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냐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101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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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야생종 Wild Seed]을 떠올렸다. 그래서 좀 망설였는데, [야생종] (표현의 수위뿐만 아니라 감정의 진폭이란 면에서도) 굉장히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자부심,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 계급(성별) 간 갈등 등을 심도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유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체와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썸뜩한 초인들의 SF 멜로(?!) [야생종]과는 별 상관 없고([야생종] [키리냐가]가 비슷하면, 파리랑 새도 사촌이다), 오히려 서정적이고 노스텔지어가 가득한 SF 단편집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The Martian Chronicles]가 생각났다. – 특히 애필로그 <놋의 땅>


물론 [키리냐가] [화성 연대기]에 빚진 작품도 아니다. [화성 연대기]화성이라는 배경만 공유할 뿐 각 단편 간 연결고리가 거의 없거나 아주 느슨한 것과 반대로, [키리냐가]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정해져 있고, 단편들도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장편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또한 SF임에도 과학적 사실보다 낭만적이고 판타지에 가까운 정서가 지배적인 [화성 연대기]에 비해, [키리냐가] (역시 과학이 뒷전인 건 매한가지지만) 철학, 신학,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교육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풍부한 텍스트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야생종], [화성 연대기]를 떠올렸지만, [키리냐가]는 굳이 다른 레퍼런스를 들이대며 비교할 필요가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뱃속의 아기가 발부터 나왔다고 죽이고, 노인을 하이에나의 밥으로 내다버리는 풍습을 지닌 어느 미개한 아프리카 부족의 행성 개척기이자 유토피아 건설기가 이토록 깊은 공감과 삶에 대해 성찰을 이끌어 낸다는 건 실로 놀라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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