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 두 번째 이야기 - 뒤따르는 이들의 새로운 여정 천로역정 2
존 번연 지음, 해럴드 코핑 그림, 최종훈 옮김, 박형진 해설 / 포이에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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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 떠나는 천국으로의 여정
<천로역정: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

천로역정은 누가모래도 기독교 고전 중에 하나다. 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동화같이 그리고 있다. ‘크리스천’은 여행 중 ‘멸망의 도시‘에 두고 온 가족을 안타깝게 여긴다. 그는 마침내 천국에 들어간다.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멸망의 도시에서 결국 멸망당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천로역정은 더 이상 해피엔딩이 아니다. 새드엔딩이다. 

하지만 기쁜 소식이 있다. 천로역정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버니언은 천로역정 첫 번째 이야기를 쓴 지 6년 후인 1648년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천로역정 두 번째 이야기를 출간한다. 멸망의 도시에서 끔찍한 멸망을 위협에 있는 크리스천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이 드디어 남편의 걸었던 길을 걷기로 결단한다. 그렇다 구원은 개인의 구원으로 끝나면 너무 외롭다. 하지만 하나님의 구원은 개인의 구원을 넘어 공동체의 구원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고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이들의 여정은 처음부터 공동체로 시작한다. 크리스티나와 네 아들 거기에 이들과 함께 처음부터 동행하는 ‘자비’까지. 천국으로 가는 여정 중에 함께 하는 사람들은 더해간다. 두 여인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담대’가 함께 동행한다. 또한 그 여정 중에 세 아들은 각기 아내를 맞이한다. 또한 혼자였다면 결코 천국 여정을 마칠 수 없었던 ‘심약’과 ‘주저’ 그리고 의심의 성에 갇혀 쇠약해진 ‘의기소침’, 그의 딸 ‘겁보’, 그리고 마지막에 합류하는 ‘진리용사’까지. 참으로 큰 무리가 함께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천국의 여정을 걸어간다. 

천로역정, 첫 번째 이야기가 개인의 구원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를 보완해준다. 천국으로의 여정, 그 하나님 나라의 속한 백성이 되는 삶은 홀로 가능한 삶이 아니다. ‘크리스천’도 수많은 도움의 손길들과 동행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순례자의 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크리스티아나, ‘자비‘, 그리고 네 아들들과 ‘담대‘가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면 그 험한 길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심약‘과 ‘주저‘ 역시 공동체가 없었다면 그 길을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기소침’과 ‘겁보’는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의심의 성에서 마침내 유명을 달리했을 것이다. 우리에겐 이 길을 함께 할 이들이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가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우린 수많은 유혹과 공격에 맥없이 나자빠질 것이다. 천로역정의 두 번째 이야기는 하나님 나라가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잘 드러내주는 책이다. 

또한, ‘크리스티나‘의 여정은 ‘크리스천‘과는 달리 평생에 걸친 여정이다. 크리스티나는 노인이 되어 죽음의 강을 건넌다. 멸망의 도시를 떠날 때 어리기만 했던 네 아들은 여정의 끝에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천로역정이 그리스도인이 되고 성장하는 성화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두 번째 공동체의 여정은 그 부분을 더 밝게 비춘다. 크리스티나가 천국에 가는 길은 평생에 걸친 여정이었다. 그는 그 시간동안 어려움도 만나지만 놀랍고 즐거운 시간도 보낸다. 이러한 굴곡 속에서 그녀는 하나님의 자녀로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하나님을 향해 자라가는 일은 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일어나기보다 오랜 시간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 숙성의 과정은 평생에 걸쳐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깊어지는 와인처럼 하나님에게 뿌리내린 믿음은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굴곡들을 통해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천로역정 두 번째 이야기는 이러한 믿음의 숙성, 성화의 과정을 첫 번째 이야기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우리는 ‘크리스천’과 ‘크리스니타아’ 일행이 걸었던 천국의 여정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본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이 땅을 살아간다면 우린 분명 이들이 걸었던 길 어딘가에 서있다. 이들과 비슷한 유혹에 빠지고, 이들과 비슷한 승리와 기쁨을 누릴 것이다. 우리가 이 길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아니 떠났다하더라도 다시 돌이키길 원한다면, 우린 크리티아나의 네 아들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교회를 돕고 수많은 순례자들이 그 길을 잘 완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당신 이 순례의 길을 홀로 걷고 있는가.
주변을 돌아보라. 
그 길은 홀로 걷는 길이 아니니 
분명 동행자와 도움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 주변에 홀로 걷고 있는 순례자들이 보이는가.
그들에게 다가가라. 
그 길은 홀로 걷는 길이 아니니
그대가 그들의 동행자, 도움자가 되어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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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보이는 자리: 지친 영혼이 천국의 기쁨을 맛보는 인생 좌표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비아토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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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다. 이 동화는 애벌레가 꽃들에게 희망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의 내용이 지금 우리의 삶을 잘 반영해 줄 뿐만 아니라 현대를 힘겹게 살아가지만 결국 남은 건 허무함과 절망, 고독이라는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는 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대안과 이정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주인공 애벌레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그 여정에서 그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한 삶에서 권태를 경험하고 기둥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벌어지는 무한경쟁과 이기주의가 참된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지 못함을 뼈저리게 경험한다. 여기서 애벌레가 추구했던 삶과 그 삶에서 경험한 허무함과 절망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흔히 경험하는 감정이다. 현대의 사회가 낳은 고독과 절망, 욕망의 노예된 삶은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로 우리를 이끈다. 

<희망이 보이는 자리>는 책의 초반에 이러한 현대 사회의 병폐를 고발한다. 우린 이로 인해 고통 받고 절망한다. 이러한 고통과 절망에서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그 애씀 역시 우리에게 참된 자유로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끝없는 낭떠러지로 밀어 넣는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의 병폐 속에서 길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희망을 버릴 만큼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애벌레가 결국 희망을 발견했듯이, 저자는 우리 역시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과 그에 따른 올바른 선택으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희망이 보이는 자리>에서 저자는 오늘이라는 순간이야말로 옳은 편을 선택할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고독의 전염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를 의지하는 것, 고통과 절망의 구렁텅이를 뚫고 사랑의 삶을 선택하는 것, 매일 자신의 옛 삶의 죽이고 새롭게 태어나는 거듭남을 선택하는 것을 통해 우린 희망에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책의 제목처럼 단지 애벌레가 희망을 찾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나비가 된 애벌레는 온 세상의 꽃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된다. 우리가 우리를 옭아매는 세상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이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삶이 될 것이다. 그 시작은 매일 평범한 일상 속에 주어진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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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길 위에 선 아이들과의 인터뷰
주원규 지음 / 다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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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땐,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언이든 충고든 격려든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고 그 방법은 가르치는 것 곧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이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어렸을 때부터 들은 수많은 가르침과 충고 중 아직 내 머리에 혹은 가슴에 기억되는 것은 손에 꼽힐 정도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그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시간과 흐릿하게 남은 좋았던 감정의 기억뿐이다. 내게 영향을 준건 말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었던 그 존재 자체였던 것이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의 저자 주원규 작가는 자신의 '작가 직업 프로그램'이나 강의를 통해 만난 학교 밖 청소년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그들이 말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저자는 힘써서 아이들에게 충고하려고 하지 않고, 큰 도움을 주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을 만나 함께 영화를 보거나 햄버거나 음료를 마시며 이들이 마음에 있는 말을 내뱉게 한다.

 

그렇게 저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가간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사심 없이, 아무런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저자의 너른 품안에서 자신의 아픔, 고민, 분노, 슬픔을 쏟아낸다. 이에 저자는 별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어준다. '있어줌'이 아이들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하고, 그 안에서 조금은 솔직해지고, 쉼을 누린다. 그러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있어 휴게소 또는 해우소 같다. 그저 맘 놓고 쉴 수 있는 곳, 마음속 깊이 꼭꼭 숨겨두어 썩어가고 있는 배설물을 쏟아내는 곳 같다.(비유가 너무 심한가?;) 아이들이 자신에게 와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저자의 마음 역시 무거워진다. 하지만 저자는 잘도 그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아이들이 다시금 그들의 생을 살아가는데 디딤돌이 되길 자처한다.

 

주로 아이들과의 대담으로 쓰여진 이 책은 아이들의 솔직한 입담과 대화, 아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고뇌 그리고 소망이 담겨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거나, 청소년들과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다고, 아이들은 단지 말하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렇게 토해내듯 끄집어내는 이야기 속에 진짜 답이 숨어 있다고 말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듣기 위해 다가가는 것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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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에 선 그리스도 - 우리의 판단을 뒤흔드는 복음에 관하여 로완 윌리엄스 선집 (비아)
로완 윌리엄스 지음, 민경찬.손승우 옮김 / 비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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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답은 어떤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일까?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의 모습이 바로 당신이라고. 그 이유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고 제제가 없을 때 우리의 진짜 욕망과 갈망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고 말한다. 비슷한 말이겠지만, 결국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당신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말은 '내가 정말 바라고 갈망하는 것이 그리스도요, 그 길을 따르는 삶입니다.'라는 고백으로 보아도 크게 어긋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또한, 내가 갈망하는 그리스도와 그의 도가 정말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그리스도고 그분의 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를 알기위해선 시험(trial)이 필요하다. 그리스도가 심판대에 섰던 것처럼 우리 역시 심판대에 서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로완 윌리엄스의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4개의 복음서에 나온 예수님의 재판 장면을 깊이 성찰하며 각 복음서에 담고 있는 예수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동시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예수와 함께 그 자리에 서게 함으로써 각 복음서가 이야기하는 예수가 정말 당신이 믿는 예수가 맞는지 심문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예수의 세계와 성경이 담고 있는 예수의 세계의 간격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책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두 세계가 화해하는 지점까지 친절하게 우리를 인도한다.

 

로완 윌리엄스의 깊은 통찰과 문학적 언어는 우리를 어떤 주제로 설득하려는 시도보다 문학적 풍성함 속에 우리를 초대하고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묻고 사색하게 하여 나름의 답을 찾게 한다. 그의 글은 마치 <크리스마스의 캐럴>의 세 유령이 스크루지를 과거, 현재, 미래로 이끌어가듯, 우리를 심판대에 선 그때로 돌아가게 하고 다시 현실로 이끌어 새로운 눈으로 그리스도와 나 자신, 교회를 보게 한다. 이를 통해 스크루지처럼, 나름의 답으로 삶을 살게 한다.

 

이 책은 현실과 타협하고, 형식화된 종교적 의식과 언어로 안정을 누리며, 자신들만의 성을 쌓고 자신과 다른 이들, 특히 낮은 자, 헐벗은 자, 소외된 자들을 배제하고, 세상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세계를 세우려는 한국교회와 개인을 법정에 세운다. 이 심판대 앞에서 우리의 반응은 어떠해야 할까? 로완 윌리엄스의 말처럼, 살아있는 진리는 우리의 응답을 갈망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진정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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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구약편) -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김동문 지음, 신현욱 그림 / 선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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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우리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읽는다. 특히 그 시대의 문화와 상황, 그리고 사람에 대한 설명, 배경이 되는 집이나 거리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현재 내가 속한 사회와 문화라는 한계에 의해 실재를 왜곡하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책이 쓰인 시기와 내가 사는 시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런 오류에 빠지기는 더욱 쉽다. 그래서 가장 길게는 3천년도 넘는 시간 차이를 가지고 있는 성경을 읽을 때, 우리의 제한된 시선은 이런 오류에 걸려 넘어지게 하기 쉽다.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은 우리가 빠지기 쉬운 오류를 줄여준다. 저자는 성경 본문의 이야기를 그 시대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30여년의 시간을 중근동에 살았던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오류를 발견한다. 이후 경험과 배움으로 얻게 된 저자의 시선은 성경을 새롭게, 정확하게 말하면 '제대로' 보는데 도움을 준다. 마치 친절한 관광가이드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성경의 시대로 돌아가 그때의 문화와 상황에 대해 안내해 주고 우리가 보는 시각의 한계를 수정해 준다또한, 저자의 글과 합을 이루는 그림 역시 당시의 상황을 글로 읽으며 상상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준다.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글로만 접하게 되면 딱딱해질 수 있고, 무거워 질 수 있는 내용들을 좀 더 쉽고 가볍게 읽히게 한다. 우리는 친절한 가이드인 저자의 글과 그림의 도움으로 좀 더 생생하게 성경을 보는 눈을 얻게 된다.

 

성경을 제대로 보는 눈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게 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기복주의적 신앙과 고지론적 신앙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병패 속에서 '낮은 자의 하나님'이라는 '낯선 하나님'을 만나게 한다. 낮은 자의 하나님이 낯설게 되었다는 한국교회의 슬픈 현실은 성경을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다. 애초부터 하나님은 기복주의적이거나 고지론적 신앙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백성을 창조할 의도가 없었다. 하나님의 시선은 언제나 세상 속에서 억압받고 불의를 겪고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자들을 향해 있었고, 그의 백성 역시 동일한 시선을 가지길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모든 한국교회 성도들의 눈을 교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은 읽기 쉽게 쓰였지만 그저 가볍게 읽기만은 할 수 없는 책이다. 책에 담긴 내용은 현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쉽게 읽히도록 쓰인 책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았으면 좋겠다. 교회나 가정에서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진정 한국교회가 지향해야할 방향이 어딘지 함께 고민하고 바른 방향을 지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낮은 자를 향하셨던 하나님의 시선을 따라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해서, 성공과 부유함, 복이 아닌 가난함, 애통함, 슬픔을 겪고 있는 자들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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