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도쿄행 - 조선 지식인들의 세계 유람기
이상 외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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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에세이를 써내야 하는 국제철학올림피아드에는 매년 한국 대표 학생들이 참가한다그런데 참가한 한국 학생들이 써낸 에세이에 서양 철학자들만 인용해서 심사위원이 유럽 학생으로 착각했다가 한국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고 왜 한국만의 특징이 없느냐고 지적했다는 씁쓸한 일화가 있다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서양 철학과 유럽 지식인들에 대한 책과 자료는 많아도 한국 지식인들에 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유럽 지식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도 좋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넓은 세계와 단절되어 있던 우리나라가 바깥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알고 싶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외국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또 자신들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이상의 도쿄행>을 읽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화 느낌이 나는 표지였다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한국의 서양화가 김용조가 그린 <해경>을 사용해서 만든 표지라고 한다표지 그림의 배경과 책의 내용이 맞아떨어지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났다.

 

<이상의 도쿄행>은 우리나라 개화기의 지식인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서 쓴 기행문을 모은 책이다그렇지만 힐링이 주가 되는 여행 에세이보다는 외국의 문화와 국제 정세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물론 지금 우리가 외국에 가서 하는 것처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오거나 학위를 딴 이야기만 하는 글도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제국의 상황에서 울려 나오는 지식인들의 울분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가끔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대한제국이 주권을 빼앗길 때 아무것도 안 하고 방관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이 책에 나온 글을 보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부한 신문물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애쓴 지식인들의 노력이 보인다(물론 친일 활동을 한 노정일 같은 사람들의 글은 예외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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