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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엔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들이 산 삶처럼 살고 싶어졌다.
당장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슬퍼지기까지 했다.
이들이 말하는 삶을 살려면 포기해야 할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이들이 말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포기할 용기가 없는 게 더 맞겠다.
무엇보다 끌리는 건 살아갈 양식을 얻을 정도만 일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한 목적으로는 일하지 않는 거였다.
농사를 싫어하지만 내가 살아갈만큼만 짓는 건 할 수 있다.
농사가 힘든건 내가 먹을만큼 짓는 게 아니라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 많이 짓기 때문에 힘든거다.
10년전쯤 내가 직접 오이를 길러먹어 본 적이 있다.
그때 밭에서 딴 오이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마트에 파는 오이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침엔 과일, 점심은 채소스프와 곡식, 저녁은 샐러드를 먹는 이들이 건강하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말에 수긍이 되었다. 육식을 하지 않고도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채식주의자를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내가 채식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마트에서 얻는 식재료로는 채식을 할 수 없다. 영양분이 빠진 곡류, 채소, 과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살려면 지금 나의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두렵지만, 그래서 더 간절하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그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은 나를 유혹하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이 책으로 인한 감동과 염원들이 언젠가는 잊혀지고 시들해져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잊혀지지 말아졌으면 좋겠다. 꼭 이들처럼 살고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10년내에는...
또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들처럼 사는게 지금으로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나 획일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삶의 표본이 있어서 거기서 멀어지는 삶을 살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도 불안해하는 것 같다. 유치원, 초, 중, 고, 대학교 졸업해서 취직, 결혼, 집사고 차사고 애낳고 평일에 돈벌고 주말에 놀고 여름에 휴가가고...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킨것도 아닌데 당연한줄 알고 해왔다. 일해서 돈벌고 다시 쓰고...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삶의 방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산다고 뭐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들이 잘살아온것처럼 말이다. 살충제계란때문에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때 마침 또 이책을 읽게 된 건 우연치곤 너무 절묘하다. 대량생산의 폐해를 자각하게 될 시간은 더 자주 접하게 될 것이고 자급자족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암튼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삶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아버렸다. 내겐 무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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