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있다 - 그래도 다시 일어서 손잡아주는, 김지은 인터뷰집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니들이 있다>는 기자인 저자가 든든한 언니 같은 여성들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좋은 기사는 세상을 바꾼다는 문장을 들고 기자가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고,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어서 읽어보았다.

때린 사람은 발 뻗고 자지만 맞은 사람은 억울해서 잠을 설친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성폭력이 잔인한 이유는 피해자가 끝없이 자책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폭력이 아니어도 가해자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떵떵거리면서 사는데 피해자만 트라우마 때문에 삶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에서 '미투의 성공기'를 쓴 사람의 인터뷰를 보았다. 성추행 가해 교수가 있는 학교를 빠져나와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을 차린 최아룡 원장이다. 최아룡 원장도 처음에는 '교수가 옆자리로 오라고 했을 때 끝까지 버티고 가지 말 걸' 하면서 자책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끝까지 버텼어도 어떤 형태로든 당했을 테니까. 대학원생들은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쉽게 외부에 알리지 못한다고 한다. 교수가 앞으로의 진로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아룡 원장은 교수의 2차 가해 이후에 학교를 그만두고 '독립 학자'의 길을 택했다. 자발적으로 학회에 프로포절을 내고 발표를 하면서 요가원도 운영한다고 한다. 커리어가 통째로 끝날 수도 있는 피해를 당해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 멋있다. 피해를 완전히 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피해 사실이 피해자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때가 오면 피해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의 인터뷰를 보고 희망을 얻었다.

지쳤을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