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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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의 끝판왕은 원예라고 하던가. 가끔 내 또래 주부도 그렇고 나이 든 주부들이 정원 가꾸기에 정성을 들이는 것을 보곤 한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은 손이 필요로 한다.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하며 각 식물에 따라 물 주는 법도 다르고 언제 씨앗을 심는지도 다 다르다. 방송 작가를 그만두고 영국으로 가든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위해 오랜 유학 후 귀국한 작가는 속초의 오래된 한옥을 매입하여 마당에 정원을 꾸며 살고 있다. 아파트가 최고인 이 나라에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오래된 집에서 정원을 가꾸는 작가는 서울로 편도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한다. 그녀는 서울에서 하늘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싫었고 여러 불편함이 따르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있고 머지않아 벌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나타난 지 겨우 약 300만 년 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식물을 공룡시대에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또한 우리가 치료할 때 먹는 약, 쓰는 약 대부분이 식물에서 추출된다. 잘못 쓰면 독이지만 잘 쓰면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내가 사용하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늘 잘난 줄 알며 자연과 동식물을 마음대로 하며 살려고 들지만 사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많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동식물들에게 우리는 배우면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더 잘났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생각을 할 수 있는 뇌를 가진 것뿐이다. 실제로 많은 것들이 식물에게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파릇파릇한 잎과 자신의 미모를 한껏 뽐내는 꽃을 하염없이 바라본다면 복잡한 세상에서 걱정을 잠시나마 한편에 치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많은 동물 친구들과의 인연도 만들어주는 존재가 식물이다. 작가의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이 필요하다"는 말은 자기만의 기댈 곳,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생각된다. 여유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읽으면서도 따뜻했고, 읽고 나서도 따뜻하다.


익숙하지 않은 시골 삶에 막연히 겁이 난다면 살다 보면 살아질 일이라고, 불편하고 힘들어서라면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으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질은 어디에 있는지, 흐린 하늘 밑에서 내가 보는 하늘색이 정말 이러할지, 한 번쯤은 꼭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25p)

정원을 만들고 식물을 가꿔야만 반드시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들여다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의 굴곡 앞에서도 좀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106p)

사실 식물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밀려오는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잘 살아남은 식물은 흙을 바꾸고 그늘을 만들고 바람을 막고 결국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식물이, 바람이, 구름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그 소통 능력을 잃은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들썩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자연이, 식물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111p)

사람과 동물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요즘에는 인간의 치명적인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독성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어디 주목나무만 독을 품었을까, 화나고, 슬프고, 마음 아픈 우리도 온몸에 독기를 품고는 한다. 이 독기가 나를 '헤치는' 일에 쓰일지, 나를 '치료하는' 일에 쓰일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 아닐는지.(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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