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작품을 완독했다는 게 일단은 뿌듯하다.네이버어학사전을 수시로 검색하며 읽느라 더욱 오래걸렸다.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병자호란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결론도 알고 있었지만 희한하게 그 어려운 문장들을 자꾸만 읽게 만드는 힘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볼 계획이어서 그랬을까? 영화가 어떨지 모르지만 책에서 읽은 것들로 영화의 여백을 더욱 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도 한 건 사실이다.늘 그렇듯, 역사를 읽을 땐 ‘만약에...했더라면‘을 생각하게 된다. 다 부질없지만 말이다. 만약에 광해군이 계속 왕이었더라면, 만약에 남한산성으로 가지 않고 궁에 남아 있었더라면, 만약에 조금 일찍 출성을 했더라면, 만약에 인조가 판단력과 결단력이 더 뛰어난 왕이었다면...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부질없거니와 가늠도 잘 되지 않는 상상일 뿐이다. 처음엔 답답했고 안타깝고 화도 났지만 또한 그 속에서 이해도 되었다. ‘가마에서 흔들리며 칸은 이 무력하고 고집 세며 수줍고 꽉막힌 나라의 아둔함을 깊이 근심하였다.‘책을 읽으면서 내 심정이 딱 칸의 심정이었다.인조의 태도가 제일 답답했지만 정묘호란의 수치를 겪은 인조였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말하여지지 않는 것에 비하면 말하여지는 것은 얼마나 작은가. 나에게는 늘, 쓸 수 있는 것보다 쓸 수 없는 것 들이 더 많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못다한 말에서 김훈이 말했 듯, 나도 말하여지지 않는 것과 쓰여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며 읽었던 것 같다.청이 타오르는 불꽃이었다면 인조와 조선은 녹을 수밖에 없는 촛농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음껏 비난을 퍼부울 수 있는 인물은 없지 않을까?마지막 장이 가까울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또 한편으로는 역사는 힘의 원리로 쓰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상은 힘보다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지금 2017년은 과연 힘을 이길 무언가가 지배하고 있는 걸까?아니면 역시나 힘이 우세할건가? 그 힘은 지금 누구에게 있는걸까? 북핵문제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리고 나는 관조할 수 밖에 없는 일개 백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