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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사 - 국망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거울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2
박은식 지음, 김태웅 옮김 / 아카넷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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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혹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쓰여진 우리나라의 역사. 그것도 한문으로. 분명 고조선 환웅부터 시작해서 곰과 호랑이 그리고 삼국시대로 이어지는 뻔한 역사적 배경이 떠오론다.

그러나 한국통사는 그런 생각으로 책을 열었던 나를 잠시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자세히 소개하는 내용으로 독자들을 안심시킨다. 우리나라의 영토가 동서남북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그 지리적 특성이 외국의 어떤 나라들과 비슷한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토가"동경 125도 5분에서 135도 5분에 이르고, 북위 33도 46분에서 43도 2분"(p.42)에 이른다는 좌표까지 언급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신선한 충격마저 느꼈다. 저자가 당시 한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점, 지리에 관심이 컸다는 점, 그리고 당시의 유럽에서도 지리학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등을 역해자는 차례차례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이런식의 체계적인 저서들이 좀 더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이책을 반기게 된다. 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 끼어서 영토주권과 주변 해역의 제해권문제로 골머리를 알고 있는 지금에서야 박은식 선생의 통찰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동해가 다른나라사람들에게는 일본해로 알려져 있어서 그 인식을 바꾸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를 생각하면 박은식 선생이 한국통사를 쓰면서 이부분에 좀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 뒤로 대원군의 정치에 대한 박은식 선생의 논평으로 이어진다. 선생은 대원군이 "그 배운 바가 없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였다"(p56)고 한탄하였다. 당시의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헤쳐나갈만한 식견이 부족했다는 뼈아픈 지적일 것이다. 프랑스와의 연이은 전투에서 승리한 대원군과 백성들은 서양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우습게 보고 쇄국정책을 단행하였다. 또한 마을 곳곳마다 척화비를 세우고 싸움을 독려했다. 대원군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더라면 그 뒤로 이어지는 대한제국의 가슴아픈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어떤인재를 배출할지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던 박은식 선생의 생각에 따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으며 산세가 험한 곳에 산성을 쌓고 방어할 경우 침략해들어온 적을 방어하기에 유리하다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대원군으로 하여금 쇄국정책을 부추겼다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땅의 형세가 인물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청년들에게 지리 연구를 통하여 뜻과 기개를 키우고 마음의 바탕을 닦아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p.49"

 

 최근 세계는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산업 체계가 진화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선진국들만의 잠재력과 기발한 상상력이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패러다임 체인지의 시대가 된 것이다. 구글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거대한 기업들이 규모를 알 수 없는 무한대의 정보를 축적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경제 생태계를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는 알파고 신드롬을 통해 미래의 사회가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아주 조금 커튼의 틈을 열어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뿐이 아니다.  페이팔, 테슬라 전기자동차, 스페이스 X 펠콘 우주로켓, 솔라시티. 이런 엄청난 미래 산업을 일구어낸 사람은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이미 넘어선 앨론 머스크라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을 하나로 이으면 가까운 미래에 전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지구라는 한정된 영토는 화성까지 확장되고 지구와 화성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된다. 석유에너지에 묶여있던 에너지시장은 태양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의해 고삐가 풀리게 된다. 사이버 머니가 현실의 지폐를 대체하고 이런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차례차례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뛰어난 인재들과 멋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있지만 혁신을 뒷받침할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이 몇 박자 뒤쳐지고 있다. 규제와 과거의 성공에 대한 안주가 앞으로 질주해야할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막는 일이 계속되다보면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볼 때 지금 우리 시대를 쇄국정책과 경복궁중건으로 얼룩졌던 대원군 시대의 반복으로 볼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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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해설 징비록 - 한국의 고전에서 동아시아의 고전으로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5
류성룡 지음, 김시덕 옮김 / 아카넷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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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약방문이란 말이 있다. 비슷한 속담으로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도 있다. 미리 대비해서 큰 화를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세상사는 이치가 그렇게 쉽지만은 안은 법이라 예나 지금이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참 많다. 지나놓고 보면 분명 그 일을 막을 기회와 힘이 충분이 있었다는걸 깨달을 때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일을 교훈삼아 나중에 비슷한 어려움이 생기는 걸 막으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그 때의 간절함과 뼈를 깍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리라.

일본과 우리나라의 전면전을 가상으로 쓴 소설이 있다. 그 소설에서 우리나라는 간신히 일본을 물리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그러나 초반에 해군력과 공군력에서 터무니 없이 밀리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중에 어느 하나 만만한 나라가 없다.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 세계 초강대국들이고 공군과 해군 그리고 미사일같은 첨단 무기에서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만약에 임진왜란이 21세기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난다면 우리는 과연 미리 대비해서 적들을 잘 막아낼 수 있을까. 이순신장군과 같은 영웅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임진왜란이 끝나갈무렵 명나라와 일본은 조선은 무시하고 자기내들끼리 조선의 미래를 놓고 감놔라 대추놔라 하고 있었다. 명나라에서는 조선이 무능하니까 아예 이 기회에 조선땅을 분할해서 일본을 막아낼 만한 자들에게 나누어주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러한 소문이 조선의 백성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퍼져나갈 정도였고 선조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한강을 기준으로 나라를 나누려 한다는 말도 돌았다.

"조선이 왜군을 방어하지 못하고 중국까지 걱정을 끼치니, 당연히 그 나라를 두세 개로 나누어 왜적을 막아 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어 그로 하여금 조치하도록 하고, 중국의 번폐국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p.452


        

"조선분할론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강화 조건으로 제시한 조건에 들어 있는데, 워낙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금방 소문이 퍼진 것 같다. 역사상 한반도는 두분의 분할 역사가 있다. 한 번은 통일신라와 발해 시절이고, 또 한 번은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상황이 나쁘게 흘러갔다면 임진왜란 때 또 한 번의 분할이 있었을 것이다." p.454


  일본은 자기네 땅으로 돌아갈것 처럼 소문을 내면서 조선땅의 남쪽에 아예 영구적인 기지를 만들려고 했다. 또 한 편으로는 한강 이남의 조선땅을 소유하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 땅을 지키는데 남의 손을 빌리면 결국 이런 결말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걸까. 그 때 만약 이순신 장군이 일본의 수군이 무사히 돌아가도록 길을 열어줬다면 일본은 순순히 자기 나라로 돌아갔을까. 모함을 통해서 이순신 장군을 우리 민족의 손으로 죽이고 한강 이남의 조선 땅을 차지했을 것이다.  실재로 이순신 장군은 한양으로 압송되서 죽기 일보직전까지 옥고를 겪다가 일본 수군에 의해서 조선의 수군이 완전히 격파되자 겨우 풀려나 백의종군하게 된다. 

<징비록>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오늘 우리가 처한 역사적 상황이 7년동안 이 땅에 수많은 피를 뿌리던 그 때와 하나도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 때는 이순신 장군의 살신성인으로 이 땅의 절반이라도 마다않고 한 입에 삼키려는 일본의 계획을 막아냈지만 오늘 현실은 우리 땅이 반으로 찢겨서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나라가 하나로 통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그 시기가 아주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 또 강대국들의 손을 빌린다면 그 통일은 알맹이는 쏙 빼앗기고 허울만 좋은 통일이 될 지도 모른다. 진정한 통일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최선을 다할 때 이루어 질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만 한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며 4회에 걸친 <징비록>리뷰를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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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해설 징비록 - 한국의 고전에서 동아시아의 고전으로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5
류성룡 지음, 김시덕 옮김 / 아카넷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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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들이 침략한다는 소문이 날로 급해지자 임금이 장군을 천거하라고 명령한다. 그 때 조정에 있던 장군들중에 신립과 이일이 가장 명성이 높았다. 이순신은 과거에 합격한뒤 10여년동안 출세하지 못하다가 겨우 정읍현감이 되어 있었다. 이 때 류성룡이 이순신을 천거해서 여러 단계를 건너뛰어 수군 절도사로 승진을 하게 된다.

류성룡이 자신의 치적에 대해 공을 내세운 여러가지 일 중에 이순신을 천거한 것이야 말로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무능한 장군. 아니 그냥 평범한 장군이 있었다면 전쟁의 승패는 어떠했을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전쟁 초반에 이일이 패하고 신립이 충주에서 크게 패한다.

험한 곳을 버리고 지키지 않았으며 명령이 번잡하고 소란스러웠으니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신립이 패할 것을 알았다. p.198

당시 가장 명성이 있던 두 장군이 차례로 대패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적을 미리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하고 방어의 요충지를 죽기로 지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신립은 적의 대군이 가까이 진군한 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정보를 알려준 군관의 목을 베기까지 하는 황당한 실책을 범했다. 그리고 해상에 있던 경상좌수사 박홍은 단 한 명의 병사도 보내지 않고 경상 우수사 원균은 가장 많은 배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적을 보고 달아나서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적은 북을 치며 수백리를 거침없이 북상하여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상주에 이르렀다. 지세가 험하고 지키기 수월한 곳마다 번번히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적들은 무풍지대처럼 수월히 진군하였다. 얼마나 조선의 장수들과 임금을 깔보고 비웃었을지 눈에 훤하다.

곧 임금은 한양을 버리고 평양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고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서 원병을 청하게 되었다. 도원수 김명원은 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감히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병기.총포.기계를 강에 가라앉히고 옷을 바궈 입어 달아났다.

이런 글들을 읽고 있자니 그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평상시에 대비하지 못해서 큰 참사를 부른 일이 어디 한 두번이겠는가. 그 일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재"라는 두 글자일 것이다. 적재 적소에 훈련된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자기 소명을 다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거나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그렇게 큰 피해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선장은 옷을 바꿔 입고 배를 버리고 높은 직위에 있는 공무원들과 책임자들은 모두 우왕자왕하는 틈에 애꿎은 어린 학생들만 무수히 죽어갔다.

전쟁이 터진다 한들 그들의 하는 꼴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밑에 있는 병사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싸워도 제대로 된 지휘와 작전이 없다면 적은 무풍지대를 건너듯 휴전선을 돌파할 것이고 과거의 한양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버려졌던 것 처럼 현재의 수도 서울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다. 돈있고 힘있는 자들부터 먼저 서울을 빠져나간 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들이 건너고 있는 한강 다리를 서둘러 폭파하라는 명령을 내릴것이다. 마치 6.25전쟁초기에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임금은 평양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가게 되고 결국 평양성은 적에게 함락되고 만다. 한편 경상우수사 원균이 적의 기세에 놀라서 100여척의 배와 화포. 병기를 모두 바다에 가라앉힌 다음 4척의 배만 이끌고 도망쳤다가 이영남의 충고로 전라수군절도사 이순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순신이 처음에는 각자 맞은 지역이 있는데 임금의 명이 없이 함부로 군사를 움직일 수 없다고 하다가 40여척의 판옥선을 이끌고 거제도 앞바다로 도우러 나왔고 지형을 잘 이용하여 적을 물리쳤다.
이 후로도 이순신의 싸움에는 적보다 훨씬 불리한 싸움에서 지형을 이용한 계략으로 적을 물리치는 놀라운 승리를 많이 이끌어 냈다. 이러한 계략은 단순히 머리가 좋거나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밤을 새워가며 지형을 연구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에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지를 끊임없이 연구한 성과였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이순신과 같은 인재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무능한 상사 밑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 뛰어난 인재들이 두각을 드러낼 때마다 그들을 시기하고 서열과 나이를 앞세워서 좁은 테두리안에 가둬두려는 권문세족들이 지금도 판을 치고 있을 것이다. 역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는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날카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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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침공 제5침공 The Fifth Wave 시리즈
릭 얀시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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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의 볼모지인 우리나라는 굵직한 sf 대작들이 줄줄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 묘한 감상에 젖는다. 좋은 책과 좋은 영화가 또 한 편 세상에 빛을 발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점은 좋다. 그러나 딱 봐도 세계의 중심은 미국이고 사건의 중심도 미국이다. 이 책의 경우처럼 외계인 컨택이 주제인 경우 우연히 외계인이 불시착하는 장소는 항상 미국이다. 그리고 외계인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심지어 외모조차 백인 모습이다. 이건 아니다.

다행히 영화 <제5의 침공>의 원작 <피프스 웨이브 The 5th Wave>의 외계인은 좀 별난 모습이라 약간 분이 가라앉는다. 최근 추세는 외계인들이 지구인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생 생명체라는 설정이 어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외계인들은 아주 오랫 옛날 부터 인간들의 틈에 섞여 살면서 인간들을 감시해왔으며 인간의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에 은밀히 아기의 뇌를 지배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런 설정은 스티븐 킹의 소설 혹은 스테파니 메이어의 소설 <호스트>의 설정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여진다. <호스트>에서 외계인들은 뇌수술을 통해 자신들의 동족이 생포한 인간의 뇌에 외계인 동족들을 이식해서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한다. 그들의 모습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나비형태의 빛덩어리로 묘사된다. 반면에 <피프스 웨이브>의 외계인들은 수백만광년을 여행하기 위해 자신들의 육체를 포기하고 정신만 남은 채로 존재한다.

<호스트>와 <피프스 웨이브>의 또다른 공통점은 외계인들이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을 때 그 인간의 원래 성격이나 의지가 외계인에 지배당한 몸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외계생명체가 주인공의 몸을 점령했지만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인간의 편에 서서 같은 동족인 외계문명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게 돕는다.

<호스트>와 <피프스 웨이브>의 세번째 공통점은 주인공이 고등학생정도의 여학생이고 주인공에겐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할 어린 남동생이 있으며 두 명의 멋진 훈남 오빠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설정이 현재의 미국에서 가장 확실하게 먹히는 설정인가 보다. SF에도 일종의 유행이 있는거다. 그렇다고 외계 생명체가 유행따라 지구를 침공하지는 않을 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
고 줄거리에 집중해보자.

소설의 제목인 THE 5TH WAVE는 외계인의 거대 마더쉽이 지구에 근접하면서 차례 차례 인간들을 살육해나가는 단계중 5단계를 의미한다.
소설에서는 '파동'이라고 번역했지만 어쩐지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 놓으니 좀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첫번째 파동인 EMP 공격으로 지구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전자기계와 항공기 그리고 자동차가 순식간에 고철로 변하고 만다. 두번째 파동은 지진 해일. 세번째 파동은 에볼라 비슷한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세번째 파동으로 전 인류의 대부분이 고통당하며 죽는다. 사람들은 세번째 파동을 붉은 쓰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70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온몸에 피를 흘리며 죽어갔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엄마도 온몸에 피를 흘리며 고통당하다 죽는다. 주인공의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라이트-페터슨 공군기지로 무작정 발검음을 돌린다.

그러나 사실 라이트-페터슨 공군기지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다섯번째 파동을 준비중인 전초기지였다.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인간들 속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던-정확히는 인간들의 뇌 속에 자리잡은 채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외계인들( 이들이 바로 4번째 파동이다.)이 12살 미만의 어린아이들만 붙잡아다가 인간을 헌팅하기 위한 특수부대로 훈련시키는 것이 바로 5번째 파동이다. 주인공 캐시 설리번의 동생 새미도 라이트-페터슨 기지로 잡혀간다. 우연히도 그곳에서 고등학생일 때 캐시혼자 짝사랑하던 킹카 벤과 같은 소대에서 훈련을 받게 된다. 벤과 새미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잔인한 특수부대원으로 변해가는 동안 주인공 캐시는 다리에 총을 맞은 채 애번이라는 훈남 오빠에게 구출되어서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받고 있다. 애번은 가족을 모두 잃고 농장에서 사냥을 하며 혼자 살고 있는 근육질의 잘 생긴 청년이다. 둘 사이에는 초반부터 썸이 팍팍 불타오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캐시는 에번에 대한 의심이 싹트게 된다. 결국 애번이 외계인중에서도 상 외계인, 즉, 지도자급 외계인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에 총을 쏜 '소리 없는 자'(외계인 중에 숲이나 길가에서 사람들을 사냥하는 헌터를 지칭하는 표현)가 바로 에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번은 캐시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같이 새미를 구하러 라이트-페터슨 기지를 향해 출발한다.

뭐 이정도면 그 뒤의 스토리는 안봐도 비디오다. 그래도 혹시 너무너무 그 뒤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사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sf 소설에 관심을 갖고 주머니를 열 때 우리나라에도 sf 장르가 활짝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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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 - 100년 동안 인류가 뇌에 관해 밝혀온 모든 것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박인용 옮김, 정용 감수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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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신드롬이 한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단순반복작업은 물론 창의적인 일까지 넘볼 것이라는 분석을 보면서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이 노래도 작곡하고 심지어 소설도 쓰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앞에 인간의 고유성이 희미해져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실 인간의 뇌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작한 슈퍼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 약 900억개로 이루어지며, 시냅스가 약 1000조개 에 달한다.' (pp.40~41)

성능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알파고를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자신의 뇌에 대해 아는것이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어떻게 뇌의 기능을 최대로 활성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서 우리는 눈을 감은 채 바닷가의 모래사장을 더듬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100% 활용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구상에는 수십억명의 아인슈타인과 호킹박사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만이나 마약중독과 같은 건강에 관한 문제도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물론 뇌손상이나 알츠하이머같은 질병도 아주 쉽게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일들이 당장 나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험기간에 밤잠을 안자면서 두눈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공부할 내용을 더 쉽게 암기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 봤을 것이다. 심지어 잠 안오는 약이나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영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 이상의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머리좋아지는 약을 먹었다고 대답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인간의 두뇌가 급속도로 좋아질 리는 없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꾸준한 속도로 인간의 뇌에 대해 새로운 내용을 밝혀내고 있다는 점은 언젠가 이런 연구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으리라고 기대해봄직 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적당한 책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과학지식만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페이지를 휙휙 넘길정도의 전문 지식을 50개의 주재로 백과사전처럼 나열해 놨다. 마치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에서 뇌에 대한 부분을 따로 수집해서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한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특히 내가 이 책을 열기 전에 이 책에서 발견하기를 고대했던 내용은 인간의 뇌에 대한 과학자들의 최근의 새로운 발견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인간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경로로 지식을 습득해 왔기 때문에(물론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정도에서) 그 연장선에서 뭔가 새로운 내용은 없을까 내심 기대한 상태에서 책을 열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는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훌륭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2000년에 처음 거론된 재응고 개념은, 진행 과정에서 기존의 기억흔적에 새 정보가 통할될 수 있기 때문에, 기억 재구축의 기반이 되는 메커니즘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응고된 기억은 상대적으로 안정된다고 오랫동안 여겨져왔기 때문에, 아직 논의가 분분하다."(p.79)

"2004년 연구자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두려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쥐의 편도체에 프로프라놀롤(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는 베타수용체 차단제)을 주사했다. 이 약물은 기억 재응고 과정에 간섭해 두려워하는 반응을 없앴다. 몇 년 뒤 다른 연구진에서 프로프라놀롤이 인간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고했다.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 데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pp. 80~81)

"인간의 뇌는 10세 무렵에 온전한 크기에 이르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이때 뇌 발달이 완성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수년 전 연구자들은 전전두피질이 20대 후반까지 계속 성숙한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이 부위에서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사춘기 이후에도 일어나며, 그건은 의사결정이나 다른 복잡한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세포 회로의 미세 조정에 필요한 일이다."(p.113)

"청소년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이것이 전전두피질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 그리고 전전두피질과 해마 사이의 연결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차츰 의사 결정 과정에 통합된다는 의미다."(pp.121~122)

"이제 인간의 뇌에서도 평생 새 세포가 생긴다고 널리 믿어지면서, 건강한 뇌와 병든 뇌에 관한 우리의 사고 방식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 훈련을 통해 성체 신경형성을 촉발해서 나이에 따른 인지능력 쇠퇴는 물론, 알츠하이머병과 우울증 같은 증상도 털어낼 수 있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이것은 오늘날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분야이지만, 성인의 뇌에서 새 세포가 생기는지 여부는 아직도 뜨거운 논의 대상이다."(pp. 188~189)

이렇게 뇌 연구에 대한 최신 경향을 쪽집게 과외강사처럼 콕콕 집어주는 면이 이 책의 장점인것 같다. 그것이 왜 장점이 될 수 있는가 하면, 일반인이 뇌 과학에 대해 접근하고자 할 때 보통은 두 가지의 벽에 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첫째는 너무 광범위한 자료에 파뭍혀 자기가 찾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다. 둘째는 원하는 내용을 잘 찾아내서 읽는다 하더라도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의학박사들이 아니면 절대 알 수없는 내용들의 연속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적당히 전문적이면서도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졸지만 않았다면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가면서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근의 뇌과학 연구의 성과를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내 두뇌를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할 것인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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