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블루레이로 다시 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 참고로 극장에서는 조조로 봐서 살짝 졸면서 감상했더랬다. 그래서 재감상… ^^

 

영화는 원작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작의 정서와 주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서사와 비주얼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정도로 시각효과의 비중이 큰 작품이 황홀한 비주얼뿐만 아니라 원작의 철학적 깊이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역시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영화는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기 위해 많은 내용을 잘라내야 했지만, 놀랍게도 이안 감독은 그 와중에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와 인물까지 집어 넣으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놓았다. - 예를 들어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내용 중에 파이의 첫사랑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원작에 파이의 첫사랑은 등장하지 않는다. - 이러한 각색은 지나친 상업적 고려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추가 에피소드들까지도 원작의 철학과 종교적인 시각을 보충 설명해 주기 위한 이안 감독의 배려로 느껴졌으며, 오히려 원작과는 색다른 서사의 매력과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안겨 주는 훌륭한 각색이라 생각한다. 이마저도 원작의 깊은 사유와 상징들을 단순화시켰다고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만큼 종교에 대한 성숙한 시선으로 보편적인 감동을 안겨 준 영화는 일찍이 본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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