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생각의 탄생>에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참 흥미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그의 이야기를 읽었다. 분명 남다른 사람이다. 내가 볼 땐 두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첫번째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하고싶은 일을 할 땐 옆을 보지 않고 직진만 하는 성격인 듯 하다. 나같으면 이러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한번씩은 해보는데 파인만은 그런 게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감정소모 또한 적은 것 같았다. 나무로 비유하자면 곁가지를 많이 내지 않는 나무, 대나무가 그런가? 한 줄기로 곧게 뻗어올라가는...두번째는 ‘재미‘가 가장 큰 원천이라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교수가 될 때까지 크고 작은 일들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거나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2차대전의 원자폭탄 연구에 참여한 동기가 궁금했었는데 그 이유는 애국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 당시 분위기의 영향도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독일군이 먼저 폭탄을 만든다는 상상을 해보고는 안되겠다 싶어 하게 된 것이었다. 그의 일상과 함께 전개되는 원자폭탄 연구과정이 흥미로웠다. 그의 일상 자체가 다 흥미롭다. 그의 세미나에 참석하는 사람이 아인슈타인이고 그와 산책을 하는 사람, 그와 농담따먹기 하는 사람들이 거의 노벨상 수상자들이고 그들의 의견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파인만이다. 원자폭탄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건 아이러니다. 인류발전에 기여한 업적도 있을테지만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도 하는 업적도 있으니 말이다. 파인만의 일생을 보니 그 말이 떠오른다.‘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파인만은 인생을 그저 즐기는 자였던 거 같다.
유발 하라리.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호모데우스는 나에게 타임머신이고 드론이고 우주선이다.덕분에 나는 더 넓고 크고 깊게 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처음에는 그저 입을 딱 벌리고 그의 이야기에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반박할 거리들을 억지로 생각해보게 되지만 절대 쉽지가 않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친절하게 재밌게 때로는 비정하게 설명해주는 데다 꼬투리잡을 게 생길라치면 그 역시도 다 안다는 듯이 친절하게 조목조목 따져주는데 두손 두발 다 들게 된다.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교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아마 우리는) 유발 하라리교 신자가 된다.그가 말한 미래의 시나리오는 예측이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말하는데 그 가능성이 왠지 맞아떨어질 것 같고 내가 느끼기엔 희망적이지 않아 두렵다. 그렇다 해도 미래는 정말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가 생각한 이 책의 목표도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 목표를 달성해낸 것 같다.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 ‘가장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 책이다.
처음 몇페이지는 통채로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나를 사로잡았다.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지루하고 어려워진다. 뭘 말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폐지를 압축하는 한탸의 일상은 더럽고 지루하다.독서는 한탸의 머리속을 시끄럽게 하고 또한 행복하게도 했을지는 모르지만 제3자가 보는 한탸는 지하실의 생쥐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걸 잠재우고 싶어서 한탸는 스스로 폐지 압축기 속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한걸까? 뭐지? 작가는 정말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혼자 많이 하는 독서는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런 걸 말하고 싶은 걸까? 참 어려운 책이다.‘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여러번 반복된 이 말이 그냥 생각날 뿐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소설이 소설같지 않고 기사같았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더 소설같을 거라는 이상한 우쭐함도 있었다. 남존여비, 여성혐오, 독박육아, 맘충논란 다 겪어봤기에 현실직시만으론 소설이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너무나 축소해서 쓴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큰 걸 기대했나보다.
김훈의 작품을 완독했다는 게 일단은 뿌듯하다.네이버어학사전을 수시로 검색하며 읽느라 더욱 오래걸렸다.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병자호란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결론도 알고 있었지만 희한하게 그 어려운 문장들을 자꾸만 읽게 만드는 힘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볼 계획이어서 그랬을까? 영화가 어떨지 모르지만 책에서 읽은 것들로 영화의 여백을 더욱 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도 한 건 사실이다.늘 그렇듯, 역사를 읽을 땐 ‘만약에...했더라면‘을 생각하게 된다. 다 부질없지만 말이다. 만약에 광해군이 계속 왕이었더라면, 만약에 남한산성으로 가지 않고 궁에 남아 있었더라면, 만약에 조금 일찍 출성을 했더라면, 만약에 인조가 판단력과 결단력이 더 뛰어난 왕이었다면...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부질없거니와 가늠도 잘 되지 않는 상상일 뿐이다. 처음엔 답답했고 안타깝고 화도 났지만 또한 그 속에서 이해도 되었다. ‘가마에서 흔들리며 칸은 이 무력하고 고집 세며 수줍고 꽉막힌 나라의 아둔함을 깊이 근심하였다.‘책을 읽으면서 내 심정이 딱 칸의 심정이었다.인조의 태도가 제일 답답했지만 정묘호란의 수치를 겪은 인조였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말하여지지 않는 것에 비하면 말하여지는 것은 얼마나 작은가. 나에게는 늘, 쓸 수 있는 것보다 쓸 수 없는 것 들이 더 많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못다한 말에서 김훈이 말했 듯, 나도 말하여지지 않는 것과 쓰여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며 읽었던 것 같다.청이 타오르는 불꽃이었다면 인조와 조선은 녹을 수밖에 없는 촛농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음껏 비난을 퍼부울 수 있는 인물은 없지 않을까?마지막 장이 가까울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또 한편으로는 역사는 힘의 원리로 쓰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상은 힘보다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지금 2017년은 과연 힘을 이길 무언가가 지배하고 있는 걸까?아니면 역시나 힘이 우세할건가? 그 힘은 지금 누구에게 있는걸까? 북핵문제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리고 나는 관조할 수 밖에 없는 일개 백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