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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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생 워킹맘으로서 일부 에피소드는 내 경험과 거의 100% 일치했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봤을 때 2017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회 고발 소설이라 하기엔 깊이가 너무 얉고, 공감과 위로를 주는 소설이라 하기엔 무색무취의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다. 문학이라기보다 성 차별을 다룬 기획 기사의 한 꼭지에 가까웠다.


여성 차별과 혐오 사건들을, 대사와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기보다, 객관적 통계와 객관적 사실, 있었을 법한 사건들을 수집해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너도 여자라면 이 대목에서 분노해!'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주인공의 한없이 수동적인 태도도 답답했다. 이 소설은 인물의 성격이나 대사, 행동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이라고 해봐야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힘도 의지도 없는, 그저 여성 차별과 혐오 사건의 '피해자'나 '목격자'로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설이 제기한 문제 의식 자체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문제 의식의 중심에 있던 여성들은 스스로 성장하거나 불합리한 세상을 변화시키려 도전하기는 커녕 '남자로부터' 보호받고 치료 받아야만 할 존재로 끝을 맺는다(아니면 죽거나).  

소설이 언제나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소설을 통해 위로 받고 응원 받아야 할 여성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더 위축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더구나 이 소설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그 어떤 화해의 실마리조차 제시하지 않고 끝을 맺기 때문에,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끝으로,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 - 주인공이 다른 이들에 빙의가 된 이유나 개연성은 끝까지 찾을 수가 없다. 작가는 단지 평생 성차별에 고통 받다 미쳐버린 여자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걸까? 

많은 리뷰어들이 평했듯 이 소설은 다큐다. (고로 문학적 가치는 그닥 없다는 뜻)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과 관련 자료들을 나열하여 여성들의 공분을 사는 것이 소설의 의도였다면, 이런 내용을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이 아니라 왜 굳이 소설로 읽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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