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을 읽는 단어 - 아이를 다그치기 전, 꼭 기억해야 할 ‘새벽달’의 엄마 공부 27
새벽달(남수진) 지음 / 청림Life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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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평균 이상으로 기발하고, 독특하고, 통통 튀고, 똑똑하고, 매력적인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p27)

실수를 한 자는 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게다가 그 누구보다도 괴롭고 고통스럽다. 지적 받고 비난 받지 않아도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괴롭다. 오히려 엄마에게 호되게 혼날 것을 예상했는데,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넘기면 아이의 양심은 더 예민하게 발달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를 혼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p60)

아이가 징징거리는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 그 이유를 바로 알아차릴 수도 있지만 끝내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유를 파악했으면 아이의 욕구를 채우는 데 집중하고, 이유를 모를 때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안아주거나 바라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p79)

육아는 사랑 연습인가보다. 사랑이 커지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니, 인류가 결혼과 육아를 수천 년 이어온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 하지만 가족은 도망갈 구멍이 없다. 오늘도 내일도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지지고 볶는다. 날마다. 말 그대로 날마다! 이보다 더 집요하고 지독한 훈련장이 또 있을까. (p131)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한때 나의 '내리사랑'은 순수하지 않았고, 탐욕으로 가득한 '가짜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오늘도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쏟아준 치사랑 먹고, 그에 반의 반도 못 미치는 내리사랑을 흉내 내본다. (p160)

'노오력의 배신'을 일찌감치 맛본 나는 이제 더 이상 속을 끓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오력의 수혜'를 내가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 앞에서 책 읽는 시늉을 하다 보니 내가 책의 매력에 쏙 빠져버렸고,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귀가 뚫리고 말문이 트여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클래식 듣는 시늉도 계속 하다보니 클래식으로 큰 위로와 힘을 얻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내가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왜 우리 애들은 책을 안 보는 거야?'속 끓지 않고, 내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p165)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을 읽고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 3세 이전에는 외국어를 학습하지 않고 습득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좋다고 짧으면 만 3년 길면 만 10년이면 아이 외국어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 둘 외국어 걱정은 없다고.. 그 정성과 노력이 대단했다. 다만 그 책은 영어 보고서라는 제목처럼 아이 영어 교육에 집중된 책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육아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쓴 육아서도 단연 좋지만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쓴 육아서는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이나 '그렇게 하길 잘했어'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좋다. 혼자 세 아이 육아를 하느라 버거운 요즘 역시나 가장 큰 아이에게 화를 많이 쏟아내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오늘 아침에도 첫째가 둘째를 괴롭힌다고 크게 혼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왜 혼냈나 싶고, 사실 자기도 엄마 눈치 보면서 동생 괴롭히는 걸 보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 아마 시기와 질투 어린 나이에 동생이 둘이나 있어 스트레스를 푸는 거겠지 하는 짠한 마음이 든다. 내 몸이 지쳐 힘들다고 아이가 징징거릴 때는 똑바로 말하라고 다그치고, 네가 그렇게 해서 엄마가 화가 났다며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나는 나쁜 엄마다. 엄마가 혼을 내서 아이 마음을 속상하게 하고 울렸더라도 금세 엄마에게 달려와 안아달라고 하는 착한 아이들. 작가 말대로 나의 내리사랑은 탐욕으로 가득한 가짜 사랑임을 깨닫는다. 말 좀 잘 들었으면, 밥 좀 잘 먹었으면, 동생 안 괴롭히면, 등등 나의 사랑에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아이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엄마가 밥을 대충 줘도, 바빠서 못 놀아줘도, 가끔 심하게 혼내도 아이는 엄마가 최고라고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아직도 멀었다. 나의 육아는. 자기 할 일 한다고 엄마 본연의 일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둘째가 체육복 빨래 안 꺼내놨다고 냄새난다고 엄마에게 짜증 내고 나간 에피소드에는 솔직히 너무하다 생각했는데 엄마 자신의 할 일을 못했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맛있는 간식까지 만들어놨다고 한다. 음, 이 정도까진 못 되겠지만... 어쨌든 엄마 본연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해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본연의 일을 잘 해내면서 나의 발전을 위해 다시 새벽 시간을 내어야겠다. 더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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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윌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2주끝장 고급 - 2주끝장 엔드노트 / 무료강의 확대 제공 / 추가학습 PDF 3종 증정 에듀윌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한국사기출연구회 지음 / 에듀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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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예전에 독학으로 최태성강의만 겨우 듣고 시험봤었다 

무슨 근자감인지 고급 응시했고 결과는 50점으로 참패 ㅋㅋㅋㅋ

사실 당장 필요한 자격증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내 아이들에게 나중에 커서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독학할 때 책 없이 필기하면서 강의 들었는데 나름대로 판서 따라서 표도 그리고 이것저것 똑같이 해보려고 했지만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책없이 독학을 한 이유는 전업주부라 교재값이 무시못해서 그냥 필기한 것도 있었는데 에듀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책이 인터넷가격으로 18900원 사실 다른 책과 비교해서 저렴하다 이건 아니지만 엔드노트랑 PDF파일, 무료 인강 제공해주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 (결론은 내가 문제) 

에듀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주끝장 책으로 아주 그냥 끝장 내보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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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맘의 실패 없는 아이주도이유식 & 유아식 - 자존감을 높이는 즐거운 식사법
옥한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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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수속 졸업하고, 유명 요리 블로거인 어머니(네이버 '요리천사의 행복밥상')의 추천으로 ALMA(이탈리안 요리 교육기관)의 Diploma di Cuoco Professionista di Cucina Italiana를 수료, 결혼 후 2년 반을 브라질에서 지내며 상파울루의 SENAC에서 브라질 전통지역 음식 과정을 수료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아이주도이유식&유아식에 관한 레시피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주도이유식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줌으로써 단지 '

남들이 좋다고 해서', '아이가 잘 안 먹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이 동기 없이 시작하여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도와준다. 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만 있었다. 단계별로 라임이의 하루 일정표를 공유해주어 초보맘들의 '도대체 언제 이유식을 하고 언제 수유를 하지?' 고민을 조금 덜어준다.

이유식 요리만 있으면 잠깐 참고할 수 있는 책인데 유아식까지 레시피가 아낌없이 소개되어 있다.


아이주도이유식은 'Baby Led Weaning'. 말 그대로 아이가 이유식을 먹는 것에 관해서 주도성을 가지고 하는 이유식 방법입니다.


아이들 해줄 음식이 너무 많았다. 주말 이틀 동안 5끼나 책 속 레시피로 해먹었다. 마치 유아식&이유식의 백선생같달까. 재료도 거창하지 않고 과정도 간단해서 금방금방 해줄 수 있었다. 레시피가 410개나 되어 있어서 뭐해주지 고민될 때 아무데나 펼쳐서 주르륵 보다가 골라 해먹어도 된다. 아쉬운 건 레시피가 410개라 책 두께 때문인 것 같은데 레시피 페이지가 목차에 안 나와 있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고 참고해서 만들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요리하는 것보다 책 하나를 참고해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들 요리는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완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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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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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이 뭐에요? 근린이란 근린생활시설이다. 상가로 준공 허가를 받은 다음 주거용으로 바꾼 거다. 당연히 불법으로 신고당하면 벌금은 물론 쫓겨난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이런 형태로 산다. 20대 성실한 청년 상욱은 지하생활자 3년 옥탑생활자 2넌 고시생활자를 전전하다 부동산 사장의 말만 믿고 최대로 빚을 지어 근린이 된다. 신고로 인해 쫓겨나게 되었고 그 친절하고 아무 걱정하지말라던 믿음직스럽던 부동산 사장은 이런적이 없었다, 지하철도 예정이라그랬지 기다리다보면 '확정'될거다 라는 말장난을 쳐서 20대 젊은 청년을 한번 더 죽인다. 말장난해서 순진한 젊은이들 등처먹는 늙은이들 진짜 극혐이다.

한평생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고 뼈 빠지게 일해서 이만큼 살게 하고 대학 교육까지 시켜놓으니 자식들은 지 어미 편만 들었다. 그나마 최소한의 자식 노릇도 (실제론 남지도 않은) 퇴직금과 그의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 바라보고 그런다는 걸 순병 씨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마누라는 이런 자식들 뒤에서 우는소리만 해댔다. 나이 들었다고 가만뒀더니 자꾸 잔소리나 해대며 소리나 빽빽 질러대기에 손 한번 올렸다고 당장 짐을 싸서 나갔다. 순병 씨는 그런 마누라가 원망스러웠다. 숙이고 들어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받아줄 생각이었는데 벌써 5개월째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 소원은 통일 p73

열렬한 태극기부대 일원이었다가 북한과 걸친 땅을 사고 난 이후 진보주의자가 된 할아버지. 진보주의자가 집을 사면 보수주의자가 된다더니 사람들 참 웃기다. 자기 이익에 반하여 진보가 되었다가 보수가 되었다가 이기적이다. 한평생 돈 벌어다줬더니 잔소리 한다고 아내를 때려놓고 당당한 개극혐 할아버지..

그가 이 일을 하기 전에 거쳤던 일들, 그러니까 지하철 스크린도어 작업이나 하수관 청소도 그랬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모두 위험했고 그동안 그에게 주어졌던 일은 대개 그런 일들이었다. / 그것 p131

"큰 죄를 덮기 위해선 작은 죄를 곁에 둬라."

아버지는 어린 그를 가르쳤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사는 그렇게 돌아갔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의 죄를 덮기 위해 별거 아닌 이들의, 별거 아닌 죄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 자극적인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고, 꼬리나 깃털에도 못 미치는 이들의 작은 죄가 요란하게 주목받았다. 그래야 실세는 안전한 곳에서 웃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어린 그를 이용해왔듯이.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 그것 p147

그는 아무것도 아닌, 자신의 하찮은 처지에 화가 났다. 배움이 좀 더 길었다면, 조금 더 돈이 많았다면, 아니 자신이 그러지 못하더라도 그런 사람을 알기라도 했다면 부탁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 p167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좋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그것'을 처리하는 자신이 '그것'을 묻지 않는 곳에 동생 부부가 농사를 짓게 도와주었다. 동생 부부는 암이 걸렸다. 그 동네 사람들 8명이 암이 걸렸다. 근처 비료공장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검사결과만 나왔다. 배후가 있다고 도청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난 후 동생 남편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회사 사장, 공무원 모두 입을 닫는다. 그는 동생 부부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도 찾아가보고 신문사에도 투고하지만 자신의 하찮은 처지가 진실을 밝히지 못할 걸 알고 전면전을 펼치고.. 그 또한 동생 부부처럼 죽는다.

사소한 것이라도 원하는 무언가가 성취된 적이 없는 그였다. 다른 인생을 살아본 적 없으니 비교할 생도 없었다. '그래야 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왔듯' 침묵하고 운명을 탓해야 했다. /삿갓조개 p185

돈 받아처먹고 무능한 공무원들의 실체를 덮기 위해 고용된 비정규직 삿갓조개 제거반들. 산소가 모자라 이명과 두통에 시달린다. 월급 5만원 올려주고 지급된 산소통을 사비로 사라고 하는 회사에게 시급 900원 올려달라 시위하기 위해 도수관에 들어간다. 그런 그들에게 최루탄을 던지고, 최루탄 맞은 눈이 너무 아파 생수로 씻는 모습을 기자가 사진을 찍어 '물도, 산소도 충분하다'고 날림 기사를 쓰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도수관 밖으로 나가거나 죽었다.

모든 걸 잃게 한 도벽이 지금의 날 밥 먹게 했다.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자 언니도 그랬다. 너무 가난해서 몸을 팔았는데 그러다 보니 더 가난해졌다. 그 때문에 병에 걸렸고 아기는 낳자마자 죽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가난과 불행에 빠트리게 한, 몸 파는 짓으로 지금 밥 먹고 산다. 인생의 덜미가 잡힌 것이 나머지 인생을 살게 한다는 게 미자 언니와 나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 사마리아 여인들 p225

박카스 할머니와 도벽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된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산에서 혼자 온 노인에게 몸을 파는 미자 할머니. 그 할머니에게 허세 부리고 이상한 요구를 하면서 늙어빠진 할머니라며 욕하며 내려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구역질이 났다. 아직도 자신이 한창인 줄 알지. 자기 비위 맞쳐주고 하니 뭐라도 된 것 처럼.

청소기의 혁명 소설에선 한 중소기업에서 뼈를 묻겠다고 입사 때 약속을 했다고 신제품을 만들어 S사에 좋은 조건에 이직 제의가 들어왔는데도 거절한다. 어떻게 보면 바보같고 순진한 사내는 헌신했지만 헌신짝 취급을 받는다. 자신이 만든 청소기를 재고떨이하라고 판매원으로 강등처분 당한다. 사비로 자신의 청소기를 사기도 하고 실컷 쓰고 환불당한 청소기들도 회사로 처리하지 않고 언젠가 다시 찾으러 올 거라며 집안에 쌓아 놓는 미련한 사람이다. 그러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청소기 안에 있는 고양이 털, 아이의 머리카락, 손톱... 그걸 전해주기 위해 회사가 다른 회사에 싼 값에 팔려나갔을 때도 묵묵히 판매원 자리를 지킨다. 해맑고 밝은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의 엄마가 지나갈 때 여자아이의 흔적이 남은 청소기를 전해준다. 세월호 지겹다고 그만하라고 하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기억하는 사람은 있다.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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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겨진 눈 아래에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정도경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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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뭍의 여자들은 모두 다 그렇게 버려졌어요. 배에서 버려지기도 하고, 계집애는 필요 없다며 부모가 던져 버려지기도 하고, 가끔은 원하는 사람과 맺어질 수 없어 절망하거나 끔찍한 일을 당해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몸을 던지기도 하죠. 모두 물 바깥의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버려진 여자들이에요." _19p /황금비파

괴물을 죽인 남자는 영웅으로 대접받지만 괴물을 죽인 여자는 괴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괴물을 죽이고 호수의 여왕이 된 여자는 버려진 모든 여자들과 함께 차갑고 고요한 물 밑에 머무르며 피를 먹는 황금 비파를 연주한다. 갈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질 수 없었던 땅 위의 삶,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애도한다. _43p / 황금비파


"엄만 어렸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었어. 어린 너한테 떠들고 울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엄마 말, 듣고 있니? 그땐 다 그랬어. 지금처럼 애들 정서가 어쩌고 하는 걸 몰라서 다들 애 보는 데서 죽네 사네 머리채를 잡고 욕을 하고 그랬어. 엄마도……."_65p/망선요


세상 어디엔가 남성에게 생물학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인류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의 개체군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단성생식을 하는 가재가 생태계를 파괴하듯, 그들 역시 인간 사회에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데에 생각이 이를 때면 더더욱. _100p/아마존몰리


표지가 떨어진 오래된 사진첩엔 군인이었던 시절의 아버지의 사진과, 임신한 엄마와 용두산 공원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엄마의 얼굴엔 우울이 가득했다. 단 한 장도 웃는 얼굴이 없는 사진이었다. 나는 끔찍함에 비명을 지르고 싶고, 사진을 찢어 버리고픈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_139p/ 폐선로의 명숙 씨


엄마의 과거 따위 몰라도 좋았다. 이기심이었다. 오직 내 엄마이기만 하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곁에 두려고 엄마의 단절을 단절로 버려 두었던 것처럼, 나 또한 엄마를 엄마로 두기 위해 엄마의 단절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_141p/ 폐선로의 명숙 씨


죄인인 나를 빼면 모두 아내를 둔 남자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못난 부인을 정당한 이유로 때리는 남편이지, 남편의 짜증을 해소하기 위해 얻어맞는 아내가 아닙니다. _153p/사형 집행인 비르길리아의 하루


"나는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을 죽였으며, 나의 행위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_163p/사형 집행인 비르길리아의 하루


"여자들은 있어.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히잡을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지. 남자는 존엄하고 여자는 비천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병역의 의무를 지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공부를 계속할 수도 없고, 나라 밖으로 나올 수도 없지만, 자기 의무만 다했다고 자유의 몸이 되는 것도 아냐. 그녀들은 가부장의 지배를 받고 있으니까." _231p/ 감겨진 눈 아래에


어머니가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가임기 여자들을 덜 가르치고 안 가르치며, 나라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해서, 어떻게든 아이를 낳게 만들고 말겠다는 저 정신 나간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무렵의 일이었다. _235p/ 감겨진 눈 아래에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자는 대학원에 갈 수도, 외국에 유학을 갈 수도 없었다. 딸이 외국인과 결혼하면 그 일가는 무서운 벌금을 내야 했다. 여자를 그저 아이를 생산할 수 있는 가축으로만 보는 듯한 그 정책들 덕분에, 부모님의 망명은 순조롭게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나는 여기서 태어났다. _237p/ 감겨진 눈 아래에


"저희 어머니도,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늘 말씀하셨어요. 여자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승진을 하려면 '명예 남성'이 되어야 하는 세계라고. 일을 잘하는 남자들의 세 배쯤은 노력해야, 그 무리에서 가장 하찮은 남자와 비슷한 정도로 일을 잘하는 것으로 봐 주었다고요." _245p/ 감겨진 눈 아래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의무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고. 성령 죽을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 천부인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그런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도, 그녀는 십이 년형을 받았다. _278p/ 감겨진 눈 아래에


재경은 어렸을 때 정말로, 여자들이 전 세계를 주름잡는 팝스타가 되는 것을 보았다. 재경이 살던 동네에는 여자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했다. 재경의 어머니도, 교수였다. 그때에도 물론, 유리천장이 남아 있고 불평등한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지만, 적어도 수많은 가능성들만은 있었다. 좀 더 시대가 변하면,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그때는 더 많은 가능성들이 보물상자처럼 열려 있을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며 자랐을 것이다. _305p/ 감겨진 눈 아래에


공창에서 성과급을 주어 가며 낳고, 나중에는 젊은 여성들을 병역의 의무라며 징집해서 낳은 아이들을. 3D 업종에 종사하는 기층민으로 만든다. 돈을 써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고, 사람들의 노동력에 충분한 보상을 쥐여 주는 대신, 죽든 다치든 학대를 당하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싸구려 목숨들을 찍어 낸다.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권리를 알려 주지도 않아, 그렇게 머리 숙이며 사는 것이 당연한 인생들을. _313p/ 감겨진 눈 아래에


"여긴 말이죠, 다른 나라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복지를 강화하고, 임금을 올리고, 인간의 힘으로 하기 힘든 일들을 자동화하고, 좀 더 공정하고 인권이 보장된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젊은 아이들을 질투한 노인들, 여자들과 경쟁하는 것을 두려워한 남자들, 그리고 그들을 부추겨서 가급적이면 기업과 국가에서 돈을 안 쓴느 방향으로 국민을 쥐어짜기로 작정한 정치가들이 하나 되어 최악의 길을 택한 것뿐이에요." _319p/ 감겨진 눈 아래에


"남자에게는 여자가 필요한 법이지. 욕구를 풀어 주고 생글생글 웃어 주고 저녁 밥상을 차려놓고 자기 아이를 낳아 줄 여자 말이다."

"뭐라고요?"

"여자들에게 자유를 주었더니, 그 여자들은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더군." _334p/ 감겨진 눈 아래에


근미래 디스토피아부터 판타지까지, 혹독한 가부장적 세계의 속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여성 서사 작품집!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아, 알고 읽었지만 속 시원하기도 하고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르기도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버림받는 여자들. 바다가 잔잔할 때는 비파를 연주해주니 좋다고 춤추던 사람들이 배가 전복될 것 같으니 바다에 재물을 바쳐야 한다고 비파를 연주하던 여자를 버렸다. 결국 그것들 다 죽어서 속이 시원했지만. 그렇게 버려진 여자들이 바닷속 괴물에게 잡아먹히거나 억지로 신부가 된다..

매일 아내와 딸을 때리는 남편을 죽인 여자는 남자를 죽였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진다. 죽여 마땅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공개 처형을 받겠다는 여자, 그 여자는 딸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약자를 때리고 학대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죽어야 한다. 법으로 심판을 안 해주니 스스로 죽이는 수밖에.

아버지가 죽고 나서 아버지의 수첩을 열어 본 딸. 엄마가 좋아서 기억을 상실한 엄마의 신분증을 숨기고 임신 시켜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아저씨, 그거 범죄예요. 엄마는 무의식에 자신의 삶을 붙잡고 있는 지긋지긋한 딸을 목졸라 죽일 뻔한다. 그 기억은 엄마와 딸 기억 깊숙이 봉인되어 있었고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끔찍하다. 좋아서 그랬다고?

마지막 단편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감겨진 눈 아래에>는 정말 끔찍한 작품이었다. 나라가 드디어 미쳐서 여자들을 애 낳는 짐승 취급하기 시작했다. 남자만 군 복무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23살 이전에 애를 낳던가, 아니면 군대 복역을 하라고 한다. 근데 그 군대에서 하는 일이 강간당하는 거다. 모르는 남자들에게 하루에 열다섯 명씩 상대하며 임신하면 애국부인회에 끌려가 끔찍한 태교 끝에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진통제 하나 없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는 나라에 존속된다. 다시 돌아와 남자를 상대하고 또 아이를 낳고. 처녀막 유무로 등급을 나누어서 여자들을 관리한다. 재경은 이런 미친 나라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현명한 부모가 파리로 망명가서 낳아줬더니 한국에 외국인 신분으로 관광차 갔지만 망명자의 자식은 '한국인'이라며 성폭행이나 다름없는 신체검사를 당하고 처녀가 아니란 이유로 '3급'으로 분류되어 남자를 상대하게 된다. 그녀는 극적으로 파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자신이 겪은 일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된다. 그 와중 개념 없는 한국인 남자 기자가 와서 나라를 욕 먹인다고 난리부르스. 미친놈. 물론 소설이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자라서 그런가, 감정이입 제대로 돼서 남편이랑 싸울 뻔함. 마음 잘 부여잡고 읽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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