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 나의 얼굴
김윤희 외 지음, 도원 외 그림 / 오월의얼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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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인을 위한 동화'임을 알면서도 '동화'라는 말랑한 어감에 헛된 기대를 걸었다.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이 '얼굴'의 주인은 '청춘'임이 첫 장에서 곧 드러나고, 그런 기대는 와장창 부서졌다.

스스로 얼마나 불안해보이는지, 동시에 얼마나 빛나고 있었는지 몰랐던 스무 살의 나의 얼굴.

세월 너머의 내 얼굴이 동화 책장 사이에서 낯설게 쑤욱 튀어나왔다.

 

첫 장,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는 아린 첫 연애의 기억을 연상시킨다.

성인이 되어 처음 겪는 사랑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상처받고, 주었던 고슴도치 같은 모습.

가슴 속 상처가 흉터로 아물고, 그 위에 새로운 인연을 그려넣을 수 있으리라곤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과거로부터 한 발짝 내딛기 시작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마치 주인공처럼.


두 번째 장, <수취인불명>은 누추했던 그 시절의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팔을 뻗으면 양 손이 벽에 닿는 고시원, 시시때때로 변태가 훔쳐보곤 했던 반지하.

부모님 품 아래에서 '취급주의' 였던 우리는 

스스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품고, 낯설고 누추한 어느 곳에 떨어진다.

미래가 막막했던 당시의 초라한 나 자신을 떠올릴때면 <수취인불명> 처럼 기억이 흑백으로 보인다.

아마 당시의 내 모습도 잿빛이었으리라.


마지막 장, <초식 동물 생존기>는 치열했던 취업준비기간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작은 것 하나하나 지적받고, 나를 감추며,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자소설'을 쓰던 그 때.

내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게 자신을 지워가며 똑같은 모습으로 면접실에 대기하고 있던 풍경이

마지막 페이지와 오버랩되며 쓴웃음을 짓게 한다.


세월이 지나, '청춘'과는 다소 먼 곳에 도착한 나에게 이 책은 달콤쌉싸름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청춘'을 가로지르고 있는 이에겐 이 책이 어떤 맛의 느낌으로 다가갈까.

부디 위로와 응원이 되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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