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길 위에 선 아이들과의 인터뷰
주원규 지음 / 다른 / 2015년 1월
평점 :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땐,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언이든 충고든 격려든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고 그 방법은 가르치는 것 곧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이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어렸을 때부터 들은 수많은 가르침과 충고 중 아직 내 머리에 혹은 가슴에 기억되는 것은 손에 꼽힐 정도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그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그 시간과 흐릿하게 남은 좋았던 감정의 기억뿐이다. 내게 영향을 준건 말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었던 그 존재 자체였던 것이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의 저자 주원규 작가는 자신의 '작가 직업 프로그램'이나 강의를 통해 만난 학교 밖 청소년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그들이 말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저자는 힘써서 아이들에게 충고하려고 하지 않고, 큰 도움을 주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을 만나 함께 영화를 보거나 햄버거나 음료를 마시며 이들이 마음에 있는 말을 내뱉게 한다.
그렇게 저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가간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사심 없이, 아무런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저자의 너른 품안에서 자신의 아픔, 고민, 분노, 슬픔을 쏟아낸다. 이에 저자는 별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어준다. 이 '있어줌'이 아이들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하고, 그 안에서 조금은 솔직해지고, 쉼을 누린다. 그러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있어 휴게소 또는 해우소 같다. 그저 맘 놓고 쉴 수 있는 곳, 마음속 깊이 꼭꼭 숨겨두어 썩어가고 있는 배설물을 쏟아내는 곳 같다.(비유가 너무 심한가?;) 아이들이 자신에게 와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저자의 마음 역시 무거워진다. 하지만 저자는 잘도 그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아이들이 다시금 그들의 생을 살아가는데 디딤돌이 되길 자처한다.
주로 아이들과의 대담으로 쓰여진 이 책은 아이들의 솔직한 입담과 대화, 아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고뇌 그리고 소망이 담겨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거나, 청소년들과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다고, 아이들은 단지 말하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렇게 토해내듯 끄집어내는 이야기 속에 진짜 답이 숨어 있다고 말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듣기 위해 다가가는 것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