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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평점 :
굉장히 독특한 소재의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지난 50만 년 동안 나온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라는 추천문장과 세련된 색깔의 현대적인 커버에 대조적으로 <에볼루션 맨>이라는 제목과 털북숭이 원시인 모습의 그림은 이 책이 도대체 어떤 색깔의 어떤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갈른지에 대한 감이 도통 잡히질 않았다.
이 책은 1만여년전의 호모사피엔스 어니스트 가족이 최초로 불을 발견해 사용하게 되면서 점차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각자 자신들만의 확고한 삶의 원칙과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면에서 대립과 다툼이 벌어지며 시행착오도 겪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사랑으로 슬기롭고 현명하게 상황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비오는 주말저녁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리게 될 만큼 책이 주는 흡입력이 대단했다.
사실 불을 처음 사용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사자나 표범에게 잡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불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 어니스트의 아버지는 산꼭대기에서 흘려내린 뜨거운 화산의 불씨를 살려 동글로 가져 내려오기 위해 총619개의 나뭇가지 릴레이로 써서 가져오게 되는데, 나뭇가지 하나에 새로운 나뭇가지를 붙이고 불여도 꺼지자 불이 더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마 원시인들이기에 가능한 표현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원시인 입장을 고려한 작가의 재미있는 표현법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화산의 불을 가져오는 것은 자연에게서 인간이 불을 훔치는 것으로 여겨 이는 자연법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믿는 버냐삼촌과 불의 사용은 인류의 또 다른 진화로 생각하는 아버지와의 의견 대립은 당시 원시인들의 기본 사상을 뒷바침해주면서 이 책의 제목이 <에볼루션 맨>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면으로 보여진다.
유전병을 염려해 동생 엘시와의 결혼에서 표범의 공격으로 부터 어니스트를 구해주고 그 자신보다도 더 달리기가 빠른 그리젤리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는 되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이 원시인들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인지라 읽는 내내 미소가 절로 지어지었다,
윌버가 가져온 붉은 부싯돌로 불꽃을 내어 불씨를 만들어 내는 과정, 불에 고기를 처음으로 익혀 먹게 되는 과정, 활을 처음 사용하게 하며 발사실험을 하는 장면, 그리고 기타 강아지를 처음으로 반려견으로 인간과 함께 하게 되는 쉽지 않은 과정들도 모두 다시금 과거의 그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누리는 삶이 더 풍요로와 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후반부 아버지와의 갈등이 스토리의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이 부분은 머리좋고 임기응변에 능하지만 권위적이고 돌발행동에 다소 무책임한 방침으로 일방적으로 불제조법을 넘겨주는 아버지를 보며 자식입장에서는 충분히 흥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였나 싶다. 그럼에도 그에게 아버지는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함께 존재하며, 언제나 자상하고 홍적세에서 가장 위대한 원시인으로 기억되니 결국 이야기는 행복을 말해주는듯하다.
사실 이 이야기는 원시인들의 불에 얽힌 진화 과정을 다룬 이야기지만, 전혀 1만여년전 이전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상황만 다를 뿐이지 현대를 살아가는 나 그리고 우리 모습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던 것은 작가의 필체의 표현방식이 스토리와는 다르게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던 탓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가족 사냥 후 하는 말이 멋졌다.
"우리는 지구의 지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싸움에서도, 지능에서도, 번식에서도 그리고 진화에서도 너희들을 완전히 압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나갈 유일한 정책이다."(p.199)
그리고 기억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인간은 과거로 퇴행할 수도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도 있지. 하지만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바로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진정한 인간으로 우뚝서고, 역사를 창조하며 당당히 운영을 이끌어가는 거지." (p.200)
카카오프렌즈의 일러스트로도 나왔고,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 셀러로, 프랑스에서는 에니메이션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연극으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한 권의 책으로 잠시도 힐링받으며 마음이 받는 즐거움을 선물 받아보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