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사 - 국망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거울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2
박은식 지음, 김태웅 옮김 / 아카넷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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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혹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쓰여진 우리나라의 역사. 그것도 한문으로. 분명 고조선 환웅부터 시작해서 곰과 호랑이 그리고 삼국시대로 이어지는 뻔한 역사적 배경이 떠오론다.

그러나 한국통사는 그런 생각으로 책을 열었던 나를 잠시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자세히 소개하는 내용으로 독자들을 안심시킨다. 우리나라의 영토가 동서남북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그 지리적 특성이 외국의 어떤 나라들과 비슷한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토가"동경 125도 5분에서 135도 5분에 이르고, 북위 33도 46분에서 43도 2분"(p.42)에 이른다는 좌표까지 언급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신선한 충격마저 느꼈다. 저자가 당시 한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점, 지리에 관심이 컸다는 점, 그리고 당시의 유럽에서도 지리학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등을 역해자는 차례차례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이런식의 체계적인 저서들이 좀 더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이책을 반기게 된다. 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 끼어서 영토주권과 주변 해역의 제해권문제로 골머리를 알고 있는 지금에서야 박은식 선생의 통찰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동해가 다른나라사람들에게는 일본해로 알려져 있어서 그 인식을 바꾸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를 생각하면 박은식 선생이 한국통사를 쓰면서 이부분에 좀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 뒤로 대원군의 정치에 대한 박은식 선생의 논평으로 이어진다. 선생은 대원군이 "그 배운 바가 없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였다"(p56)고 한탄하였다. 당시의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헤쳐나갈만한 식견이 부족했다는 뼈아픈 지적일 것이다. 프랑스와의 연이은 전투에서 승리한 대원군과 백성들은 서양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우습게 보고 쇄국정책을 단행하였다. 또한 마을 곳곳마다 척화비를 세우고 싸움을 독려했다. 대원군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더라면 그 뒤로 이어지는 대한제국의 가슴아픈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어떤인재를 배출할지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던 박은식 선생의 생각에 따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으며 산세가 험한 곳에 산성을 쌓고 방어할 경우 침략해들어온 적을 방어하기에 유리하다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대원군으로 하여금 쇄국정책을 부추겼다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땅의 형세가 인물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청년들에게 지리 연구를 통하여 뜻과 기개를 키우고 마음의 바탕을 닦아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p.49"

 

 최근 세계는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산업 체계가 진화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선진국들만의 잠재력과 기발한 상상력이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패러다임 체인지의 시대가 된 것이다. 구글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거대한 기업들이 규모를 알 수 없는 무한대의 정보를 축적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경제 생태계를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는 알파고 신드롬을 통해 미래의 사회가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아주 조금 커튼의 틈을 열어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뿐이 아니다.  페이팔, 테슬라 전기자동차, 스페이스 X 펠콘 우주로켓, 솔라시티. 이런 엄청난 미래 산업을 일구어낸 사람은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이미 넘어선 앨론 머스크라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을 하나로 이으면 가까운 미래에 전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지구라는 한정된 영토는 화성까지 확장되고 지구와 화성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된다. 석유에너지에 묶여있던 에너지시장은 태양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의해 고삐가 풀리게 된다. 사이버 머니가 현실의 지폐를 대체하고 이런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차례차례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뛰어난 인재들과 멋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있지만 혁신을 뒷받침할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이 몇 박자 뒤쳐지고 있다. 규제와 과거의 성공에 대한 안주가 앞으로 질주해야할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막는 일이 계속되다보면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볼 때 지금 우리 시대를 쇄국정책과 경복궁중건으로 얼룩졌던 대원군 시대의 반복으로 볼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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