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적인 삶 - 제100회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프랑스 역사만큼 격정적이지도, 서정적이지도 않은, 일반인들보다 살짝 더 특별하게 산 한 남자의 일생을 다룬 장폴 뒤부아의 장편소설.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 예술인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인간극장' 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프랑스적인 삶>은, 샤를 드골부터 전직 대통령 자크 시라크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정치 지도자에 따라 챕터를 나누고 그 시기에 주인공 '폴 블릭'에게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기술한 일대기적 소설이다. 나는 챕터의 구성이 각 시대의 대통령 이름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뛸 듯이 기뻐하며 구매 버튼을 눌렀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 속 개인의 삶이 정치/역사적 상황과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때 더 쉽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과 68혁명으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고 복잡한 역사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의 역사와 같이 불꽃같은 인생 여정을 기대했던 나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시대적 흐름에 전혀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 날의 치기로 바리케이드 시위에 몇 번 동참하긴 했지만. 어떤 사상적인 이유는 전혀 아니였다.) 비록 소설 중반까지 사회주의와 드골주의, 알제리 독립 전쟁과 같은 이슈들로, 친척 어른들이 모이기만 하면 편을 갈라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의문.
왜 리뷰어들은 폴 블릭을 하나같이 냉소적이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걸까. 아이들이 어릴 땐 자식들 뒷바라지, 아버지가 병 들었을 땐 아버지 병수발, 빈털터리가 된 후에는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병 든 어머니와 딸의 병수발에 온 힘을 다 하는 헌신적인 폴 블릭을. 그런 남자가 세상에 어디있다고. 정말 '인간극장' 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