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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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흔행으로 한때 '언더도그마'(약자를 무조건 선한 존재로 가정하는 것)가 많은 이들의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한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를 이뤄낸 강자는 선해지기 위해 '겸손'이라는 미덕을 갖춰야만 도덕적인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모순을 니체가 말하는 '노예의 도덕'으로 해석해본다.


살다보면 한번씩 '철학을 공부해야 겠다'는 순간이 찾아온다.-관찰한 바에 의하면 특히 은퇴한 중장년 시기에-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바쁘게 달려오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밀려오는 허무감. 걸출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그 허무감을 없애버릴 신박한 진리 하나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천년도 더 된 소크라테스의 정언이 나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철학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해답'따위는 없다. 다만 우리가 판단할때 도움을 줄 참고가 될 뿐. 그래서 저자는 현대인들이 마주한 '핫'한 문제들을 유명한 철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이를테면, 에리히 프롬이 나치스를 따랐던 독일 군중을 비판하며 주장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식이다. 속박이 싫어 퇴사를 하지만, 자유가 두려워 다른곳으로 입사를 반복하는 우리의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허영의 원천',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받는 SNS는 어떤가. SNS에서의 나는 가짜일까? 그곳에서 우리는 시간과 노력만 버리고 있는 걸까? 그러나 인스타와 블로그의 쇼핑기능이 열리면서 '창조경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쉬지 않고 업로드하여 팔로워를 늘린 셀럽은 그만큼의 권력을 가진 셈이다. 그 중 '사랑의 정의가 현대에 와 변경되면서, 결혼과 출산후에도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는 지적이 제일 와닿았다. 분명 부모세대에 비해 절대적인 집안일은 줄었으나 왜 아직도 힘듦을 토로하는지, 그래서 왜 결혼을 포기하는지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이 돋보였다. 


이 외에도 현대인의 소통문제, AI의 윤리적 판단 기준, 디지털 감시와 크리에이터로 풀어보는 노동소외론 등 현대인이라면 몇개씩 마주한 문제들을 색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전혀 지루할 큰 없이 쉽게 읽혔다.(이 책이 철학책임을 잊지 마시길..) 이제 남은건 글쓴이의 마지막 말처럼 나만의 질문을 만들고 답을 내는 일이리라. 너무 심각한 철학책이 질렸다면, 현재 우리가 마주한 사회문제들을 깊이있게 고민해보고 싶다면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이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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