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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폴 오스터의, 어린 시절부터 지지리도 궁핍했던 무명 시절 이야기.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같은 책이 또 있을까, 했는데 여기 있었네. 차원은 약간 다르지만. (나는 이런 류의 글을 굉장히 좋아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들의 철 없던 시절 얘기를 듣는 것도 좋고, 쇠 빠지게 가난했던 무명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듣는 것도 좋은데, 특히 그들의 문학적 감수성 덕분에, 그 비극적인 삶이 슬프거나 암울하지 않고 처절함과 동시에 해학미가 넘치기 때문이다. 바로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그랬었다.)
#1. 정말 정말 궁금한 것 한 가지.
폴 오스터가 <액션 베이스볼> 카드 게임을 팔기 위해 만났던, 그의 일생에 가장 큰 굴욕감을 안겨주었던 장난감 회사 사장은, 나중에 폴 오스터가 성공한 후에, 자신이 인간 취급도 안했던 그 남루했던 사나이가 '폴 오스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알게 되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2. 놀라운 사실.
맙소사. 폴 오스터도 유태인이었다.
언뜻 떠오르는 미국의 유태인 만해도 촘스키, 스티븐 스필버그, 우디 알렌, 조지 소로스, 앨런 그린스펀...
#3. 또 하나 놀라운 사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무명 작가 겸 번역가 시절, 잉그럼 메릴 재단과 예술가협회로부터 꽤 큰 액수의 창작 지원금이 나와 폴 오스터에게 가뭄의 단비가 되어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없진 않겠지만, 미국에는 70년대에 벌써 이런 비영리 예술가 지원 단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참 부럽다.
#4. 또 궁금한 것.
이 에세이는 1981년 정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처음 상업적으로 출판 계약을 맺은 <스퀴즈플레이>라는 희곡이 출판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다. 그 이후에 어떻게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의 대표작 <뉴욕 3부작>이 1985년에 나왔으니, <스퀴즈플레이>를 시작으로 쓰는 소설들마다 족족 히트를 쳤던 걸까?
#5. 또 궁금한 것.
폴 오스터의 책 날개 안쪽의 '작가 소개'란에는 총명하면서도 예민한 모습의 젊은 청년의 사진이 있다. 잘 나온 사진은 얼핏 '얼굴 긴 주드 로'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폴 오스터를 '젊은 작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교 때 <뉴욕 3부작>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특히 <빵 굽는 타자기>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상반신 사진이 흑백으로 실려있고, 한두 장 넘기면 또 오스터의 큰 얼굴 사진이 나온다.)
그런데 68혁명 당시에 대학생이었다는 게 아닌가! 그럼 1968년도에 20살이라고 치면, 아무리 못해도 48년대생이란 말인데! (검색해보니 1947년생이라고 한다.)
왜 그의 책에는 전부 젊은 시절의 사진이 실려있는 걸까. 왜 장폴 뒤부아(1950년생)나 밀란 쿤데라(1929년생), 레이몬드 카버(1938년생)처럼 노년의 모습을 싣지 않는 걸까.
독자들에게 영원히 젊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