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구약편) -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김동문 지음, 신현욱 그림 / 선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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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우리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읽는다. 특히 그 시대의 문화와 상황, 그리고 사람에 대한 설명, 배경이 되는 집이나 거리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현재 내가 속한 사회와 문화라는 한계에 의해 실재를 왜곡하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책이 쓰인 시기와 내가 사는 시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런 오류에 빠지기는 더욱 쉽다. 그래서 가장 길게는 3천년도 넘는 시간 차이를 가지고 있는 성경을 읽을 때, 우리의 제한된 시선은 이런 오류에 걸려 넘어지게 하기 쉽다.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은 우리가 빠지기 쉬운 오류를 줄여준다. 저자는 성경 본문의 이야기를 그 시대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30여년의 시간을 중근동에 살았던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오류를 발견한다. 이후 경험과 배움으로 얻게 된 저자의 시선은 성경을 새롭게, 정확하게 말하면 '제대로' 보는데 도움을 준다. 마치 친절한 관광가이드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성경의 시대로 돌아가 그때의 문화와 상황에 대해 안내해 주고 우리가 보는 시각의 한계를 수정해 준다또한, 저자의 글과 합을 이루는 그림 역시 당시의 상황을 글로 읽으며 상상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준다.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글로만 접하게 되면 딱딱해질 수 있고, 무거워 질 수 있는 내용들을 좀 더 쉽고 가볍게 읽히게 한다. 우리는 친절한 가이드인 저자의 글과 그림의 도움으로 좀 더 생생하게 성경을 보는 눈을 얻게 된다.

 

성경을 제대로 보는 눈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게 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기복주의적 신앙과 고지론적 신앙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병패 속에서 '낮은 자의 하나님'이라는 '낯선 하나님'을 만나게 한다. 낮은 자의 하나님이 낯설게 되었다는 한국교회의 슬픈 현실은 성경을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다. 애초부터 하나님은 기복주의적이거나 고지론적 신앙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백성을 창조할 의도가 없었다. 하나님의 시선은 언제나 세상 속에서 억압받고 불의를 겪고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자들을 향해 있었고, 그의 백성 역시 동일한 시선을 가지길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모든 한국교회 성도들의 눈을 교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은 읽기 쉽게 쓰였지만 그저 가볍게 읽기만은 할 수 없는 책이다. 책에 담긴 내용은 현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쉽게 읽히도록 쓰인 책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았으면 좋겠다. 교회나 가정에서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진정 한국교회가 지향해야할 방향이 어딘지 함께 고민하고 바른 방향을 지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낮은 자를 향하셨던 하나님의 시선을 따라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해서, 성공과 부유함, 복이 아닌 가난함, 애통함, 슬픔을 겪고 있는 자들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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