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주인공 뫼르소(제목의 이방인을 뜻하는 듯 함)를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어느정도 공감은 하지만 살인은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네요.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다른 사건으로 이야기를 풀었더라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 제시-뒷표지 참고)를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이 그 안에서 제 목숨을 이어간다.‘소설 앞부분의 이 전제가 참 흥미로웠다. 이기적인 유전자처럼 인간이 유전자 보존을 위한 생존기계라면,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약간 머리도 아파졌다. 아, 소설을 읽는데 머리가 아프고 힘이 든다. 처음 야심차게 던져진 전제에 대한 납득할 만한 풀이는 찾지 못했고(나만 못 찾은 건지) 그래서 뭔가 찝찝하다. 흥미로웠던 전제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걸 온전히 받아들일만큼의 해석은 남겨져 있지 않다. 아! 독자가 찾아내야 하는 건가? 설마. 형배, 영석, 선희, 준호 각자의 다양한 사랑방식에 관한 이야기로 남을 것 같다.
북튜버 김겨울님에 대해선 소문으로 많이 들었는데 책으로 접하니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ㅇㅣ 제일 많이 든다. 종이책을 좋아하고 느리게 꼼꼼히 읽는 걸 즐기는 건 나랑 비슷해서 좋았다. 나도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김겨울님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밝힌 부분은 믿지 못하겠다. ㅎㅎ 9살때 부터 책을 좋아했다니 너무 부러운 부분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왜 나는 어릴 때 책을 안읽었는지가 늘 회한이었는데... 그리고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김겨울님이 있어서 책에 대한 믿음이 한층 단단해졌다. ‘레벨업을 아무리 해도 만렙을 찍을 수는 없으며, ......‘ 독서를 게임에 비유한 이 말이 정말 와닿았다. 그래서 죽을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신난다. 재밌는 게임을 계속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 자연과 생태,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생 전반이 더 큰 집, 더 큰 차,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성공‘이라는 오르막길을 열심히 쫓는 기간이었다면 인생 후반전은 소유가 아닌 ‘의미‘를 찾아 내려가는 여행이다.˝ 라는 호사카 다카시의 말처럼 내 인생이 후반전에 들어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서야 인생에 대해 아주 조금 알 것 같은데 벌써 후반전이라니... 장석주 시인에 대해 알게 된 책인데 지금 나의 가치관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참 좋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현실은 전혀 아니지만...‘삶을 만드는 건 우리가 걸어 온 길이겠지만, 정작 우리 마음을 끌고 가는 건 가보지 못한 그 수많은 길들 아니던가요?‘ 그렇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 마음을 끌고 간 곳에 내 몸도 그 곳에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님이 가까운 안성에 계시다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뵙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랄까.한편으론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나같은 사람에겐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였지만 지금 한창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작가님의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전해질 지 모르겠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을텐데 한가지 방식만이 옳다는 식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님도 그랬었고 여전히 나도 그렇고 단순하게 살지 않은 시기도 있었으니까.
백세가 넘으신 현역 의사 할머니의 이야기라 왠지 더 신빙성있게 다가왔어요. 책도 얇고 글도 쉽고 간결하게 쓰셔서 금방 읽었네요. 80대에 뭘 시작한 게 많으셔서 나도 늦은 게 아니구나 하는 용기도 조금 생겼습니다. 할머니의 인생조언이 어쩌면 뻔한 내용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진리는 원래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의외의 문장 하나가 있었는데, ˝균형잡힌 인간관계의 비결은 ‘넓고 얕게‘입니다.˝ 라는 것이었어요. 갸우뚱하게 되더라구요. ‘좁고 깊게‘가 아니고?? 뭐가 맞을 지 좀 두고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