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 - 100년 동안 인류가 뇌에 관해 밝혀온 모든 것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박인용 옮김, 정용 감수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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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신드롬이 한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단순반복작업은 물론 창의적인 일까지 넘볼 것이라는 분석을 보면서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이 노래도 작곡하고 심지어 소설도 쓰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앞에 인간의 고유성이 희미해져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실 인간의 뇌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작한 슈퍼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 약 900억개로 이루어지며, 시냅스가 약 1000조개 에 달한다.' (pp.40~41)

성능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알파고를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자신의 뇌에 대해 아는것이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어떻게 뇌의 기능을 최대로 활성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서 우리는 눈을 감은 채 바닷가의 모래사장을 더듬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100% 활용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구상에는 수십억명의 아인슈타인과 호킹박사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만이나 마약중독과 같은 건강에 관한 문제도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물론 뇌손상이나 알츠하이머같은 질병도 아주 쉽게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일들이 당장 나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험기간에 밤잠을 안자면서 두눈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공부할 내용을 더 쉽게 암기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 봤을 것이다. 심지어 잠 안오는 약이나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영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 이상의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머리좋아지는 약을 먹었다고 대답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인간의 두뇌가 급속도로 좋아질 리는 없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꾸준한 속도로 인간의 뇌에 대해 새로운 내용을 밝혀내고 있다는 점은 언젠가 이런 연구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으리라고 기대해봄직 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적당한 책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과학지식만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페이지를 휙휙 넘길정도의 전문 지식을 50개의 주재로 백과사전처럼 나열해 놨다. 마치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에서 뇌에 대한 부분을 따로 수집해서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한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특히 내가 이 책을 열기 전에 이 책에서 발견하기를 고대했던 내용은 인간의 뇌에 대한 과학자들의 최근의 새로운 발견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인간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경로로 지식을 습득해 왔기 때문에(물론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정도에서) 그 연장선에서 뭔가 새로운 내용은 없을까 내심 기대한 상태에서 책을 열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는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훌륭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2000년에 처음 거론된 재응고 개념은, 진행 과정에서 기존의 기억흔적에 새 정보가 통할될 수 있기 때문에, 기억 재구축의 기반이 되는 메커니즘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응고된 기억은 상대적으로 안정된다고 오랫동안 여겨져왔기 때문에, 아직 논의가 분분하다."(p.79)

"2004년 연구자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두려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쥐의 편도체에 프로프라놀롤(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는 베타수용체 차단제)을 주사했다. 이 약물은 기억 재응고 과정에 간섭해 두려워하는 반응을 없앴다. 몇 년 뒤 다른 연구진에서 프로프라놀롤이 인간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고했다.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 데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pp. 80~81)

"인간의 뇌는 10세 무렵에 온전한 크기에 이르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이때 뇌 발달이 완성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수년 전 연구자들은 전전두피질이 20대 후반까지 계속 성숙한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이 부위에서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사춘기 이후에도 일어나며, 그건은 의사결정이나 다른 복잡한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세포 회로의 미세 조정에 필요한 일이다."(p.113)

"청소년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이것이 전전두피질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 그리고 전전두피질과 해마 사이의 연결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차츰 의사 결정 과정에 통합된다는 의미다."(pp.121~122)

"이제 인간의 뇌에서도 평생 새 세포가 생긴다고 널리 믿어지면서, 건강한 뇌와 병든 뇌에 관한 우리의 사고 방식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 훈련을 통해 성체 신경형성을 촉발해서 나이에 따른 인지능력 쇠퇴는 물론, 알츠하이머병과 우울증 같은 증상도 털어낼 수 있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이것은 오늘날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분야이지만, 성인의 뇌에서 새 세포가 생기는지 여부는 아직도 뜨거운 논의 대상이다."(pp. 188~189)

이렇게 뇌 연구에 대한 최신 경향을 쪽집게 과외강사처럼 콕콕 집어주는 면이 이 책의 장점인것 같다. 그것이 왜 장점이 될 수 있는가 하면, 일반인이 뇌 과학에 대해 접근하고자 할 때 보통은 두 가지의 벽에 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첫째는 너무 광범위한 자료에 파뭍혀 자기가 찾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다. 둘째는 원하는 내용을 잘 찾아내서 읽는다 하더라도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의학박사들이 아니면 절대 알 수없는 내용들의 연속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적당히 전문적이면서도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졸지만 않았다면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가면서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근의 뇌과학 연구의 성과를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내 두뇌를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할 것인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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