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것만 같던 코스피 지수 2500 전망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한 이때. 보통 이런 때 나는 주식 차트를 멀리하고 경제 서적을 읽는다. 섣불리 매매하면 얻는 것보다 잃을게 더 많음을 알기에. 가끔 그러다 책에서 '계시'같은 글귀를 만나기도 하고-그게 백 프로 명중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름(ㅋ)을 잊을 만큼 금쪽같은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의 책은 후자에 속한다.
서울대와 영국 런던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지식공유 사이트 인사이트엠(insightm.co.kr)과 네이버 까페에서 활약하며 투자자들에게 거시경제의 사이클을 알려온 전문가인 저자의 이력이 눈길이 끈다. 저자 하이엠은 나와 같은 일반인도 아홉 개의 경제지표를 분석하고 경기의 사이클을 파악할 수 있다면 예측까지 가능하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책은 내용의 난이도를 초급/중급/고급으로 나눠서 어려운 부분을 무리하게 읽지 않고 이해 가능한 선에서 넘어갈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였다.
장단기금리차 / 테일러룰 / 일본 엔 / 유가 / 실질금리 / 수출금액지수 / 건축허가건수 / 인구 / 구리와 철광석 가격. 이 아홉 가지의 변수가 경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다. 저자는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처럼, 경제도 몇 가지 주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부동산 10년 사이클, 반도체 2년 사이클 등이 반복되며 경기의 순환을 만들어낸다.(21p) 또한 물가와 금리, 성장률을 따라다니는 세트로 설명한다.
그럼 장단기금리차가 크면 호황이다. 반대로 작다면 단기금리(연준 기준금리)가 높고 장기금리가 낮아졌다는 이야기이므로 경기 냉각, 불황을 예상해야 한다. 이때 뉴스는 단기 상황에 집중해 경제 위기설을 내보낸다. 하지만 이때가 저점이고 공포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반등은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경기 반등 초기 세 번의 고점이 나오는데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예산을 풀기 시작하는 첫 번째 고점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며 경기가 회복하는 두 번째 고점, 그리고 다시 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좋지만 내리막을 앞둔 세 번째 고점에서 투자를 멈춰야 한다. 또한 시티은행에서 발표하는 '시티인덱스'지수도 일정한 밴드 안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에 경기의 순환을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자료의 출처를 각 장 말미에 밝혀서 책에 나와있는 현시점의 자료뿐 아니라 미래에도 나의 상황에 맞게 자료를 해석할 수 있게 안내했다.-
다음은 적정 기준금리를 지정하는 테일러룰. 연준은 실업률 3%, 인플레이션 2.5%가 목표이기 때문에 이 수치들에 맞춰 지속적으로 금리를 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업률(고용지표.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발표.)과 인플레이션으로 다음 금리 인상(혹은 인하)를 예상할 수 있다. 보통 금리와 달러가 강해지면 증시 또한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일본 엔화 또한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한나라의 경기와 금리, 환율은 같이 오르는데, 엔화는 이와 별도로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가끔 대형 금융위기에 급등하여 신호를 보내곤 한다.(보통 달러당 105엔 전후) 같은 논리로, 한국과 커플링되는 중국의 위안화도 7위안 안팎에서 경제 상황과 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
다음의 유가는 인플레이션-그리고 금값-과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유가는 오펙 플러스의 공급과 미국정부의 정책(예를 들면 선거를 앞둔 시점),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움직인다. 이번 장의 케이스스터디에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싼 상품을 공급받고 그 돈으로 중국에 채권을 판, 미국의 '낮은 인플레이션 미스테리'가 흥미로웠다. 중국이 그렇게 많은 미국 채권을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을 흔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가 살짝 엿보이는 장이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 기댓값을 제외한 것으로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어 '골디락스'가 되는 때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근데 버블인 때는 언제 알 수 있을까? 잠재 GDP에서 실제 GDP의 비율을 계산한 아웃풋 갭으로 알 수 있다. 아웃풋 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면 경기 과열 구간이므로 연준도 긴축을 고려하고, 투자자는 한 발을 빼야 한다.
이외에도 한국의 증시를 예상할 수 있는 수출금액지수, 부동산 시장을 예상할 수 있는 건축허가건수, 한 국가의 장기성장이 예측가능한 인구 비율, 세계(중국) 경제의 선행지표인 구리(철광석)까지. 총 아홉 가지의 지표들을 익힌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든든하게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단호한 관측이다. 경제 원리만 설명해 주고 해석은 독자에게 넘겨 '경린이'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기존의 경제서와 다르게, 2022 현재 시점은 사이클의 어떤 지점인지, 투자자는 2022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명확한 언어로 짚어주어 더욱 좋았다. 책의 아홉 가지 지표와 사이클을 체득해 내년에는 나의 눈으로 경제를 해석하고 투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출판사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최대한 솔직하게 쓴 감상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