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가 온다 - 누구에게는 위기, 누구에게는 기회가 온다
김지만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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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 시대다. 칠팔십 년도엔 저축만 착실히 해도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었다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지지만 지금은 어림없는 소리다. 중간 정도의 월급을 받는 사람이 중간 가격 정도의 집을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도 14.3년이 걸린다. 저소득층이 서울의 비싼 주택을 사려면 46년이 걸린다. (170쪽)

더욱이 코로나 발 경기 침체로 미국이 제로금리를 선포한 지금, 우리나라의 금리도 서서히 내려갈 뿐 오를 가망은 없어 보인다. 이런 시대에 우린 어떤 방법으로 돈을 굴려야 할까?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을 거쳐 삼성증권 글로벌 채권팀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이 분야에 몸담았던 경력을 살려 책을 써냈다. 첫 번째 장에선 제로금리의 정의를 확인하고, 두 번째 장에선 제로금리 정책을 평치고 있는 다른 나라를 살펴본다. 세 번째 장에선 제로금리 후 벌어질 일을 전 장의 국가들의 케이스를 기초로 알아보고, 네 번째 장에선 제로금리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경제 전반-특히 저자의 전문분야인 금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방대한 자료분석에 기초한 탄탄한 논증이다.

1장에서 저자는 우선 제로 금리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며 시작한다. 고령화로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그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었다는 것. 금리는 최근까지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는데 큰 틀에서 보면 70년대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하락세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제로금리는 꼭 0%를 의미하는 건 아닌데, 다른 서적의 사례에서는 '0%에 근접한 금리'라 정의하며 0.5%였던 영국까지 포함시켰다고 하니 1% 아래로 내려간 한국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게 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미국의 금융위기, 그리고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다룬다. 보통 우리나라가 일본의 경제 상황을 답습한다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금리로 부동산 버블을 부풀렸다가 금리 인상으로 터진 저성장 경제 이야기는 주목할만했다. 아마 일본의 사태를 옆에서 학습한 한국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규제를 한다해도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세 번째 장에선 앞서 언급한 나라들과 이스라엘-한국과 비슷하게 금리가 움직이고, 최근에 제로금리를 겪은-의 사례를 들어 제로금리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예견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소액 예금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 대신 고액권이 퇴출되고 디지털 화폐가 검토될 것이다. 부동산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본의 경우 양극화가 심해졌다.

마지막은 투자법. 스포일러가 되니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주식과 채권 및 해외투자를 언급한다. 기존 경제분석 서적은 '채권에 투자하세요', '비교사이트에 가서 금리를 비교 후 투자하세요' 정도의 두루뭉술한 언급을 하는데 이 책의 4장은 마치 투자서처럼 차트 보는 법, 종목을 고르는 법, 예적금 금리 비교를 설명해 주고 심지어 해외 ETF 부분에서는 티커(종목 멍)까지 알려준다. 채권 부분에서는 이해가 어렵던 부분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줘-채권/주식 비교나 채권금리/주식의 방향성 비교라든지- 꼼꼼함에 혀를 내둘렀다. 중반까지는 사례 분석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마지막 장이 모든 수고를 보상해 준 셈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한발 앞서 대비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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