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와 개인이 시끄러운 요즘, 시기에 딱 맞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작가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Laura van Dernoot Lipsky는 전신 외상치유 분야의 권위자로 30년이나 일해왔고, 베스트셀러 작가, TED강연자이기도하다.


첫 장에서 작가는 현대인이 겪고 있는 '과부하'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소개한다. 

개인의 관점에서 직장인은 매일 업무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해마다 늘어간다.

가족의 관점에선 해가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관계가 문제를 만든다. 재난이나 계층간 갈등은 공동체 층위에서의 과부하를 야기한다.

우리에게는 회복이 필요하다.

회복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 곧 자기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은 상태다. 

다시 말해서 과부하에 걸리거나 분노나 수치심, 좌절감없이도 자기가 느끼는 바를 자유롭게 느낀다는 뜻이다. 

-Bessel van der Kork, 외상센터 설립자 (34p)


두번째 장에선 과부하의 원인을 분석한다.

작가는 후생유전학을 예로 들며 외상이 유전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후생유전학에서는 환경이나 경험이 DNA에 전달되고, 자식은 직접적인 스트레스나 외상에 직접 노출이 된 적이 없음에도 

이를 경험한 유전자와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48p)

제도적 억압 또한 과부하의 원인이 된다. 인종과 성차별적 업악을 지속적으로 받아 내면화하면 그것이 개인에게 과부하로 나타난다.

수면부족이나 인스턴트 식사로부터 비롯된 건강의 문제, 가족 관계와 학교, 일터에서 야기된 과부하도 빼놓을 수 없다.

제일 큰 문제는 미디어다. 소셜미디어와 뉴스는 우리 바로 옆에서 나도 모르는새 천천히 짐을 지운다.

 미디어와 sns는 이런 보도와 뉴스를 점점 더 일상으로 끌어온다. 그리고 대개는 개인의 통제범위를 벗어난다.

헬스장의 대형 화면, 노트북, 버스광고, 휴대전화, 인쇄매체, 라디오 등에서 쏟아지는 뉴스의 내용과 양은 사람들의 절망감을 높일 수 있다. (79p)

그럼 과부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단은 외부문제에 나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조절해야한다. 작가는 이를 '소화'라고 하는데, 이것이 한계를 넘어가면 '포화 상태'가 된다.

그럼 포화 상태는 어떻게 해결한다는 걸까?

내가 원래 완벽하지 않음을, 모두가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가끔은 놓아버리는 여유도 필요하다.

온전하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깨진 부분도 오롯이 수용한다는 뜻입니다."(96p)

혹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과부화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자기를 피폐하게 만드는 일을 '줄이고', 지탱해주는 일을 '많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 과부하가 줄어들고 균형감과 안정을 찾고 다가올 일을 탐색할 여유가 생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게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힘이 내안에 남으면, 나중에는 노력을 적게 해도 된다.(102p)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의식적으로 통제를 할 때 과부하 또한 통제된다.

어떤 것이 내 집중을 방해할까?

이런 행동이 내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 

강박적으로 누가 누구와 노는지 확인하는 것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굳이 시간을 들여서 유명인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 (113p)

 문화와 상업은 우리에게 더 많은, 더 좋은, 더 멋진 물건이 필요하다고 교묘히 유혹한다. 

가상의 쇼핑백을 잔뜩채우면서 자신이 무엇을 회피하려 하는지 알아채야 한다. 

갈망이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 (114p)

일에 대한 집착이 스스로에게 과부하를 주고 있지는 않을까?

자기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집착을 가르는 경계선은 분명하다. 

"나는 매일 밖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 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태도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말할 때 자신의 정체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태도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168p)

집요하게 확인하라...

불안한 마음에 남에게 넘겨준 힘, 거짓된 직관이나 권위로 우리를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준힘, 그 힘이 되돌아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반면에 자기 확신으로부터 끌어낸 힘, 그 힘이 우리를 구한다."-Rosanne Cash (185p)

게으름은 단지 방종이나 악이 아니다. 

뇌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D처럼, 게으름은 우리 몸에 필수요소다. 

게으름이 주는 여백과 고요는 삶에서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고, 의외의 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여름철의 거친 번개처럼 영감이 떠오르게 하는(역설적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필수 조건이다." (232p)

잠시의 게으름, 일상의 틈이 과부하에 압도당하지 않게 한다.

어쩌면 '이 시국'에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바이러스도, 정치도, 종교도 아닌 언론의 무자비한 언론의 일상 침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애쓰기보다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 놓고 나를 위한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과부하의 수렁에 빠진 나를 구하는 일이 아닐까.

인정하자.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가끔 넘어질 수도 있음을. 

과부하의 짐을 내려놓는 첫걸음은 이런 인정에서 시작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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