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5. 18. 내가 두살때였구나. 한강작가가 10살때 처음 알게 된 그날의 이야기를 이렇게 써주어서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됐다. 이제야 알았다는 것에 자책감이 밀려왔다. 지금 와서 내가 어찌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하고 미안해졌다. 한편으론 작가가 고마웠다. 알려주어서, 잘 알려주어서.
<책읽어주는 남자>, <동급생>같은 외국작품들을 통해 히틀러의 유대인학살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고 가슴아파하곤 했었는데 그 소설같은 일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니, 그것도 내가 이땅에 살고 있을때였다니...

P.134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인간의 잔인함. 믿고 싶지 않지만 역사속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비단 역사속에서만은 아닌 듯 하다.
현재도 잔인함은 나타나고 있다. 믿기 어려운 잔인한 범죄들, 최근 제기된 케이지 사육.
채식주의자에서도 그렇고 한강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든다.

p.130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걸 증명한거야.

소설속에서 얘기하는 유리같은 영혼을 가진 존재도 인간인데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소설은 주로 희생자의 말을 적었다. 읽으면서 가해자는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분명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인데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체르노빌 피폭이라고 표현한 희생자들의 삶을 가해자들도 살았어야지만 공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들을 인간이라 하기 힘들 것 같다. 가해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제발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들도 실은 살아있는 게 치욕이고, 살아내기가 힘들었다고...
그러지 않다면 나도 인간인 게 싫어질 것 같다.
책을 덮으며 책위에 국화꽃한송이 놓아주고 싶었다. 지금도 피폭피해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의 국화꽃을 같이 놓아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걸 증명한거야.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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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걸까? 박준 시인의 시가 어려운걸까?
머리속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몇번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노래도 계속 들으면 더 좋게 들리듯이 시도 읽고 또 읽으니 더 좋게 다가오기는 한다.
박준 시인은 젊은 남자 작가라는 것만 알고 있는데 시를 읽으면서 이 시인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아야지만 시가 와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를 잘 모르지만 시인에 대해 알지 못해도 시를 읽는 사람이 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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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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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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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들이 산 삶처럼 살고 싶어졌다.
당장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슬퍼지기까지 했다.
이들이 말하는 삶을 살려면 포기해야 할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이들이 말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포기할 용기가 없는 게 더 맞겠다.
무엇보다 끌리는 건 살아갈 양식을 얻을 정도만 일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한 목적으로는 일하지 않는 거였다.
농사를 싫어하지만 내가 살아갈만큼만 짓는 건 할 수 있다.
농사가 힘든건 내가 먹을만큼 짓는 게 아니라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 많이 짓기 때문에 힘든거다.
10년전쯤 내가 직접 오이를 길러먹어 본 적이 있다.
그때 밭에서 딴 오이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마트에 파는 오이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침엔 과일, 점심은 채소스프와 곡식, 저녁은 샐러드를 먹는 이들이 건강하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말에 수긍이 되었다. 육식을 하지 않고도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채식주의자를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내가 채식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마트에서 얻는 식재료로는 채식을 할 수 없다. 영양분이 빠진 곡류, 채소, 과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살려면 지금 나의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두렵지만, 그래서 더 간절하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그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은 나를 유혹하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이 책으로 인한 감동과 염원들이 언젠가는 잊혀지고 시들해져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잊혀지지 말아졌으면 좋겠다. 꼭 이들처럼 살고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10년내에는...
또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들처럼 사는게 지금으로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나 획일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삶의 표본이 있어서 거기서 멀어지는 삶을 살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도 불안해하는 것 같다. 유치원, 초, 중, 고, 대학교 졸업해서 취직, 결혼, 집사고 차사고 애낳고 평일에 돈벌고 주말에 놀고 여름에 휴가가고...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킨것도 아닌데 당연한줄 알고 해왔다. 일해서 돈벌고 다시 쓰고...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삶의 방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산다고 뭐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들이 잘살아온것처럼 말이다. 살충제계란때문에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때 마침 또 이책을 읽게 된 건 우연치곤 너무 절묘하다. 대량생산의 폐해를 자각하게 될 시간은 더 자주 접하게 될 것이고 자급자족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암튼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삶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아버렸다. 내겐 무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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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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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죽음에 관한 것이다.

p.221 ‘죽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야. 우리가 죽음을 두고 소란을 떠는 것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연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리고 젊을 땐 죽음이란게 너무 무서웠다. 죽음에 관해 생각은 덜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끼기에 더욱 두려운 것으로 느껴졌었다.
이제 내나이 마흔, 아직은 아픈 데도 없고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죽음에 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죽음은 자연스런 일이고 어느순간 갑자기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만약 내 소중한 누군가가 죽는다면... 예전보다는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죽음에 관해 생각할때면 나에게 일어나는 중요한 모든 문제들이 너무나 하찮고 의미없게 느껴져버린다. 당연한거겠지. 우리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내가 죽을거라는 걸 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죽음문턱에 가보거나 죽음을 자각하게 된 사람들이 삶을 더 의미있게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런 아찔한 경험을 하지 않고도 삶을 낭비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힘든 것 같다. 오늘도 쓸데없는 일에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죽음이 두려운 건 어쩌면 죽을 때 후회할 일이 가득할까바 두려운 거 아닐까 라는 생각. 만약 죽을 때 후회할 일이 없다면... 과연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될까?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벌써 후회스러운 일이 가득하기 때문에 상상이 안된다. 결론은 앞으로라도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거다.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카르페 디엠‘ 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모리의 이야기 중 많이 공감된 부분은 자식에 관한 거였다.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코 우리애들은 낳고 기르고 사랑한 일일 것이다. 내 업적이 너무나 미미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뭔가 큰 업적을 남겼더라도 내 마음속 1위는 우리 아이들일 것이다.

p.125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은 다시 없지요. ......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
난 그 무엇을 준대도 그런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네. 비록 치러야 할 고통스런 대가가 있긴 하지만. .....
곧 그들을 두고 떠나야 하니까.‘

앞으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도 다시 해본다.
모리와 함께 한 시간은 내게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내 삶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죽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야. 우리가 죽음을 두고 소란을 떠는 것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연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은 다시 없지요. ......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
난 그 무엇을 준대도 그런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네. 비록 치러야 할 고통스런 대가가 있긴 하지만. .....
곧 그들을 두고 떠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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