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운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드라운>은 모두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작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10편 중 4편이, 명확하게 같은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돈을 벌러 미국으로 홀로 떠났던 아버지를 따라 도미니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유니오르 가족- 주인공 유니오르와 여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 라파 형, 그리고 조용하지만 다부진 엄마, 우악스럽고 다혈질인 아빠가 그들이다.  

나머지 6편도 주인공의 성격이나 환경이 비슷해서 10편 모두 주인공이 같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모두 자기 얘기인 듯하다. 특히 도미니카에서 보낸 어린시절은. 그리고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작가가 어디선가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것이 최고의 이야기라고' 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주노 디아스의 작품은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공존하는 느낌이다. 이민 2세대의 삶과 방황을 그린 다른 소설들보다 그의 작품이 뛰어난 이유는, 남미의 상처투성이 역사와 변두리 삶에 대한 뛰어난 통찰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주노 디아스의 걸쭉한 입담과 맞물려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난 한 번 읽고 아쉬워서 바로 한 번을 더 읽었다.) 

끝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에스타, 1980]의 한 대목이다.
'피에스타'는 축제라는 뜻의 스페인어인데, 유니오르의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 온 후, 이모네까지 미국으로 이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축하파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니오르는 이상하게 아빠의 밴에만 타면 심한 멀미로 구토를 해 아빠의 차를 망친다. 이 때문에 아빠와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다 있었다. ...... 내가 음식을 차려놓은 식탁 주변에서 다른 애들 대열에 끼자 아빠가 말했다. 어, 넌 안 돼. 그러면서 내 손에서 종이접시를 뺏어갔다. 아빠의 손길은 부드럽지 않았다.
왜 그래요? 이모가 따지면서 내게 다른 접시를 건넸다.
걘 안 먹어. 아빠가 말했다. 엄마는 라파 형에서 페르닐을 썰어주는 척했다.
왜 먹으면 안 돼요?
내가 안 된다고 했으니까.
....
뭐라도 먹었다간 얻어터질 줄 알아. 알아들어?
.....
아이들은 내가 거실로 가서 텔레비전 앞에 앉는 걸 죽 지켜보았다.
너희 아빠 왜 저래? 레티가 물었다.
등신이라 그래. 내가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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