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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주영선,『아웃』, 문학수첩, 2008.
재미있는 작품이다. 하루만에 읽었을 정도로 상당히 흡입력 있는 작품이다.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과 그들의 관계가 복잡하면서도 매우 현실감있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 그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 묘사와 심리 갈등 묘사의 핍진성이 높았다. 상당히 생생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인간 관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원활하던 관계가 주위의 시선 때문에 삐걱거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남들의 눈치를 보다가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관계가 어려운 것은 상대를 바꾸려 들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르다’와 ‘틀리다’ 문화의 예는 이미 여러번 방송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시골 노인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심에는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다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작품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분을 느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지나쳤기 때문일까? 주인공의 소극적인 저항과 어쩌면 필연적인 패배에 대해 갑갑증을 느꼈다.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우선 나를 바꾸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주인공의 소극적인 태도가 안타까웠다. 나를 바꾸지 못하는 것은 자폐_주인공의 자식이 앓고 있는_와 같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것인지, 아니면 속물적인 세태에 염증을 느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답답스런 태도는 못내 아쉬웠다. 물론 이것이 보다 현실적인 모습인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상황을 접한다면 타협과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패배할 듯 싶다. 어쨌든, 시골 마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내쫓긴다는 ‘아웃’이 제목인데, 난 작품을 다 읽을때까지 이해타산적이고 교활한 시골마을의 ‘이웃’ 이야기라고 착각했었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성숙은 공포였다. (51쪽)
-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 아이와 정상적으로 나를 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웃음을, 관계를 잃어 갔다. (115쪽)
- 나는 그 현실을 잘 알면서도 마귀 같은 노인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과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177쪽)
- 나는 말없이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혼자 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 무리를 짓지 않으면 떼로 몰려들어 밟는 것이 인간 세상이었다. (196쪽)
- 그들 모두는 나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공통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