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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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단 두개의 작품으로 문예상과 '아쿠타가와상'을 휩쓴 91년생 작가가 불러온 논란!
그러기에 호불호가가 갈린 소설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느끼지 못한 공감 불능 인간의 결말.
타인의 적나라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불쾌한 즐거움.
요스케의 이중적 모습은 평화로운 듯 보이는 일상에 '불안감'이라는 공기층을 촘촘하게 형성한다. 특히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불온한 상상력을 마주해야만 하는 불편함과 두려움이 내내 이어지는데, 작가는 책이 출간 된 후 SNS를 통해 '마치 나의 생각을 보는 듯했다' '나만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라는 식의 독자 의견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파국》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스포츠 지도와 근육 트레이닝도 소홀히 하지 않는 대학생 '요스케'가 한 여성과의 만남을 계기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건조하고 담담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주인공 '요스케'의 캐릭터이다. 요스케에게서는 감정이랄 것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해야 한다', '~할 필요가 있다' '~는 매너의 어긋나는 행동이다'와 같은 것들이다. 그는 늘 규범과 매너에 사로 잡혀있으며,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도 확신을 갖지 못한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와도 이유를 생각해보고는 슬플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멈춘다.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무엇이 주인공을 파국으로 이르게 만들었는지 딱히 답이 명료 하진 않았지만, '아쿠타가와상수상작' 임에도 불구하고 극명한 평점의 대비를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란 표현이 생겼는지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있었다.

소설에는 '좀비'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온다. 이미 죽어서 사람들을 물어 뜯으려는 욕구만이 남아 있는 상태의 좀비. '생각하지 않는 '상태라는 점에서 좀비와 주인공 요스케의 모습에 공통점이 있다. 억눌린 욕구가 폭발 하는 듯한 본능에 충실한 상태.

짧고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 묘사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불쾌하지만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을 가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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