의 많은 간식이 모유의 탄단지 비율과 수상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자는 아기 때 생존에 유리했던 식욕 버튼을, 현대 식품 산업이 아주 정교하게 누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야식과 과자를 못 끊는 건 단순히 의지 부족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한 봉지를 더 뜯도록 설계하고 있으니까요.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파트는 ‘원함want’과 ‘좋아함like’의 차이였습니다. 중독이 깊어지면 더 이상 좋아서 하는 게 아닌데도, 계속 원하게 됩니다. 헤로인이 처음에는 쾌락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내성으로 인해 쾌락은 사라지고 욕망만 남는다고요.
소셜미디어 이야기도 뼈아팠습니다. 알고리즘은 100만 명 중 한 명쯤 되는 외모, 성공, 재능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결과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기준 미달처럼 느끼게 됩니다. 내 삶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교 기준이 망가진 것일지도 모르는데요.
저자는 '의지', '노오력' 같은 뻔한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묻습니다. 우리가 정말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선택하도록 조작된 환경 안에 있는 걸까?
중독은 단순히 쾌락과 무절제 문제가 아닌 현대인의 뇌를 겨냥한 교묘한 '초자극' 제품을 만드는 거대 산업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결론입니다. 너무도 교묘해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리가 어떻게 조작당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숏폼, 야식, 쇼핑, 비교, 도파민, 무기력 때문에 일상의 주도권을 자주 잃는 현대인이라면 이 책이 꽤 불편하게 찔릴 겁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 덕분에, 내 습관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약한 게 아니라 내 뇌가 설계된 판에 너무 잘 반응하고 있었던 것. 당연하게 발을 들이던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순간, 중독에서 빠져나올 첫 번째 틈이 생깁니다.
덴마크 과학 커뮤니케이이터의 유쾌한 문체가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읽어가도록 돕는 책,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우리를 둘러싼 초자극의 세계를 다시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