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에 대한 빌게이츠의 인식을 알 수 있는 책인데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이어서 좋았다. 솔직히 중간엔 내가 이걸 읽어서 뭐가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란 의심도 들었지만 앎으로써 작은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단 생각으로 바뀌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으로서, 수요를 창출하는 소비자로서의 역할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기후위기의 대처방법으로 막연히 사회의 성장, 발전에 맞춘 포커스를 반대로 돌리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었다. 덜쓰고 조금 불편하게 살아도 큰 문제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근데 그건 현재 나름 선진국인 한국에 있는 내 입장에선 내린 판단이었던 것 같다. 빌게이츠는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와 국민들도 생각하고 있기에 성장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현실적으로 그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아주 미미한 영향력을 가진 일개 시민인 나같은 사람보다는 기업가나 정치인, 과학자들이 일독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듯한 그런 책이다. 중반부까지가 내겐 긴 터널이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솔직히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 본 이름이다. 누군가를 까면서? 쓴 책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조던은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제목을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면 훨씬 더 직관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책에는 지금 이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다 읽고 난 다음엔 인정하게 된다.(개인적인 생각임) 직관이란 게 얼마나 어리석고 무시무시한 게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앞부분의 룰루 밀러의 아버지 이야기도 좋았고, 애나가 물고기에 연민을 느끼는 이야기에 애나에게 더 큰 연민을 느꼈으며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과 알 수 없는 희열도 느꼈다.
해설을 쓴 레나타 체칼스카의 류시화의 시를 읽는 이유가 많이 와닿았다. 황량해지려 할 때 찾게 되는 책 한권이 더 생겼다.
오베 스타일의 시크한 따뜻함과 프레드릭베크만 스타일의 비유와 유머가 잘 맞아떨어지는, 주인공 오베만큼이나 독특한 소설이다. 오랜만에 장편이라 힘든 면도 있었지만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고 훈훈한 결말도 좋았다. 오베와 소냐가 한동안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세계3대종교 중 하나이며 유일하게 정교합일의 사회인 이슬람. 사실 이상한 종교라 치부했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세계사에 관심을 갖다보니 제대로 한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라(협의제), 아들(정의), 홀리야(자유), 무싸와(평등)과 같은 정치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타 종교나 체제가 대부분 그렇듯 근본은 이상적인데 그걸 실현하는 방법이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종교에는 강제가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을 강요해서는 믿음을 갖게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샤하다(신앙증언)를 함으로써 절차없이 무슬림이 되는 것이나 지하드(성전)는 너무 모순 아닌가? 반면 서구중심적인 교육으로 인해 아랍이나 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오해, 편견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거슬리는 외래어 표기법(이딸리아, 르네쌍스 등)이나 이슬람을 미화하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이 알차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 이슬람 입문서로 괜찮았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