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크래시 - 팬데믹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장석준 옮김 / 책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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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중반, 언론에선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어떻게 될 것인지 한창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강한 반등을 보이는 V자 회복이냐, 아니면 오랜 침체기를 겪는 L자 회복이냐.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K자 회복, 즉 일부만 코로나 이전보다 부유해지고 나머지는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경제주체의 범위를 좁게는 국내, 넓게는 미국을 포함한 북반구 세계를 가정하지만, 보통 그 범위안에 남반구국가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저 '투자 위험 국가'라는 딱지가 전부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들은 부채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바이러스에 맞서야 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10p) 선진국의 부유한 투자자들이 그들의 자산을 사들이고, 성장에서 나오는 이윤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그 예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매년 개발원조로 얻는 이익의 3배를 자본 유출로 잃는다(76p)고 한다.-유명한 '양털깎이 이론'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과거 제국주의가 함선과 무기로 이뤄졌다면, 현대의 제국주의는 금융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양극화의 양상은 북반구·남반구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벌어진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즉 국가와 독점자본이 결합하면서 국가의 지원아래 독점자본의 권력이 더더욱 막강해진다. 비단 -이 책을 쓴 저자의 배경인- 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봐도 그렇다. 회계부실로 워크아웃을 맞은 아시아나는 산업은행의-정확히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도산을 막고, 대한항공이 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는 항공 업계에서 대한항공의 독점을 낳았지만 '일자리 보호'라는 기치 아래 이 모든 과정이 용인된다.


어제 이슈가 된 HMM은 또 어떤가. 산은이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지원해주고 받은 전환사채를 만기가 되어 수익실현 하려하자, 주가가 내린다는 이유로 그마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중앙은행은 투자자, 은행, 기업이 경기 상승기에 떠안은 리스크를 하강기가 시작하자마자 막아주고 있는(62p) 것이다. 이 와중에 국가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약해진 중소기업들을 싼값에 인수합병하고 있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투자금은 신뢰할 수 있는 거대기업 주식으로 향한다. 중소기업은 사라지고, 대기업은 점점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저자는 이 외에도 미시적으로 자본이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지 설명한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금융업이 발전하면서 약해진 노동자의 권익은 약해졌다. 그러나 그들이 저임금에 소비를 줄일까 염려해 신용대출을 퍼부어 자본가들의 자산(ex:부동산)을 불려준다. 하지만 이렇게 자산버블이 심해지면 긴축이 시작되고, 그사이 노동자는 대출이 막혀 자본시장 편입 기회마저 빼앗긴다. 그 과정에서 부채는 가계가 떠안고, 이윤은 자본가(기업)에게 집중된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는 걸까? 저자는 경제 계획의 민주적인 결정을 주장한다. 이제는 밀실에서 나와 다수의 의견을 경제계획 결정에 반영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중우정치가 생각나는 건 나의 비약일까..- 탁월한 분석에 비해 구체적인 해결 제시가 미흡한게 조금 아쉽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경제흐름과 그 원인을 깊이있게 분석해보고 싶다면 한번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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