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떠나보겠습니다 - 나 홀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벤 그라운드워터 지음, 윤영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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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여행은 결코 고난이 아니다. 당신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자 기쁨이다. 또 나 홀로 여행은 따분한 인생을 완전히 바꿔줄 대담하고 용감한 행동이다.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을지 모를 두려움을 떨쳐낼 기회이자, 늘 꿈꿔온 모험을 즐길 기회다.

나 홀로 여행은 궁극적인 자유이자 기회다.

홀로 여행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나는 것이다.(p10)

당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굳이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다.

나 홀로 여행은 최고의 자유다.(p20)

제목 <혼자서 떠나보겠습니다>에서 알 수 있듯이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한 책이다. 호주 출신의 작가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 여행을 다녀왔다. 입담도 재치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 책에서 등장한 나라 중 내가 가본 곳은 고작 두 곳이었다. 이제 아이가 셋인 나는 혼자 여행은 아마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나는 누구와 같이 가는 것보다 혼자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서 유럽도 다녀오고 일본도 다녀오고, 국내는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여행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먹고 잘 수 있다는 것이다. 나 홀로 여행객 추천 도시 대부분은 치안이 안전한 곳과 다양한 사람을 만나 사귈 수 있는 곳이다. 도쿄,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 퀸스타운, 시드니, 호찌민, 이스파한, 베를린, 리스본, 암스테르담이 혼자서 떠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도시 10에 뽑혔다. 혼자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곳은 휴양지, 신혼여행지 같은 곳이다. 다들 키스하고 껴안고 있는데 자기 혼자 멍하니 있었다는 글을 보고 웃음이 났다. 혼자 가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쓸쓸할 수 있으니 짝과 가라고 말한다. 여성 나 홀로 여행자는 위험한 곳은 웬만하면 가지 말라 조언한다. 물론 무사히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괜히 목숨을 무릅쓰고까지 갈 가치가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배낭과 사진기 하나면 나 홀로 여행객 준비가 끝이라는 대목에서 설렘이 넘쳐온다. 여행책을 읽을 때마다 잠시 세계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대리만족도 꽤 괜찮다. 언제 갈지, 어디서 지낼지, 어디서 먹을지는 어느 여행책자에 자세히 나와있을테다. 여긴 나 홀로 여행객을 위한 어디서 마실까가 수록되어 있고 무엇을 할까는 유명한 관광지 중심보다는 가게 탐방이나 나이트 투어 같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주어서 좋다. 나 홀로 여행객의 재미를 위해 신경 쓴 느낌이다. 나중에 기회 된다면 <아이들과 떠나보겠습니다>같은 컨셉으로 여행책을 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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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실험실에 갇혀 살던 중년 뇌과학자의 엉뚱하고 유쾌한 셀프 두뇌 실험기
웬디 스즈키 지음, 조은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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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인 웬디 스즈키는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경과학자가 된 웬디 스즈키는 어느 날 자신의 모습을 보니 163cm의 키에 버티기 힘든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운동을 통해 뇌 변화에 대해 연구했고 이 책은 그 연구에 관한 내용과 그녀의 인생 전반 스토리를 보여준다.

과학의 경계를 넓히고 모두가 탐내는 뉴욕 대학교 종신 교수 자리를 차지하는 사이, 나는 나를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91p)

나는 운동만 해도 좋지만 유산소 운동과 두뇌 활동을 병행하면ㅡ최선을 다해 동작을 따라 하면서 추가적으로 열정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ㅡ매우 강력한 수준의 두뇌와 신체의 연결이 촉발된다는 것을 확인하기 시작했다.(115p)

규칙적인 운동은 자신의 행동과 감각에 집중하여 지금을 사는 것이 두뇌와 신체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216p)

신화 이면의 진실은 우리를 조금 더 낙관적이며 창의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나도 우뇌 뿐 아니라 양쪽 뇌 모두가 창의적 사고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또 창의성은 갑자기 나타나는 신화적 능력이 아니며, 정상적인 인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현재의 지식 체계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다시 말해 누구나 창의성을 가질 수 있으며, 수학이나 프랑스어 회화,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등 다른 인지 기능들처럼 훈련을 하면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259p)

단순한 걷기도 창의성의 폭발을 도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산소 운동의 양을 늘리는 것이 창의성의 바퀴에 기름칠을 하여 자유롭고 열린 태도로 새로움을 대하고 한계를 마주하며 비극적 간극 안에서 행복하게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p282)

'뇌가소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흔히 성인은 머리가 굳어 배워도 습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배우는 것은 매우 힘이 든다고.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인이 되어서 배우는 게 힘이 들긴 하지만 뇌는 변하는 것이라 새로운 걸 습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가소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까? 제목에서 답이 있다. 그렇다. 운동을 함께 병행하면 된다. 운동은 창의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기보다는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운동법 '인텐사티'가 등장한다. 동작을 하면서 확언을 외치는 운동이다. 긍정적인 확언을 외침으로써 자신을 더 밀어붙일 수 있는 운동이다. 긍정적인 확언을 외침으로써 자신이 실제로 그 힘을 가졌다고 느끼고 그 효과는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도 꽤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이 운동을 수업에 적용시켜 학생들 상대로 실험을 감행한 웬디 스즈키 교수!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셀프 실험을 통해 왜 우리는 뇌를 활용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가야하는지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전혀 뇌, 과학 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나 저자의 일대기가 담겨 있어 유쾌하고 흥미롭게 읽어내려갔다. TED강의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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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김지우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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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게 상상 이상으로 무관심했고, 누구도 내 이름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받았다.

<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제목처럼 이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다. 이름이 없는 사람도 있나? 이름은 갖고 있지만 이름대로 불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이름으로 불리기보단 직급이나 누구 엄마, 아내, 며느리로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소설을 쓴다.

그리고 누군가 내 소설을 읽는다.

그 사이에 허락이나 시험, 제도적 승인 같은 것들은 불필요하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이미 소설가니까.(p13)

등단을 하고 이름을 날려야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닌, 소설을 쓰는 사람이면 이미 소설가라고. 국어선생님으로 일을 하면서 선생님보단 작가님이라고 불리고 싶어한다는 걸 깨닫고 소설을 썼다는 작가다.

아영은 중얼거리며 황금빛 구름과 구름 아래 잠실대교와 다리 가득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이선과 세화 그리고 주.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 낀 아영은 아영이었다. 지금 이 순간 아영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p46)

임용고시에 떨어져 달리기 시작한 아영, 파혼한 세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책 제목을 보고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이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달리는 주 이 각자의 사람이 모여 마라톤 이야기를 담은 <메데이아 러닝 클럽>

"결혼한 자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중요한 경전 하나가 있지. 아내의 도리 제1장 1절, 아내는 가족 구성원에게 매 끼니 요리를 척척 해줄 줄 알아야 한다."(p49)

지독히도 요리를 못하는 유리 그래서 자신은 아내의 도리를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해한다. 남편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이기로 결심. 노력했으나 실패로 끝난 요리를 보고 흐느끼는 그녀에게 남편 케이는 "이렇게 날 위해 노력한 것만으로도 나는 진심으로 고마워"라고 말한다. '아내의 도리'는 불태워지고 '유리의 도리'가 탄생했다. 유리의 도리 제1장 1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책의 형태를 가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 들고 자리에 앉아 읽는 시늉이라도 하면 절반은 성공한 독서 수업이라고 생각하니까. 펼쳐놓은 책이란 두 날개를 펼친 새와 같아서 그걸 읽는 사람은 어디로든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p74)

이상한 종교들의 모임 장소 같기도 한 <목천> 무엇을 바라고 사람들은 목천으로 갈까 남겨진 사람들은 목천으로 사라진 사람을 찾기 위해 수소문한다. 우리 안에 자유가 없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자유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페소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목천> 그녀도 목천에 당첨되었다. 그것은 3등급이 아닌 1등급 상. 페소아는 평생 리스본에서 살았다. 자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유를 향해 질주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내 마음속에 자유가 있다면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닐까.

다리를 향해 걷던 정신은 몸이 가벼워진 것에 새삼스레 놀랐다. 어디로도 갈 수 있겠어, 라고 중얼거리며 정신은 가장 먼저 온전히 자신의 두 다리로 다리를 건너보자며 한남대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p143)

몸에 항상 붙어 있는 '잠'을 떼어내고 혼자 홀가분하게 걷는 걸음. 늘 엄마 곁에 붙어있어야만 살 수 있는 어린아이가 생각이 났다. 아이를 놓고 혼자 밖으로 나가면 어디를 가도 신이 난다는 엄마들이 모성애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신은 '잠'을 떼어내고 가벼운 몸으로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다. 정신은 후회하지 않을까.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뒤를 따라온 삶이 괴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학, 졸업, 취직 혹은 결혼, 삶은 그녀를 따른 게 아니라 그녀가 따라오도록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휴대 가능한 크기로 만들고 시었지만, 삶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p202)

여행을 즐기며 사는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보니 자유롭게 사는 친구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던 중 평범한 삶을 선택한 친구에 대해 실망감을 느낀 것 같다. 진짜 삶에 굶주렸다며 앙코르와트로 여행 가서 책까지 낸 친구가 자랑스러웠던 그녀는 삶에 지쳤다며 결혼을 선택하는 친구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넌 너로서 살아갈 기회를 놓쳤어. 넌 이제 평범한 삶의 상징 그 자체가 된 거야. 세계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겠어.(p219)

친구지만 자기의 자랑이라고 느꼈던 존재가 평범한 삶의 그 자체가 되었다는 사실은 자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그 친구마저 남들과 다를 바 없었음을 깨닫고 화가 났으리라. 아마 자신의 평범한 삶을 버티는 힘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친구를 보면서 나왔을 수도 있었을 테다. 내가 바라던 삶을 대신 사는 친구를 보며 언젠간 그런 삶을 꿈꾸며 살아왔을 수도 있다. 그녀는 친구가 이름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다. 그래서 괜히 삐딱하게 예비남편 험담으로 친구와의 인연도 어중간에게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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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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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의 끝판왕은 원예라고 하던가. 가끔 내 또래 주부도 그렇고 나이 든 주부들이 정원 가꾸기에 정성을 들이는 것을 보곤 한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은 손이 필요로 한다.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하며 각 식물에 따라 물 주는 법도 다르고 언제 씨앗을 심는지도 다 다르다. 방송 작가를 그만두고 영국으로 가든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위해 오랜 유학 후 귀국한 작가는 속초의 오래된 한옥을 매입하여 마당에 정원을 꾸며 살고 있다. 아파트가 최고인 이 나라에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오래된 집에서 정원을 가꾸는 작가는 서울로 편도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한다. 그녀는 서울에서 하늘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싫었고 여러 불편함이 따르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있고 머지않아 벌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나타난 지 겨우 약 300만 년 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식물을 공룡시대에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또한 우리가 치료할 때 먹는 약, 쓰는 약 대부분이 식물에서 추출된다. 잘못 쓰면 독이지만 잘 쓰면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내가 사용하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늘 잘난 줄 알며 자연과 동식물을 마음대로 하며 살려고 들지만 사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많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동식물들에게 우리는 배우면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더 잘났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생각을 할 수 있는 뇌를 가진 것뿐이다. 실제로 많은 것들이 식물에게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파릇파릇한 잎과 자신의 미모를 한껏 뽐내는 꽃을 하염없이 바라본다면 복잡한 세상에서 걱정을 잠시나마 한편에 치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많은 동물 친구들과의 인연도 만들어주는 존재가 식물이다. 작가의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이 필요하다"는 말은 자기만의 기댈 곳,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생각된다. 여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읽으면서도 따뜻했고, 읽고 나서도 따뜻하다.


익숙하지 않은 시골 삶에 막연히 겁이 난다면 살다 보면 살아질 일이라고, 불편하고 힘들어서라면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으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질은 어디에 있는지, 흐린 하늘 밑에서 내가 보는 하늘색이 정말 이러할지, 한 번쯤은 꼭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25p)

정원을 만들고 식물을 가꿔야만 반드시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들여다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의 굴곡 앞에서도 좀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106p)

사실 식물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밀려오는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잘 살아남은 식물은 흙을 바꾸고 그늘을 만들고 바람을 막고 결국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식물이, 바람이, 구름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그 소통 능력을 잃은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들썩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자연이, 식물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111p)

사람과 동물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요즘에는 인간의 치명적인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독성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어디 주목나무만 독을 품었을까, 화나고, 슬프고, 마음 아픈 우리도 온몸에 독기를 품고는 한다. 이 독기가 나를 '헤치는' 일에 쓰일지, 나를 '치료하는' 일에 쓰일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 아닐는지.(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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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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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뒤마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마고 왕비>등을 쓴 작가로 프랑스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었으며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름은 들어본 유명한 작품이지만 부끄럽게도 하나도 읽은 게 없었다. 결국 <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로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독서임계점이라고 하던가, 이 책이 처음에는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연극 무대나 뮤지컬 무대를 보는 것처럼 책 속에서 독자에게 경쾌하게 말을 건넨다. 마치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독서임계점만 넘으니 술술 읽힌다. 몽테크리스토성에 살 적의 뒤마는 굉장히 잘 나갈때라고 하던데 암탉, 수탉, 개, 원숭이, 새, 고양이 등... 성에 방문하는 동물들은 모조리 받아들이고 거기에다가 지나가다 상인이 사라고 하면 동물을 사들이는 거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두는 것도 아니고 무심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동물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식물보감 동물보감이라고 불릴만한 정원사 미셸과 함께 다리 하나 눈 하나 없는 프리차드가 이웃집 개한테 무참히 살해당한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슬퍼하며 복수까지 해주는 사람이다.

그곳을 속속들이 알고 모든 것을 확언하는 그의 태도로 보아 어쩌면 그의 말대로 나는 콩고나 세네갈에서 태어난 흑인일 수도 있었다.(97p)

내가 프리차드를 관찰하며 파악한바 프리차드 같은 개는 사냥꾼에게 정말 복이라는 것. 다만 여러 사람과 같이하는 사냥이 아니라 혼자 하는 사냥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독한 수도승에게 어울리는 개였다.(208p)

미셸이 개 13마리가 하루에 먹는 식량이 소 한 마리라고 걱정하는데 최후의 만찬이 생각난다며 한 마리 더 키우자는 뒤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표현은 하지 않지만 미셸이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나가서 동물들을 관찰한다. 동물들 일에 대해 관여는 하지 않지만 걱정은 한다. 몽테크리스토 성에서의 뒤마와 동물의 삶을 읽다보면 마치 무슨 리얼리티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코믹과 코믹, 코믹의 연속이다. 동물들은 새로운 이벤트를 늘 만들어주고 뒤마는 거기에 그저 따라간다.

후작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그는 흑인혼혈이다. 인종차별의 희생자였을텐데 책에 그런 우울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그릴 때 실제보다 더욱 새까맣게 표현한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 프랑스 흑인혼혈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몽테크리스토성에서의 뒤마는 행복해보인다.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쓰고, 좋아하는 사냥도 하고, 동물들과 함께 하며 경제적으로도 부족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말년에는 단 돈 20프랑을 가지고 아들 별장에서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하니 인생이 참 파란만장하다. 그가 죽고 나서도 그의 작품을 전 세계 사람들이 읽고 감상하며 그는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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