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꿈꾸는 아이들, 난 어떤 어른이 되어줄까?

허수의 정체 ㅣ 창비아동문고 343
전수경 지음, 김규아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허수의 정체

허수의 정체는 표선초등학교 6학년 2반 친구들의 각자의 이야기를 8편의 이야기로 구성한 전수경 작가의 첫 동화집이다.

허수의 정체는 8편의 이야기 중 하나로 갑자기 나타난 허수 덕분에 부모님의 직장, 살고 있는 아파트 동수 등 외형적인 것들 더욱이 부모님 덕에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던 아이들이 친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어쩌면 조건이 아닌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뚝심 있게 노력해 가는 유진이의 성장 이야기인 무회전 킥, 베일에 쌓인 전학생 진허수가 잠깐 머문 시간으로 외형적인 것이 아닌 친구에게 관심을 갖게된 표선초등학교 6학년 2반의 성장 이야기인 허수의 정체, 서로가 남사친, 여사친으로 지내다가 다른 상대의 등장으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윤채에게 직진하는 성우의 성장이야기인 하나, 둘, 셋, 엄마들의 친분으로 어릴 적 친구였지만 서로의 성향과 사건으로 인해 멀어졌던 나래와 현아의 갈등과 성장을 다룬 현악 사중주,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할아버지, 너무나 달라져 버린 할아버지와의 거리감을 느끼며 어색해하다가 가장 힘든 건 할아버지임을 깨닫고 할아버지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해수의 이야기인 할아버지와 바다, 유난히 변덕스럽고 예민한 주호와 그런 주호를 묵묵히 받아주고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주호 엄마의 이야기인 체험학습, 사랑과 우정 사이 고민을 간직한 채 떠난 낚시에서 조사님으로서 데뷔 경험과 아빠와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아빠의 외로움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범준이의 이야기인 월간낚시, 그리고 이 모든 성장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우리반 아침 8편의 이야기 모두 예비 청소년으로서 겪을만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평범하지만 따뜻한 성장 이야기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쩌면 조금은 순화된 고민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허수의 정체를 읽으면서 6학년 아이들의 고민에 대해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예전에 나보다 몇 년 앞선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나의 고민을 폄하하던 선배들의 조언 아닌 조언에 마음을 상처 받았던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좀 더 지나봐라..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너의 고민은 사치다.”라는 냉소적인 말들.. 각자의 나이에서는 각자의 고민이 가장 큰 것임을... 왜 인정해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돌아본다. 나는 어떤 어른인지... 그때 그 선배들처럼 나 역시 아이들의 고민을 가벼이 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현장체험학습의 주호 엄마처럼, 힘들어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아이 곁을 지키는 그런 어른이고 싶어진다.

#창비 #북클럽 #전수경 #허수의 정체 #초등학교고학년필독서 #성장 #사춘기아이

성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냉동인간 이시후!!

냉동 인간 이시후 ㅣ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냉동인간 이시후

윤영주 작가의 냉동인간 이시후는 ‘소아 랑귀누스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냉동 인간이 되기를 택한 ‘시후’라는 아이의 이야기다.

냉동 기간은 40년 2개월 11일, 문득, 40년 후,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냉동 인간의 삶이 마무리되었을 때, 시후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병을 치료하고, 가족들과의 행복을 꿈꿨을 10대의 어린 소년에게 펼쳐진 미래의 낯선 풍경들.. 수도인 1지구인 센트럴 돔을 시작으로 총 66개의 지구가 있으며, 빈부의 차이로 인하여 각 지구별로 생활 환경도 각자가 누리는 삶의 질도 너무 다른 상황, 더욱이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사랑하는 할머니와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치매로 요양원에 나보다 어린 동생은 50대 중년의 아저씨, 내 또래의 조카까지..

행복을 꿈꾸며 선택했던 일의 결과가 막막하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고통이라면...?

하지만, 시후는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 책에서 주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희귀질환으로 죽게 될 나의 운명을 냉동인간이라는 방법을 통해 피했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소중한 나의 가족들과 함께 내가 치러야 했던 고통과 무게..

다시 숨지 않고 그 고통과 무게를 버티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라는 것!!

그리고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것!!

(스포일러) 마지막 냉동인간의 공연은 주토피아 마지막 장면이 연상되었다. 직접 저 가사에 덧입혀진 노래가 있다면 들어보고 싶다. ^^

#북클럽창비 #도서지원 #냉동인간이시후 #창비 #윤영주 #성장 #가족간의사랑 #SF #아동도서 #미래소설 #냉동인간

따뜻한 그림,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4 × 4의 세계 (창비 북클럽 1기 협찬)

작년 ‘이석’으로 며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앉아도 누워도 서도 빙빙 도는 세상 속에 점점 예민해지며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던 내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불과 며칠의 입원 생활에도 이렇게 피폐해지는데, 이 아이들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과 긍정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2살 제갈호, 하반신 마비로 할아버지와 함께 오랜 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중인 아이다. 한참 또래들과 어울려 놀고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될 나이에 병원 생활을 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데 의외로 무덤덤하고 씩씩한 이 녀석을 보며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제갈호(이하 가로)가 입원한 병원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가 된다. 평소 빙고놀이를 좋아하던 가로는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새롬(이하 세로)라는 아이의 낙서를 발견하고, 무료하던 병원 생활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스마트폰이 우리들 손에 하나씩 들려지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기다림’, ‘설레임’ 등을 가로와 세로의 소통 방식을 통해 다시 소환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함께 설레었다.

6년을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운동부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의 미묘한 이질감, 서로에 대해 관심 없는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주고 주제를 정해 빙고를 외치지 않는 빙고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미지근한 반응이지만, 한 두마디라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조우리 작가님의 편지 속 내용처럼 물론 주인공인 가로와 세로처럼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졸업할 때 쯤, 서로의 세계가 만나 멋진 시너지를 줄 수 있을거라 기대해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로와 세로의 소통 방식 덕분에 나의 어릴 적 추억 하나가 소환되어 왔다. 어릴 적 도서관 뒤편에 책을 빌려 간 사람들의 이름과 날짜를 적는 이력 카드라는 게 있었다. 어릴 적 책을 읽기보다는 이력 카드 속 이름을 찾아보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며 놀았던 나의 추억 하나를 잊고 지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새록새록 소중한 추억 하나를 떠올리게 되어 즐거웠던 시간이다.

누군가에 대해 알아가고 싶을 때,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가로와 세로의 소통 방식과 우정이 방법과 힘을 줄 것이다. 노인경 작가의 따뜻한 그림체와 함께 따뜻한 이야기 하나 마음 속에 담고 가시게요. ^^

#창비 #조우리 #노인경 #4×4의세계 #사사세 #협찬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용서

하나의 작은 용서 ㅣ 세계숲 그림책 17
마르타 바르톨 지음 / 소원나무 / 2025년 3월

하나의 작은 용서

평화로운 마을에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소년과 소녀, 이 마을엔 어떤 일이 있는 걸까? 파란색 홀로그램으로 하나의 작은 용서가 눈에 띈다. 편안한 그림체 덕분에 하나의 작은 용서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어떤 작은 용서가 기적을 만들어 냈을까? 호기심을 간직하고, 내표지를 펼치자, 무채색 배경에 파란 원피스를 입은 어여쁜 소녀가 밝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다음 페이지에 소년이 파랑새와 함께 의자에 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누굴 기다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내 표지 속 제목을 보며,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해본다. 나는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받은 적이 있었나?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있을까? 요즘 들어 ‘용서’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용서의 에피소드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을까? 싶을 만큼 요즘 세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과의 싸움이 난무한 것 같다. 우리나라든, 세상 어디든 도대체 무슨 잘못으로 서로에게 발톱을 치켜세우며 저렇게들 삭막하게 살아내는지.. 전해지는 소식들이 모두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편안하지는 못한 것 같으니.. ^^;; 사회적으로 전염된 딱딱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이 딱딱한 느낌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잠시나마..

하나의 작은 용서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파란색을 따라가다보면, 이야기 완성되는 쉽고, 편안한 그림책이다.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하는 새, 용서의 에피소드에 파란 색을 사용하여 용서와 행복을 연결 짓는 게 참 좋았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상상하며 대화를 나눠보게 하자, 로맨스 이야기 한 편이 뚝딱 완성이 된다. 작가의 메시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해석이지만, 아이들의 상상력과 요즘 생각을 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용서, 어려운 듯 하지만, 나의 자존심, 나의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보면, 너무 쉬운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른들의 본보기가 없어 가르치기 어려운 용서를 이 책을 통해 쉽게 가르쳐보려고 한다. 이 책에서 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잘못을 반복하였지만, 그때마다 용서해 주던 어른들를 덕에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실수가 어려운 아이들, 완벽만 추구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원나무 #도서지원 #모두를 위한 그림책 #용서 #힐링 #글없는 그림책 

[서평] 투자에 앞서 삶과 교육에 큰 울림을 준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 -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의 모든 것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가난한 찰리의 연감… 첫번째 독자에게

워렌 버핏의 조용한 동업자 찰리 멍거…

날카롭고 비판적이라고 알고 있는 찰리 멍거의 유년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이웃의 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었던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의 자녀들이 아버지 찰리 멍거에 대해 회상하는 챕터를 통해 투자자 찰리 멍거가 아닌 부모로서의 찰리 멍거의 면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부모가 올바른 철학을 가지고, 엄하게 가르쳐야 할 부분들은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 게 맞구나 라는 묘한 위안과 함께 투자도 삶을 잘 살아낼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일깨워주었다. 문득,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가져갔고, 나의 가르침으로 아이들은 어떤 철학을 갖고 살아가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는 부모로서 삶의 지침이 될 수 있는 가르침을 주고 있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투자에 관한 찰리 멍거의 다학문적인 관점에서도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반성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투자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삶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삶의 지침서였다. 비록 찰리 멍거의 11강의 중 2강의 이야기만 접할 수 있었지만, 찰리 멍거의 올바른 사상과 그의 삶을 보며 이 책을 읽으면서 찰리 멍거의 삶을 따라가며 찰리멍거와 친해지는 방식으로 나의 삶과 교육에 큰 도움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