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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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어빙, 임재서 옮김, 『일년 동안의 과부』, 사피엔스21, 2008.




  솔직히 읽기 힘든 작품이었다. 책의 뒷 편,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존 어빙의 소설을 읽은 후에 다른 소설을 읽으면 ‘읽다 만’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존 어빙의 소설, 특히 이 소설은 인물의 외양 묘사, 내면 묘사, 배경 및 상황 묘사가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마치 작가가 그 많은 등장 인물들의 삶을 하나하나 직접 경험한 후에 쓴 것처럼 엄청난 상상력과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심 주제만으로 구성된 타 소설이 싱거울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온 듯 싶다.

 

  하나의 작품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중 인물들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각각 개별 작품으로 나누어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독립적인 이야기가 많아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읽기 힘든 문장이 몇몇 있었는데, 작품 초반에는 지나치게 긴 문장이, 중반 이후로는 단순 직역한 듯 짧은 문장이 나열되어 있어서 호흡이 끊겼다. 작가가 글을 이렇게 쓴 것인지, 번역자의 능력 탓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 복잡하지만 매력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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듕귁과 오렌지 : 고운기의 유유자적 역사 산책
고운기 지음 / 샘터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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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기, 『듕귁과 오뤤지』, 샘터, 2008.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과 형식면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제인 ‘고운기의 유유자적 역사산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개와 평을 달고 있는 것이기에 마냥 생각없이 읽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작가는 이 방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오랜 성찰을 한 듯 보인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그 본질,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을 요약적으로 제시해주는 방식을 취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장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국어를 전공한 입장에서 이 책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정말 읽기 쉬우면서도 할 말을 충분히 다 하고 있는 아주 멋스럽고, 경제적이기까지한 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좋은 내용,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추고도 번역의 문제, 역자의 문장력 부족 등이 아쉬웠던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과찬이 아니라는 것은 읽어보면 알 것이다.




  차례는 ‘동북공정의 질긴 역사 / 아이들이 절로 간 까닭 / 정철 그 사람,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 18세기의 욘사마 이언진 / 장구와 소고 / 동대문 구장의 추억’ 등 시대와 소재를 아우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책(오웬지를 보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누군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이 아니었다. 평하자면, 다방면에 박식하고, 하나하나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오래 성찰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학문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원 세상에, 내가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만들었단 말인가. (7쪽)

- 높은 산은 그림이나 그리라고 거기 서 있지 않다. 긴 물은 노래가 부르라고 유장히 흐르지 않는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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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1분 - 가치 인생을 위한 하루 1분의 좋은 습관
신경하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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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하, 『매일 아침 1분』, 은행나무, 2008.







  하루를 시작하며, 혹은 마무리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부제인 ‘가치 인생을 위한 하루 1분의 좋은 습관’이란 말이 이 책의 용도를 뒷받침 해준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이자 목사인 작가의 이력을 떠올려보면 이 책이 단순한 명상서적이 아니라 실제 삶의 현장에서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해주는 설교와도 같게 느껴진다.




  ‘나를 가꾸는 1분 / 남을 바꾸는 1분 / 만족을 주는 1분 / 비전을 세우는 1분 / 열매를 맺는 1분 / 절망을 이기는 1분 / 세상을 밝히는 1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를 보면 알겠지만, 저자가 목사라고 해서 이 책이 전부 성경말씀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는 성경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방법 및 그런 자세에 대해 쓰고 있지만, 비신앙자들도 크게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장은 대부분 한 페이지로 완성되어 있다. ‘제목- 본문 내용- 격언’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문 내용과 관련 있는 격언을 추가해 놓음으로써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갖게 되었다. 물론 격언도 성경말씀 뿐만 아니라 장 자크 루소, 랄프 왈도 에머슨, 하페 케르켈링, 속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유명 인사의 입을 빌렸기에 더욱 대중성을 띠는 기능을 하게 도와주었다. 그런데 습관을 잘못 들였는지, 내용도 보기 전에 아래쪽에 위치한 격언에 눈이 먼저 가곤했다. 구절구절이 인상적이었다. 

  하루하루 몇 분씩이라도 이 책을 읽으며 작은 행복을 만드는 습관을 들일 수만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것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 내 마음대로 밑줄긋기

- 영원한 것은 잠잠하나 덧없이 지나가는 것은 요란하다. (5쪽)

-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63쪽)

- 드디어 한글을 깨친 사병이 아내의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편지에는 “저의 손이어요. 만져주세요”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86쪽)

- ‘good-God=o, o+God=good' (138쪽)

- 상식은 두 지점 사이를 잇는 가장 짧은 거리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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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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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관계의 심리학』, 경향미디어, 2008.




  흥미로운 책이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서 친숙했다. ‘부부간에 운전 교습은 어렵다 / 남자들이 성인 비디오를 빌릴 때 / 사이 나쁜 부부일수록 자주 쳐다본다’ 등의 챕터에서는 그 소재만으로도 다분히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렇게 쉬운 상황을 예로 듦으로써 우리가 어려워하는 ‘관계’에 얽힌 ‘심리학’을 친숙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단순히 오랜 삶을 산 선생이 깨달음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각 해당 항목에 관련된 유명한 실험을 그 근거 자료로 삼기 때문에 보다 신뢰가 생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 및 실험 사례가 그렇게나 많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적재적소에 갈등 상황과 실험 사례를 배치시킴으로써 작가의 말에 적잖이 공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간 중간 독자를 피실험자로 삼는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점과 나도 왠지 심리 실험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어 제법 색달랐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관계의 심리학’이라는 제목만 보고 ‘인간 관계에 얽힌 심리적 문제를 분석함으로써 좀 더 원활한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을 지닌 나같은 독자에게는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대로 밑줄긋기

- 관계가 어려운 것은 상대를 바꾸려 들기 때문이다. (5쪽)

- 관계로 마찬가지이다. 비법이란 것은 아예 없으니, 책 한 권 읽고 인간 관계의 달인이 되려고는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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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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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영선,『아웃』, 문학수첩, 2008.

 

  재미있는 작품이다. 하루만에 읽었을 정도로 상당히 흡입력 있는 작품이다.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과 그들의 관계가 복잡하면서도 매우 현실감있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 그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 묘사와 심리 갈등 묘사의 핍진성이 높았다. 상당히 생생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인간 관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원활하던 관계가 주위의 시선 때문에 삐걱거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남들의 눈치를 보다가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관계가 어려운 것은 상대를 바꾸려 들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르다’와 ‘틀리다’ 문화의 예는 이미 여러번 방송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시골 노인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심에는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다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작품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분을 느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지나쳤기 때문일까? 주인공의 소극적인 저항과 어쩌면 필연적인 패배에 대해 갑갑증을 느꼈다.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우선 나를 바꾸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주인공의 소극적인 태도가 안타까웠다. 나를 바꾸지 못하는 것은 자폐_주인공의 자식이 앓고 있는_와 같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것인지, 아니면 속물적인 세태에 염증을 느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답답스런 태도는 못내 아쉬웠다. 물론 이것이 보다 현실적인 모습인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상황을 접한다면 타협과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패배할 듯 싶다. 어쨌든, 시골 마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내쫓긴다는 ‘아웃’이 제목인데, 난 작품을 다 읽을때까지 이해타산적이고 교활한 시골마을의 ‘이웃’ 이야기라고 착각했었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성숙은 공포였다. (51쪽)

-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 아이와 정상적으로 나를 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웃음을, 관계를 잃어 갔다. (115쪽)

- 나는 그 현실을 잘 알면서도 마귀 같은 노인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과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177쪽)

- 나는 말없이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혼자 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 무리를 짓지 않으면 떼로 몰려들어 밟는 것이 인간 세상이었다. (196쪽)

- 그들 모두는 나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공통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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