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시골 삶에 막연히 겁이 난다면 살다 보면 살아질 일이라고, 불편하고 힘들어서라면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으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질은 어디에 있는지, 흐린 하늘 밑에서 내가 보는 하늘색이 정말 이러할지, 한 번쯤은 꼭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25p)
정원을 만들고 식물을 가꿔야만 반드시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들여다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의 굴곡 앞에서도 좀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106p)
사실 식물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밀려오는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잘 살아남은 식물은 흙을 바꾸고 그늘을 만들고 바람을 막고 결국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식물이, 바람이, 구름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그 소통 능력을 잃은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들썩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자연이, 식물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111p)
사람과 동물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요즘에는 인간의 치명적인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독성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어디 주목나무만 독을 품었을까, 화나고, 슬프고, 마음 아픈 우리도 온몸에 독기를 품고는 한다. 이 독기가 나를 '헤치는' 일에 쓰일지, 나를 '치료하는' 일에 쓰일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 아닐는지.(1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