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평균 이상으로 기발하고, 독특하고, 통통 튀고, 똑똑하고, 매력적인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p27)
실수를 한 자는 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게다가 그 누구보다도 괴롭고 고통스럽다. 지적 받고 비난 받지 않아도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괴롭다. 오히려 엄마에게 호되게 혼날 것을 예상했는데,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넘기면 아이의 양심은 더 예민하게 발달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를 혼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p60)
아이가 징징거리는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 그 이유를 바로 알아차릴 수도 있지만 끝내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유를 파악했으면 아이의 욕구를 채우는 데 집중하고, 이유를 모를 때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안아주거나 바라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p79)
육아는 사랑 연습인가보다. 사랑이 커지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니, 인류가 결혼과 육아를 수천 년 이어온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 하지만 가족은 도망갈 구멍이 없다. 오늘도 내일도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지지고 볶는다. 날마다. 말 그대로 날마다! 이보다 더 집요하고 지독한 훈련장이 또 있을까. (p131)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한때 나의 '내리사랑'은 순수하지 않았고, 탐욕으로 가득한 '가짜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오늘도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쏟아준 치사랑 먹고, 그에 반의 반도 못 미치는 내리사랑을 흉내 내본다. (p160)
'노오력의 배신'을 일찌감치 맛본 나는 이제 더 이상 속을 끓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오력의 수혜'를 내가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 앞에서 책 읽는 시늉을 하다 보니 내가 책의 매력에 쏙 빠져버렸고,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귀가 뚫리고 말문이 트여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클래식 듣는 시늉도 계속 하다보니 클래식으로 큰 위로와 힘을 얻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내가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왜 우리 애들은 책을 안 보는 거야?'속 끓지 않고, 내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