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가? - 최신 소립자론 입문 대우휴먼사이언스 7
무라야마 히토시 지음, 김소연 옮김, 박성찬 감수 / 아카넷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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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때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은 후로 나는 항상 우주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 우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슴 한 구석에 있었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우주는 워낙 방대하고 전문가들의 영역처럼 느껴져 이 분야 저 분야를 기웃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무라야마 히토시의<왜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한 나의 지식을 최신으로 업데이트시키기에 적당한 책이었다. 특히 물리학자들이 소립자와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입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게 된 배경과 그것들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차례로 추적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우주의 탄생과 소립자에 대한 연구로 세계 최전선의 자라를 계속 지켜나가며 노벨상까지 탄 일본의 저력에 내심 부러움을 느꼈다.

 

1897년 최초의 소립자인 전자를 발견한 이래 과학자들은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37년에는 muon이라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 1954년에는 중성미자가 발견되었다. 1962년에는 mu 입자가 발견되었다. 1964년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과 조지 츠바이크가 양성자와 중성자가 쿼크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쿼크 모델을 발표했다. 1973년 고바와시-마스카와 이론이 발표된 후 과학자들은 새로운 소립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벌였다. 그리고 고바와시-마스카와 이론대로 위쿼크와 아래쿼크 삼형제가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집념도 대단하지만 자신들의 발견에 이름을 붙일 때 익살스러움도 잊지 않는 듯하다.

 

소립자에 대한 이론들을 증명하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등지에서 수많은 실험이 계속되었는데 그 실험이라는 게 모두 무시무시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가속기가 필요하다는게 함정이다. <천사와 악마>에서 등장하기도 해서 잘 알려진 스위스 CERN의 입자 가속기라든지 일본의 J-PARK 가속기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포항에 1.km길이의 4세대 가속기를 건설 중이다. 또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들고 거기에 중이온가속기(RAON)를 만들 계획에 있다. 이를 위해 2021년까지 14298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나 과거에 충청지역에 과학벨트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전대통령의 공약이 있었지만 안타깝게 무산된 적이 있기에 이 계획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인 듯하다.

 

이런 연구들이 실생활과는 아무 관련없는 기초과학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을 때 일본은 소립자 연구를 통해서 화산폭발의 징후를 알아낸다든지 지구 중심을 들여다보는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소립자 연구는 태양의 중심을 연구하거나 우주탐사에 사용되는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의 뒤를 이어 새로운 방법으로 우주를 관측할 길을 개척하고 있다.

 

초신성의 탄생과 사멸이 우주물리학자들의 감탄을 자아내듯 어떤 학자들이 어떤 이유로 두각을 나타내게 되는지, 그리고 자신의 업적을 빛내다가 얼마가지 않아 더 젊은 학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하는 묘한 경쟁관계를 읽어나가는 재미도 있다.

 

흔히 힉스입자를 신의 입자라 부르지만 사실은 힉스입자를 찾기가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어려워서 갓뎀파티클이라고 부렀던 것이 나중에 갓파티클로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201211월 이 힉스입자의 발견은 전 세계의 과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최초에 이 힉스입자를 예견한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 박사와 피터 힉스박사는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안타깝게도 2011년에 사망한 로버트 브라우트 박사는 그 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상은 사후에 수여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이론을 발표해놓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예견대로 신의 입자인 힉스입자가 발견되어 노벨상을 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아깝게 조금 일찍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바람에 노벨상을 타지 못하다니 우주만큼이나 사람들의 삶과 죽음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힉스입자라는 이름에도 황당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가장 먼저 힉스입자가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논문을 쓴 사람은 앙글레르 박사와 브라우트 박사였는데 2개월 뒤에 힉스 박사가 비슷한 논문을 쓰자 논문 심사위원이 새로운 입자가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조건으로 논문을 통과시켜 주었다. 그래서 그 입자의 이름에 힉스박사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인생의 영광은 과학계의 천재들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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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질문들 - 일러스트 다이어리북
미라 리 파텔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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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WHERE YOU ARE] 미라 리 파텔

        

 

 

이 책이 진짜 진짜 진짜 좋은점은 단순히 뭔가를 읽고 쓰는것 뿐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색도 칠하면서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 동안 잊고 있었다.
이 다이어리는 꼭 순서대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여기 저기 뒤적거리다 보면 내 마음에 콕! 하고 와 닿는 주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 거기에서 부터 시작하면 된다.
서문에서 저자도 밝혀 놓았듯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가장 힘든것인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발견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다이어리리를 통해서 위대한 사상가들과 교류할 수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나 자신의 내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 들려올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장점이나 유리한 점,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아이디어들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물론, 하루종일 한 번도 웃을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하루종일 땅만 쳐다보고 사느라 하늘을 한 번도 올려다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에게 불쾌한 말을 듣거나 지독히도 운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행복한 미소 지을 만한 일은 꼭 있게 마련이다.
만약 그런일이 정말로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생기게 만들면 된다. 냉장고를 열고 아이스크림을 꺼낸다든지, 아니면 맛있는 과일을 먹을 때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곤 한다. 그리고 뜨거운 커피 한 잔과 롤캐익 반쪽이면 세상이 다 내것 같이 흐뭇하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재미있는 책을 펼칠 때도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어쩔수가 없다.



 

        
        

 

 

사실, 나는 오늘도 과거에 메여서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나는 내 앞에 있는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다. 내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온전히 나 혼자라는 뜻이다.
과거가 내 발목을 잡을 때도 있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미래가 되도록 내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켜야만 한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꿈 열가지를 써보라는 빈 종이는 살면서 지금까지 수도 없이 여러번 받아보았다. 어렸을 때는 써 넣을 게 너무 많았는데 지금은 열 개는 커녕 세 개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 산다는건 이런걸까.
그만큼 꿈을 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까.




 

        
        

 

 

이 내용이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 다이어리를 기적의 다이어리라고 부르고 싶을 때도 있다. 기적은 가끔씩 내 삶을 노크한다. 그런데 나는 그 기적에 대해 충분한 감사를 하지 못했다. 내 삶에 찾아오는 기적과 같은 일들에 대해 감사하고 나의 잘못과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는 하나님과 가족에게 감사한다.
나의 삶이 기적이고 가족과 친구들이 기적이다.
사랑할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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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게 할 것인가 -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을 마케팅 핵심 키워드 25
이치원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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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중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가 있다. 월터는 라이프잡지사에서 사진을 현상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어머니를 부양하느라 특별한 여행한 번 못해 본 그의 유일한 취미는 멍때리며 상상하는 일이다. 월터는 직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셰릴을 좋아하지만 상상속에서만 멋진 대쉬를 할 뿐 현실에서는 말도 못 붙혀 보며 애만 태운다. 우연히 그녀가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 것을 알고 사이트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이유는 자기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터는 자기소개를 작성해주는 서비스에 가입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인생이 180도 변화하는 헤프닝이 벌어진다.  전설의 사진작가 숀을 찾아 헬리콥터를 타고 차가운 바닷물로 뛰어드는가 하면 화산폭발로 정신없는 아이슬랜드에서 멋진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숀은 낡은 비행기의 지붕위에서 아슬아슬한 포즈로 화산폭발장면을 카메라에 잡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숀을 찾아 여행금지 지역인 파키스탄의 눈 덮힌 히말라야 봉우리까지 간 월터는 이제는 멸종되어가는 전설의 눈표범을 찍기 위해 구식 필름카메라와 함께 매복하고 있는 숀을 만난다. 하지만 숀은 어떤 것은 사진이 아니라 마음에 남겨야 한다며 눈표범을 찍지 않고 훌훌 떠난다.

 

 

 

 

 


 

 


결국 월터는 흥미진진한 자기소개서와 함께 라이프지 최종호의 표지에 실릴 마지막 25번째 필름을 찾아왔지만  라이프지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대규모 인원 감축과 함께 종이잡지 대신 디지털화를 택한다. 25번째 필름은 알고보니 라이프지 앞에서 필름을 들여다보고 있는 월터를 찍은 것이었다. 월터는 우연히 셰릴과 재회하고 아이슬랜드에서 가져온 롱보드가 매개체가 되어 특별한 사이가 된다. 이 영화는 모든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구시대를 살아온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을 새롭게 PR하고 마케팅할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소재다.

 

 

 

 

 

 

 

 

요즘은 누구나 자신을 마케팅하는 시대임에 틀림없다. 직작인은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서 연봉협상을 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 오너분들이나 소상공인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청소년들도 인터넷을 통해 중고물품을 사고팔고 하며 마케팅을 하고 있다.

 

 

 21세기 들어서 소셜미디어는 일상의 모든 것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여러 가지 직업들이나 사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수익구조가 생겨나고 있다. 재능만 있다면 초등학생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일 뿐 아니라 방송이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사업이 이제는 누구라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컨텐츠를 브로드캐스팅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와 있다. 콘텐츠 소비 패턴은 쌍방향 간에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바뀌었고 이런 문화적 변화에 적응한 사람들은 인기 BJ나 스타 블러거 또는 1억명이 시청하는 스타 유튜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마케팅 기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나에게도 마케팅 기법이 필요할 때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몇 번의 작은 사업에서 쓴 고비를 맛본 나는 마케팅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몸소 체험한 셈이다. 그리고 임시직 강사를 하고 있는 요즘은 나 자신을 브랜드화해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건을 파는 것만큼이나 자신을 어필하고 멋있게 포장해서 꼭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마케팅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매력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와 광고 기법이 잘 매칭되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약간 어설퍼 보이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삽화를 이용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해주곤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이 책의 내용인 광고나 마케팅 기법같은 것들은 일반인에게 매우 어려운 내용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런 내용들이 이 책에서는 쉽고 간결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시장조사, 브렌드 네이밍, 타게팅, 포지셔닝, 컬레버레이션, 바이럴 마케팅, 코즈 마케팅 같은 전문 용이들이 한 챕터마다 한 두 개씩 나오지만 사실 이런 마케팅 전문지식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도 이런 기법들을 일부 우리의 것드로 만들어서 사용해오고 있다. 그것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필요가 있을 때 이 책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조금씩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내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마침 내 삶은 중요한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었다. 7년째 운영하던 사업을 정리했고 가족과 함께 운영하던 시설 역시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었다. 무기력하게 이런 변화에 질질 끌려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런 여러가지 문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런 경험들을 축적할 수 있는 아주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나의 약점과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고쳐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기 주어진 것으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수 많은 기회중 어떤 것을 붙잡고 어떤 것을 과감히 버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할 미래의 직업에서 이 책을 통해 배운 마케팅 기법을 착실하게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나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나만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몇 가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새로 배우기 시작한 것들도 있고 긍정적 사고방식과 효율적인 생활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엔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여러가지 도전을 통해 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도 세웠다. 어쩌면 몇 년 뒤 나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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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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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만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추리소설을 읽느라 밤을 새웠다. 393 페이지의 묵직한 느낌이지만 다 읽을 때까지 계속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역시 한여름 밤에 읽는 추리소설만한 것이 없다. 더욱 놀라운 점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이 소설이 ruth ware 라는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점이다. 역시 영국은 추리소설의 본고장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의 장점을 꼽으라면 추리소설이 갖추어야할 덕목들을 모두 챙기면서도 여성 특유의 차분한 필체로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잔인한 장면이나 끔찍한 내용 없이 현대 영국 젊은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도 쏠쏠한 재미중의 하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곤 했던 이유는 영국의 젊은이들과 학생들이 겪는 일상의 아픔들이 우리나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과 학생들의 그것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슴아픈 실연의 아픔 이 모든 것들은 만국 공통의 언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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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동안 연락 없이 지내던 학창시절 친구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 장소는 휴대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어두운 숲속 유리로 만든 별장이다.
가기 싫다는 자신의 생각과는 반대로 친구 니나와의 약속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싱글파티에 참여하는 노라.
사실 그녀의 본명은 리오노라 쇼.
클레어는 그녀를 '리'라고 부르고 유일하게 제임스는 그녀를 '리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자신을 '노라'라고 불러주길 희망한다. 물론 헛된 바람이다.

이야기가 서서히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 노라가 갑자기 모든것을 버리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10년전 그녀의 학창시절의 한 사건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심증이 점점 굳어진다.

노라는 10년전 남자친구였던 제임스에게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고 헤어진후 지금까지 제임스는 물론 가장 친한 친구였던 클레어와도 연락을 끊고 살았다. 흔히 있음직한 일이지만 노라의 이별에는 누구나 예상하듯 심상치 않은 비밀이 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비밀에 또 다른 비밀이 숨어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모든 면에서 완벽할뿐만 아니라 친구는 물론 선생님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클레어는 초등학교 등교첫날 노라의 옆자리에 앉으며 노라의 인생에 비집고 들어왔다. 클레어 덕분에 왕따를 면하긴 했지만 클레어는 모든것을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왕벌같은 강한 성격의 아이였다. 노라는 그런 클레어에게 고마워하면서도 클레어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그만 원룸에서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25살의 평범한 솔로다.

뭔가 트라우마가 있을것같은 그녀의 행동속에서 가장 도드라지는건 갑갑한 것을 못견디고 어딘가를 향해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듯 매일 무리할 정도로 달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달리기 습관은 소설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뿐 아니라 사건의 발생과 해결에 없어서는 않 될 중요한 핵심 장치로 자주 등장하며 이야기를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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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 이야기는 얘기치 못한 사고와 함께 주인공 노라가 온몸과 머리를 크게 다치고 기억상실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며 한 템포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노라의 첫사랑이었지만 10년전 한 통의 문자와 함께 헤어졌던 제임스가 알고보니 클레어의 결혼상대로 등장하며 모든것을 잊고 살던 노라의 마음속을 뒤흔든다. 제임스가 좋아하는 음식, 제임스의 미들네임, 제임스가 처음 데뷔한 연극, 그리고 제임스가 처음 동정을 잃은 날은....

클레어는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가지고 놀듯 약간 떨어진 곳에서 노라를 관찰하며 자신과 제임스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대한 노라의 반응을 즐기는듯 하다.

그리고 싱글파티에서 누군가 한밤중에 유리로 된 별장에 침입하다가 총에 맞아 살해당한다. 경찰은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노라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나씩 드러나는 증거들은 노라가 가장 유력한 살인 용의자라는점을 부각시킨다.

싱글파티에 초대되어 별장에 같이 있던 사람중 과연 누가 범인일까. 경찰이 제시한 결정적인 증거인 노라와 제임스사이의 문자 메시지. 그 메시지에 의하면 클레어는 절대 범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클레어의 절대적인 추종자 플로, 클레어와 연극계 동료인 톰, 클레어의 친구이면서 동시에 노라의 친구인 니나, 이렇게 셋중 한 명이 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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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출간된지 며칠 되지않은 따끈따끈한 최신작이라는 점과 이 책의 장르가 추리소설이라는 점을 고려해 스포일러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범인인지 그리고 살해된 사람은 누구인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또한 모든 추리소설의 백미는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동기!!! 이것도 역시 여기서 속 시원하게 밝히고 싶지만 ........
아직 한참이나 남은 무더운 여름을 위해서 남겨두기로 한다.

[출처] in a dark dark wood|작성자 ARCHA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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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라파엘 로젠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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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형태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기도 하다." p.168

 

"음악에 수학이 깃들어 있다." p.171

 

 

 

 

수학시험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수학의 참맛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른이 된 후로 수학은 숫자와 계산으로 이루어진 머리아픈 학문이 아니라 아주 재미있는 여러가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책은 이런 나의 깨달음과 부합하는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우주로 날아간 맨홀뚜껑, 플라톤 입체, 골프공의 딤플에 숨어있는 기하학, 루빅스 큐브의 조합과 알고리즘, 빗속에서 뛰면 10%정도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 생각하는 생명체와 기계의 구분에 앨런 튜링의 방법이 사용된다는것, 저글링 조합을 표시하는 사이트스왑이라는 표기방식, 내시의 게임이론, 구글번역이 문법에 의존하지 않고 확률에 의존한다는 사실, 알갱이 대류의 원리가 눈사태에서 사라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은 모두 100가지의 아주 특별한 수학 이야기들이 1부 형태, 2부 행동, 3부 패턴, 4부 특별한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수학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할 때가 가끔 있다. 그렇다고 전문 수학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디칠때 수학적 근거가 절실해지는 때가 있는데 관련 분야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관련서적을 찾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였다.

예를 들어본다면, 올해 봄에 지하수에서 나오는 물을 T자 배관을 이용해 부속건물에 연결한 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 연결한 건물은 물이 펑펑 잘 쏟아지는데, 원래 건물은 수압이 절반 이하로 약해진 것이다. 나는 이 문제가 T자 배관에서 생기는 소용돌이 난기류로 인한 지체현상은 아닐까 의심하게 됐다. 그래서 관련 지식을 찾기위해 여러사이트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지금도 그 일은 여전히 내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난기류로 남아있다.

또 개인적으로 체스를 좋아하는데 문제는 이상하게 실력이 늘지를 않는 것이다. 알고보면 체스게임이나 바둑에는 수많은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경우의 수가 있고 그 알고리즘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매우 중요할 때가 있다. 결국 수학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여가 시간에서조차 멀리할 수 없는 인간 삶의 후원자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특히 특히 내 관심을 잡아끄는 항목을 꼽으라면 21. 골프공에 홈이 있는 이유와 46. 내시 균형 49. 확률과 재판 62.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은 바둑의 경우의 수 등등이다.

46. 내시 균형에서는 내가 예전에 아주 흥미롭게 시청했던 러셀 크로우주연의 영화<뷰티풀 마인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학생이었던 존 내시가 우연한 기회에 게임이론을 생각해 낸다. 그러나 내시는 심각한 정신질환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기업을 비롯한 여러분야에서 내시의 게임이론이 활용되고 내시가 노벨상을 받으며 교수들로부터 동료로 인정받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수학이 단순한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람들의 심리와 선택에 폭넓게 관련되어 있다는걸 확실히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

49.번 확률과 재판에서 내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은 확률을 계산할 때 증거의 표집 편향때문에 엉뚱한 계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본문에는 1988년 셀리 클락이라는 영국 여성이 두 번 연속으로 아이를 낳은후 두 아이 다 유아 돌연사로 몇 주만에 숨지면서 유아 살해범으로 몰린 재판을 예로 들고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유아 돌연사가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런식의 생각(계산)을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그 확률을 계산할 때 표집 그룹을 어디까지로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이렀던 소와과의사는 한 가정에서 두 건의 영아돌연사 증후군이 일어날 확률은 7300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영국 샐퍼드 대학교의 한 수학 교수가 영아돌연사 증후군이 두 번 거듭해 일어날 확률이 두 번의 살인 사건 발생 확률보다 4.5배 더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재판에서 셀리 클락은 처음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03년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렇게 수학은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통찰력과 수학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붙게 해 주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위한 한 가지 작은 제안을 할 수 있다면 컬러풀한 일러스트와 사진이 더 많이 곁들여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너무나 훌륭한 이 책의 내용을 빛내줄 멋진 사진 한 두장이 약간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수학 이야기를 환상적인 모험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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