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묘한 철학 -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18가지 마음 수업
신승철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2월
평점 :
코로나로 인해 최근 대두된 생태철학.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땐 기후 위기, 멸종 생물 보호 등, 중요하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막연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기껏해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라는 다짐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뿐. 그런데 '철학 공방 별난'을 운영하는 생태 철학자인 저자는 거기서부터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뜬구름처럼 먼 이야기였던 '생태철학', '동물권'을 공방에 고양이 네 마리를 들이면서 직접 현실에 적용한다.
고양이가 철학을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 라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의 고양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첫 번째로 철학은 인간에게 국한된 학문인 것만 같고, 두 번째로 고양이는 -특히 반려묘를 키우지 않는 이에게는- 외부 객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려묘 집사에게는 고양이의 몸짓 하나하나가 모든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저자는 네 마리 고양이를 관찰하고 관계 맺으며 그 행위의 의미에 관해 사색한다. 그것도 철학적으로!
반려묘는 없으나 철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에 첫 장부터 잠이 오는 기존 철학서와 달리, 이 책은 -절로 미소 지어지는- 고양이의 행동과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연관 지어 철학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부터 들뢰즈까지(주로 근현대 철학자에 집중되어 있다), 자기 통치부터 퀴어 문제까지. 방대한 저자의 철학 지식과 -모든 예시를 고양이로 풀어낼만한- 넘치는 애정이 이 책 곳곳에 묻어 나온다. 고양이와 철학,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기꺼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감히 평해본다. 읽는 내내 함께했던 대심이, 달공이, 모모, 또봄이가 마치 나의 고양이처럼 느껴지듯이, 철학 또한 내 삶의 일부가 된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