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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이미 여러 작품으로 각종 수상경력이 있고 람다문학상 게이소설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여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피아노연주와 작곡, 책 밖에 모르는 17살의 엘리오와 부모님의 책 출간을 위해 해마다 여름에 원고작업을 도와줄 젊은이로 초대된 24살의 올리버, 이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그리고 있다. 2017년 영화로 제작이 되면서 아카데미 영화 각색상 수상을 포함해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57관왕, 19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기억이 난다. 감동은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어도 사실 재미로는 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 속 미소년 티모시 살라에의 매력적인 얼굴을 떠올리며 책을 들었다.
'나중에'라는 단어가 지닌 매력적인 뜻을 알게해 준 자유분방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력적인 남자 올리버를 보고 엘리오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에 대한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두려우면서도 비밀스럽고 절박한 슬픔을 품고 있지만 그를 향한 욕망은 끝을 모르고 커가만 가던 중 모네언덕에서의 고백과 키스로 둘은 비밀스런 사랑을 키워간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p.170)
라고 표현할 만큼 그는 그와의 사랑을 다른 사랑과는 특별하게 느끼는 듯 보였다.
-내 삶에 퍼져 나간 자기혐오와 후회의 거대한 구름 덩어리 같은 무정형의 끔찍한 악몽에 계속 매달려 있을 수 없다, 나는 절대로 예전과 똑같아 질수 없을 것이다.(p.174)
라고 표현한 부분을 보면 엘리오는 죄의식과 두려움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정당화를 하고자 애쓰고 있는 듯 했다.
아버지의 원고작업을 마감하면 올리버가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을 알고 있었고, 헤어지기전 로마의 서점에서 작가들, 출판사 사람들 그리고 올리버 친구들과 <산클레멘테 신드롬>이라는 시낭송회를 가지고 그 곳에서 인생에서 가장 멋진 하루를 추억으로 선물받고 결국 둘은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동성간의 사랑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엘리오 역시 자기혐오와 두려움에 끊임없이 자신을 가두고 멈추려고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헤어져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20년이 지난 후에 만나지만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특별하게 그려졌다. 두 남자의 사랑은 작가특유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언어들로 가득 메워 절제할 때는 숨이 막히도록 답답하게 그려졌다가, 그리고 앞뒤 안가리고 폭발할 때는 속이 뚫리는 걸 넘어서 과하게 느껴질 만큼 거침이 없었다. 둘의 사랑은 적어도 내 눈에는 진심이었다.
-사랑은 우리를 감성적으로 만든다. 어쩌면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시간때문인지도 모른다.(p.294)
라는 말은 지금도 먹먹하게 느껴지며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엘리오가 둘의 금지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가 자신을 내던진 그 해 여름의 몇 주 동안 우리의 삶은 현실에 맞닿아 있지 않고 강건너 다른 세계에 있었다. 시간이 멈추고 하늘이 땅에 닿아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것이다. 신성한 것 내어 주는 그 곳에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았다.(p.309)
'둘의 사랑의 끝은 2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될까?'
라는 의문은 소설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 대한 가슴 절절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고, 그리고 남과 다른 특별한 사랑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