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침공 제5침공 The Fifth Wave 시리즈
릭 얀시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sf의 볼모지인 우리나라는 굵직한 sf 대작들이 줄줄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 묘한 감상에 젖는다. 좋은 책과 좋은 영화가 또 한 편 세상에 빛을 발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점은 좋다. 그러나 딱 봐도 세계의 중심은 미국이고 사건의 중심도 미국이다. 이 책의 경우처럼 외계인 컨택이 주제인 경우 우연히 외계인이 불시착하는 장소는 항상 미국이다. 그리고 외계인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심지어 외모조차 백인 모습이다. 이건 아니다.

다행히 영화 <제5의 침공>의 원작 <피프스 웨이브 The 5th Wave>의 외계인은 좀 별난 모습이라 약간 분이 가라앉는다. 최근 추세는 외계인들이 지구인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생 생명체라는 설정이 어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외계인들은 아주 오랫 옛날 부터 인간들의 틈에 섞여 살면서 인간들을 감시해왔으며 인간의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에 은밀히 아기의 뇌를 지배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런 설정은 스티븐 킹의 소설 혹은 스테파니 메이어의 소설 <호스트>의 설정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여진다. <호스트>에서 외계인들은 뇌수술을 통해 자신들의 동족이 생포한 인간의 뇌에 외계인 동족들을 이식해서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한다. 그들의 모습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나비형태의 빛덩어리로 묘사된다. 반면에 <피프스 웨이브>의 외계인들은 수백만광년을 여행하기 위해 자신들의 육체를 포기하고 정신만 남은 채로 존재한다.

<호스트>와 <피프스 웨이브>의 또다른 공통점은 외계인들이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을 때 그 인간의 원래 성격이나 의지가 외계인에 지배당한 몸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외계생명체가 주인공의 몸을 점령했지만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인간의 편에 서서 같은 동족인 외계문명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게 돕는다.

<호스트>와 <피프스 웨이브>의 세번째 공통점은 주인공이 고등학생정도의 여학생이고 주인공에겐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할 어린 남동생이 있으며 두 명의 멋진 훈남 오빠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설정이 현재의 미국에서 가장 확실하게 먹히는 설정인가 보다. SF에도 일종의 유행이 있는거다. 그렇다고 외계 생명체가 유행따라 지구를 침공하지는 않을 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
고 줄거리에 집중해보자.

소설의 제목인 THE 5TH WAVE는 외계인의 거대 마더쉽이 지구에 근접하면서 차례 차례 인간들을 살육해나가는 단계중 5단계를 의미한다.
소설에서는 '파동'이라고 번역했지만 어쩐지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 놓으니 좀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첫번째 파동인 EMP 공격으로 지구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전자기계와 항공기 그리고 자동차가 순식간에 고철로 변하고 만다. 두번째 파동은 지진 해일. 세번째 파동은 에볼라 비슷한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세번째 파동으로 전 인류의 대부분이 고통당하며 죽는다. 사람들은 세번째 파동을 붉은 쓰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70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온몸에 피를 흘리며 죽어갔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엄마도 온몸에 피를 흘리며 고통당하다 죽는다. 주인공의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라이트-페터슨 공군기지로 무작정 발검음을 돌린다.

그러나 사실 라이트-페터슨 공군기지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다섯번째 파동을 준비중인 전초기지였다.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인간들 속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던-정확히는 인간들의 뇌 속에 자리잡은 채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외계인들( 이들이 바로 4번째 파동이다.)이 12살 미만의 어린아이들만 붙잡아다가 인간을 헌팅하기 위한 특수부대로 훈련시키는 것이 바로 5번째 파동이다. 주인공 캐시 설리번의 동생 새미도 라이트-페터슨 기지로 잡혀간다. 우연히도 그곳에서 고등학생일 때 캐시혼자 짝사랑하던 킹카 벤과 같은 소대에서 훈련을 받게 된다. 벤과 새미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잔인한 특수부대원으로 변해가는 동안 주인공 캐시는 다리에 총을 맞은 채 애번이라는 훈남 오빠에게 구출되어서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받고 있다. 애번은 가족을 모두 잃고 농장에서 사냥을 하며 혼자 살고 있는 근육질의 잘 생긴 청년이다. 둘 사이에는 초반부터 썸이 팍팍 불타오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캐시는 에번에 대한 의심이 싹트게 된다. 결국 애번이 외계인중에서도 상 외계인, 즉, 지도자급 외계인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에 총을 쏜 '소리 없는 자'(외계인 중에 숲이나 길가에서 사람들을 사냥하는 헌터를 지칭하는 표현)가 바로 에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번은 캐시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같이 새미를 구하러 라이트-페터슨 기지를 향해 출발한다.

뭐 이정도면 그 뒤의 스토리는 안봐도 비디오다. 그래도 혹시 너무너무 그 뒤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사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sf 소설에 관심을 갖고 주머니를 열 때 우리나라에도 sf 장르가 활짝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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