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집행관
김보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재미있는데 스토리가 복잡하다, 이럴 경우 독자의 선택은 두 가지인데, 일단 완독하고 다시 처음부터 정독하거나, 또는 중간중간 앞의 내용을 다시 읽어가며 내용을 짜맞춰 가는 것이다. 재독을 잘 하지 않는 본인의 경우는 후자였으며, 가뜩이나 복잡한 스토리라 읽는 속도가 굼뱅이였는데, 수차례 앞의 내용을 뒤적이며 재구성 하느라 진도가 더욱 더뎠다.

 

하나하나 독립된 이야기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각 쳅터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본 작은, 6인의 집행관이 차례로 자신이 디자인한 가상세계에서 주인공을 처형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판타지, 무협, 느와르,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장르로 변주하여 들려준다.

 

무엇보다 폭력에 대한 표현 수위가 상당한데, 각 세계에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극한(육체적/정신적으로)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생생한 표현에 있어 끔찍함으로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예수의 수난을 연상시킬 정도로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아름다움 역시 상존한다. 전체적으로 SF보다는 판타지 무협의 낭만적 정서에 가깝지만, 필요에 따라 한없이 잔혹한 폭력에 대한 묘사와 날것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다만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듯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던 스토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의문스러운 대화와 질문의 반복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진다거나, 전반적인 SF적 설정에 대한 배경설명을 생략하고 있어 전체적인 스토리를 뚜렷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은 조금 아쉽다. (그래서 주인공이 무슨 내기를 했다는 건지, ‘귀신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주인공이 애초에 을 죽이기는 한 건지 등등...) 이러한 의도된 구성의 애매함이 치밀하고 논리적인 작품을 명확하다기 보다는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어, 작품 전반에 드리워진 존재론적 성찰, 자기희생과 같은 주제(이게 주제 맞나?)를 희석시키고 말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스타일은 좀 더 대중적이고 SF적인 작품이었다. (그래, 콕 찝어서 <종의 기원> 같은….) 기대보다 훨씬 복잡하고 그만큼 더 집요한 작품이었지만, 힘들게 읽은 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이토록 잔혹하고 아름다운 SF라니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지만, 적어도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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